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은 3단으로 구성된 대포동 2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설계 및 개발을 시작했다. 1단은 4기의 노동 미사일 엔진을 클러스터링(집적)하고, 2단은 1기의 노동 미사일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6년 7월 북한은 대포동 2호 장거리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수행했다. 하지만 이 미사일은 이륙 후 약 40~42초 만에 폭발했다. 시험발사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미 정보당국은 대포동 2호 ICBM이 소형· 경량의 핵탄두를 실을 경우 미 본토 서해안을 타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09년 4월 5일 북한은 은하 2호 위성 발사체를 발사했다. 이는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변경한 장거리 로켓이었다. 비록 북한 언론매체가 위성이 궤도에 안착했다고 주장했지만 누구도 우주궤도에서 북한의 위성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3단 로켓의 발사는 1단 로켓이 한반도와 일본 사이의 수역에 낙하되면서 기술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보였다. 탑재체와 함께 나머지 단은 태평양 해역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4월 12일 북한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은하 3호 로켓을 이용해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발사를 시도했다. 발사는 1단 엔진의 연소 종료 시점에서 실패해 로켓 추진체는 서해 앞바다로 추락했다. 미사일 기술의 이중 용도 때문에 미국과 한국은 이 발사를 장거리 미사일 시험으로 여겼고,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식량 원조를 중단했다.
드디어 2012년 12월 북한은 서해 발사장에서 은하 3호 장거리 로켓을 재발사해 성공적으로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았다. 북한은 이 로켓을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했지만 기술은 장거리 로켓과 매우 유사했다. 핵탄두 공격을 위해 ICBM은 재진입체를 추가해야 하는데, 이는 첨단 기술 및 고급 소재를 필요로 하며, 북한은 아직 이러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동식 ICBM인 KN-08 및 KN-14의 출현
2012년 북한은 평양 시내에서 김일성 탄생 100주기를 기념해 군사 퍼레이드를 벌였다. 여기서 KN-08이라는 이동식 ICBM을 선보였다. KN-08 이동식 ICBM은 6대의 중국제 8축 트럭인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에 실려 전시됐다. 2015년 10월에는 KN-08을 업그레이드한 이동식 ICBM인 KN-14를 선보이기도 했다. KN-14는 KN-08에 비해 전장이 짧고 3단계가 아닌 2단계로 구성된 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형·경량의 핵탄두 개발은 핵무기를 탄도미사일에 적용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북한은 2016년 3월 9일 KN-08 또는 KN-14 이동식 ICBM의 상단에 장착될 수 있는 핵탄두 구조도와 구(球)형의 핵폭탄 및 기폭장치로 추정되는 모형을 의도적으로 공개했다.
또한 ICBM 개발을 위해서는 소형화된 핵탄두의 개발과 함께 재진입체(RV, Reentry Vehicle)의 개발이 요구된다. 재진입체는 대기권으로의 재진입 시 발생되는 극단적인 마찰열 및 충격 등에 견딜 수 있고 공기역학적인 외형 설계 및 정밀한 유도제어 기술 등이 요구된다.
2016년 3월 15일 북한은 스커드 엔진으로부터 내뿜는 배기가스에 견디는 재진입체 형상의 소재 삭마 특성시험을 보여주며 ICBM의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내열 성능 확인 이외에 공력가열, 진동 및 압력에 대한 검증을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ICBM의 재진입체를 개발하려면 삭마 기술뿐만 아니라 복합소재 기술, 종말유도기술 등을 비행 시험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고추력의 ICBM 엔진의 지상 연소시험
북한은 2016년 4월 9일 새로운 타입의 ICBM용 엔진 지상 연소시험을 실시했다. 이 엔진은 옛 소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R-27의 4D10 엔진과 유사한 것으로 보였다. 엔진 및 노즐이 짧고 뭉뚝한 것으로 보아 SS-N-6 잠입형 엔진의 복제기술로 추정된다.
