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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19 | 20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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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과 트럼프의 아시아정책은?

클린턴 집권 땐 한·미·일 동맹관계 강화
‘미국 우선주의’로 중국 패권 커질 수도

클린턴&트럼프

오바마 노선을 계승하려는 힐러리 클린턴이나 고립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 모두 보호무역으로 간다.
중국과 미국은 긴장 관계로 들어갈 것이다. 그 사이에서 우리가 확보할 공간은 어디인가.

클린턴의 아시아정책 전망

힐러리 클린턴의 대외정책은 큰 틀에서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에 기반을 두어 미국의 패권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미국은 2014년 3분기 경제성장률 5%를 기록했다. 2015년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미국의 리더십이 가능할까”가 아니라 “어떤 방식의 리더십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기정사실화했다.

오바마 정부는 기존의 제한적 개입주의에서 벗어나 역외 균형전략을 통해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에 대한 지원에 기반을 둔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클린턴의 대외정책은 같은 맥락에서 더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 복원에 집중해 제한적 개입주의 정책을 추진했던 오바마 정부와는 달리 좀 더 공세적이고 행동 지향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원칙에 입각한 리더십(Principled Leadership)’이어야 한다”며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과의 협력을 강조한다. 지난 6월 2일 국가 안보와 관련된 연설에서 그는 핵무기를 장착한 장거리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라는 동맹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이 동맹국과의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한·미·일 3국 간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던지라 미국의 경제적 상황 때문에 실질적으로(substantially) 추진되지 못했던 아시아 지역에 대한 개입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지역 기구와 규범을 강화해 남중국해에서 항해의 자유를 보호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국 견제정책을 어떠한 방식으로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안을 내지 못한 상태이다.

클린턴 캠프의 인사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은 매우 호의적이었고 미·중 간의 상이함을 인정했으며 중국의 역할을 인정했다’고 본다.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실망감과 피로감이 매우 크다는 것을 언급한다. 미국의 경제력 회복이 가시화되고 미국의 대외정책 능력이 확장될 경우, 클린턴의 대(對)중국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보다 강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클린턴 캠프의 다수 인사는 대(對)중국 투자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적 상호의존성(Economic Interdependence)으로 말미암아 효과적인 대(對)중국 정책이 구체화될지는 미지수이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침략에 대응할 것이고, 중국이 규칙에 따라 행동하도록 압박할 것이며,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과 환율조작, 사이버 공격 등에 맞설 것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철강 덤핑 수출에 강하게 대응하고 티베트인들의 권리를 포함한 인권 문제 향상을 언급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하고 대만관계법도 준수할 것이며, 대만 국민들의 이익과 일치하는 양안 관계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한반도와 관련해 클린턴 후보는 오바마의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제재를 추진할 것이며, 북한을 올바른 비핵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 초점을 둘 것이다. 북한을 가학적 독재자(Sadistic Dictator)에 의해 통치되는 가장 압제적(repressive) 정권으로 묘사한다.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은 자국과 동맹국을 보호하고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며 북한이 국제 규정을 위반한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팀 케인 부통령 후보 역시 북한, 중국, 이란, 러시아를 권위주의 정권으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대북 제재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북정책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해 미·중 대화에서 북한 문제를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북정책에 대한 우선순위는 오바마 정부에 비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선 캠프의 제이크 설리번 정책자문은 클린턴 후보에게 북한 문제에 대한 우선순위는 매우 높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되는 현재 이란 핵협정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웬디 셔먼 전 국무차관은 과거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의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대북정책 조정관을 맡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조건적인 대화가 아닌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제재 및 압박정책을 한동안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웬디 셔먼 전 차관이 북한에서의 쿠데타에 대비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한 것을 보면, 현재의 대북정책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클린턴 후보의 대북정책은 국제사회의 제재, 지속적 한미 군사훈련,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 인권 문제 중시, 북한 정권 붕괴에 대한 공동의 이해 마련, 그리고 진지하고 강력한 외교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국의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동맹국들의 지원 요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방위비 분담금 상향 조정 요구 가능성도 존재한다. 오바마 정부에 비해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에 기반을 둔 미국의 대외정책 추진에 중점을 둘 것이며, 동맹국들에 대한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의 아시아정책 전망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전통적인 공화당의 대외정책과 다른 고립주의적 성향이다. 즉, 미국 국민들의 고통과 미국 패권의 약화, 중국의 부상 등을 수정할 방안으로 고립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패권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취했던 국제주의적 현실주의 기조를 부정하고 있다.

미국의 이익을 중시해 경제와 무역에 중점을 둔 대외정책을 강조한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중국의 수출보조금 제도와 잘못된 노동 및 환경 기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주장한다.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 미국의 군사력을 증대하겠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4월 27일 워싱턴에서 행한 외교정책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제시했다.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군사동맹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 지나치게 몰입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강력한 군사력 유지를 강조하고 있으나, 동맹국들에 방위비를 지급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1987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서한에서 미국은 일본을 방어해주는 것에 대해 세계로부터 조롱을 받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가장 부유한 국가를 방어해주는 대가로 아무것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마무리하고 일본과 다른 국가들이 자국 방어를 위한 비용을 부담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후보는 경제정책 중심의 대중국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이 경제적 위협이 된다는 점, 위안화 평가절하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이 기후변화 문제를 이용해 미국 제조업에 대한 비교우위를 점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 섬을 건설하는 것이나 군사력 투사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은 미국에 위협이 된다는 점 등은 주요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다.

그는 일본, 한국이 자국 내 미군 주둔비 분담금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체결한 많은 협정들에 대해 재협상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미·일 안보조약도 불공평한 조약으로 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은 매우 부유한 산업국가이지만 미국이 한국을 위해 하는 것에 대해 공평하게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이 미군 주둔 비용을 100%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담금을 늘리지 않으면 일본, 한국이 북한, 중국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핵을 개발하도록 허용할 것이라면서, 지금과 같은 미국의 나약함이 계속된다면 결국 일본과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고자 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향후 한국 등 동맹국들은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그의 고립주의 성향으로 말미암아 중국의 패권이 강화될 우려 또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김정은에 대해서는 미치광이(Maniac) 같지만 이를 인정해줘야 하며, 그의 무자비한 정권 장악력을 칭찬하고 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중단을 위해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하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의 유일한 외교 및 경제 후원국인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중 간의 무역관계를 카드로 이용한다면 중국이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북핵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와 관련해 중국 수입물품에 45% 관세 부과를 제시한다.

공화당 정강은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북한 인권을 제대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노예국가(Kim Family’s Slave State)로부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모든 이들의 안전을 위해 핵 재앙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며, 한반도의 긍정적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은 북한 핵 확산 행위의 완전한 설명과 함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이며, 북한 정권의 위협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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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미 브라운대 정치학 박사·전 미국 UC샌디에이고 방문교수.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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