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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설향 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 “장마당 세대로 남한 사회 적응 빨라…
글로벌 여성 사업가가 꿈”

10년 차 탈북민 승설향 씨는 대학생이면서도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국민대통합위원회 기자, 한반도선진화재단 간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장마당 세대답게 빠른 적응력과 적극적인 활동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있다.

“한국에 와서 처음 2년 동안은 식당 설거지부터 카페 바리스타까지 안 해본 일이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창업을 꿈꾸게 됐고, 창업을 하려면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대학 진학을 결심했고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2011년에 건국대학교에 입학했어요.”

승설향(29) 씨는 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탈북민이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하랴, 학점 관리하랴 정신이 없는 모습이 여느 대학생들과 다를 바 없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땐 앞이 깜깜했어요. 전공서적에 온통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들만 빼곡했으니까요. 재밌는 건, 남한 학생들은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했던 단어나 개념들을 그들도 잘 몰랐다는 거예요. 심지어 저한테 물어볼 때도 있었으니까요(웃음). 탈북민이라서 받은 차별요? 그런 건 오히려 없었던 것 같아요.”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안고 시작한 대학 생활은 자본주의를 이론으로 접하고 직접 체득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그 첫 단추는 바로 인터넷 쇼핑몰 운영이었다. 과 동기의 추천으로 한국청년정책연구원이 마련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게 계기였다.

국민대통합위원회 통통기자단 발대식. 국민대통합위원회 통통기자단 발대식.

“1차 미션 때 10만 원으로 장사를 해오라는 과제를 받았는데 다들 당황해했죠. 저는 북한에서 할머니와 함께 모자 장사를 했던 경험을 살려, 그 돈으로 음료를 팔아 80%의 수익을 남겨왔어요. 그 결과 1차에서 합격했고 2, 3차 교육과정을 거쳐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할 수 있었죠.”

이렇게 시작한 첫 창업은 ‘고행’의 연속이었다. 학교생활과 병행하며 운영하던 처음 6개월 동안은 밤낮이 바뀐 삶을 살았다.
“자본이 없어서 직원을 못 두니까 저 혼자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았어요. 수업을 받다가 고객 전화를 받으러 나간다거나, 밤에는 도매시장에 가서 옷을 떼어오느라 잠을 거의 못 잤죠. 재미도 있고 본전 이상 남기기도 했지만, 벤치마킹한 업체와 비교했을 때 자본이나 기술력 측면에서 한계를 인정하고 접기로 했어요. 실패가 아니라 나중을 기약한 거죠.”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로 거듭날 것”

승 씨의 도전은 영역을 불문하고 계속됐다. 그중 하나가 바로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기자 활동이다. 대통합을 주제로 그가 만난 많은 탈북민들은 승 씨의 또 다른 자산으로 남았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일상을 취재했어요. 특히 제가 ‘장마당 세대(1990년대 극심한 식량난으로 대규모 기아 사망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북한 세대)’인 만큼 장마당 출신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주로 담았죠. 한번은 탈북한 지 2년 정도 된 고려대 학생을 취재한 적이 있어요. 그 친구가 사업을 꿈꾸고 계획을 짜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를 보는 것 같아 색다른 기분이 들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역시 탈북민 최초로 한반도선진화재단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재단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청년학 포럼이 열리는데, 여기서 탈북자 출신 청년으로는 처음으로 발제를 하기도 했죠. ‘장마당 세대의 변화’를 주제로 이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경제·정치적 견해 변화를 분석한 내용이에요. 저처럼 어려서부터 자본주의를 경험한 장마당 세대는 남한 사회에 더 쉽고 빠르게 적응하는 것 같아요.”

 북한이탈주민영어교육센터(TNKR)에 참여한 승설향 씨와 외국인 강사들. 북한이탈주민영어교육센터(TNKR)에 참여한 승설향 씨와 외국인 강사들.

그래서일까. 승 씨는 또래의 장마당 세대 탈북민들과 비교하면 “자신은 전혀 성공 사례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후배들에게 전할 정착의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는 생각지도 못한 답이 돌아왔다.

“대학에 진학해 취업을 목표로 하는 후배들(탈북민)이라면 ‘계획적으로 휴학을 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저도 휴학을 해봤기 때문에 그 시간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지 잘 알거든요. 또 탈북민은 그 특수성 때문에 여러 단체에서 초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작정 가기보다 꼭 도움 되는 것 위주로 선별해서 가기를 추천해요. 에너지를 여기저기에 소모하면 정작 취업에 중요한 학점 관리에는 소홀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졸업을 앞두고 진로 고민이 한창인 요즘, 승 씨는 취업과 대학원 진학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여성 사업가로 성장하는 것이다.
“거창하지만 제 최종 목표는 글로벌 여성 사업가가 되는 거예요. 이를 위해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어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경제적 침체기에 빠져 있고, 그 대안으로 4차 산업혁명이 언급되고 있어요.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기 전에 미리 공부하고 준비한 다음, 2차 산업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북한과 남한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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