이 엔진은 2016년 한 해 동안 무려 8차례나 발사를 시도했던 무수단 미사일의 엔진으로 탑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무수단 엔진은 고에너지 추진제를 사용하고 고성능의 엔진 성능을 제공한다. TEL에 탑재해 발사되는 이동식 ICBM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미사일의 크기 및 중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잠입형 엔진 형상을 가지는 무수단 엔진은 이동식 ICBM을 위한 최적의 추진체로 여겨진다.
북한이 2월 13일 공개한 이동식 발사차량에 탑재된 무한궤도형 북극성 2형 탄도미사일.
북한은 그동안 기동성 및 은밀성이 보장되는 소형·경량의 이동식 ICBM인 KN-08, KN-14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필자는 KN-08 및 KN-14의 외부 제원을 기준으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미사일 엔진 조합을 구성해 사거리 분석을 수행했다. 재래식 엔진인 스커드 계열의 엔진(스커드 및 노동 엔진)을 탑재하는 경우에 어떠한 엔진 조합에서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의 사거리는 얻을 수 없었다.
따라서 북한은 무수단 엔진과 같은 고에너지 추진제를 사용하고 연소 방식이 효율적인 고성능의 엔진 개발에 상당한 재원을 투자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4월에 지상 연소시험에 성공한 ICBM용 고추력의 액체로켓 엔진이 바로 그것이며, 이 엔진을 KN-08 및 KN-14 ICBM의 1단과 2단에 적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ICBM에 사용할 수 있는 제3의 로켓 엔진 개발
KN-08 ICBM의 경우 1단에 무수단 엔진 2기 클러스터링, 2단에 무수단 엔진 1기, 그리고 3단에 버니어 엔진을 탑재한 시뮬레이션에서 250kg까지 핵탄두를 소형화·경량화할 수 있다면 최대 사거리는 1만3900km가 가능하나, 핵탄두 경량화가 500kg 수준까지 가능하다고 하면 최대 사거리는 8200km에 불과하다. 유사하게 2단으로 구성된 KN-14 ICBM의 1단과 2단에 각각 무수단 엔진 2기 및 1기를 탑재하면 250kg의 핵탄두에서 9800km, 500kg의 탄두 질량에서는 7500km의 사거리 성능이 가능하다.
따라서 북한 핵탄두 질량의 소형화·경량화 수준을 500kg 정도로 추정할 경우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최고 성능의 로켓 엔진 조합으로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의 이동식 ICBM에는 아직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더구나 2016년에 시도한 8차례의 시험발사 중 7차례나 실패한 무수단 미사일 및 무수단 엔진의 낮은 신뢰성은 소형·경량의 이동식 ICBM 개발에도 상당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로켓 엔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고추력의 대형 액체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9월에 북한은 80톤급의 고추력 대형 액체로켓 엔진을 개발해 지상 연소시험을 수행했다. 지상 연소시험을 수행했다는 의미는 아직 신뢰성을 갖춘 추진체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동식 ICBM에서 1단에 80톤 엔진 2기를 클러스터링하고 2단에 무수단 엔진 1기를 탑재하는 경우에 미국 전역 타격이 가능한 1만3000km 이상의 사거리를 얻을 수 있다.
지난 2월 12일에는 고체 추진제 모터를 탑재한 북극성 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의 고각발사 시험에도 성공했다. 이는 2016년 8월에 성공한 북극성 1형 SLBM을 지상용으로 전환하고 직경을 증가시켜 사거리를 늘린 미사일이다. TEL에서 신속하고 은밀하게 발사할 수 있는 북극성 2형 IRBM은 궁극적으로 고체로켓 모터의 크기를 확장해 ICBM의 모터로도 전용할 수 있다. 결국 북한은 다양한 로켓 엔진을 조합한 ICBM 개발에 좀 더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ICBM 엔진 개발에는 신뢰성 확보를 위해 아직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을 위한 관련 기술도 필요하다. ICBM의 재진입 기술은 유사한 환경 조건에서 반드시 비행시험을 통해 검증돼야 한다.
장 영 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미국 녹스빌 테네시대학 항공우주학 박사. 항공우주연구원 제품보증그룹장, 극소형 연구용 인공위성 ‘한누리 1호’ 개발. 한국과학재단 우주단 단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과학기술진흥 대통령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