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LA 코리아타운의 또 다른 이름은 ‘서울특별시 나성구’이다. 재미동포 인구가 가장 많을뿐더러 한국과의 교감이 깊기 때문이다. 나성(羅城)은 LA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민주평통 LA협의회는 해외지역협의회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사회·경제적으로 리더를 많이 배출한 곳으로 꼽힌다. 이는 미국을 상대로 한 로비 역량이 있음은 물론, 친한파 정치인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지만 이념적으로 보수, 진보 구분 없이 함께 어울린다. 임태랑 LA협의회장은 “평화통일을 이루는 데 LA가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LA는 재미동포들에게는 맏형과 같은 지역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제2의 독립운동 거점 역할을 했던 곳인 만큼 LA에 거주하는 많은 한인들이 애국, 애족의 마음으로 헌신하죠. 그러다 보니 LA가 다른 지역보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유달리 높습니다.”
초콜릿을 주고받는 발렌타인데이인 2월 14일은 안중근 의사의 사형 선고일이기도 하다. 안중근 의사는 일제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독립운동가로 107년 전인 1910년 2월 14일 중국 뤼순 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미국 내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LA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 자금의 젖줄이었다.
통일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LA협의회가 마련한 작품 전시회.
2월 14일을 역사적인 날로 인식하도록 LA협의회는 올해 2월 14일 LA한국어교육원에서 북한 현실을 담은 ‘안보사진전’을 열었다. 이 사진전은 탈북민들이 주도한 것이다. 아울러 이날 오준 전 유엔대사를 초청해 국제 정세 및 남북한 현안에 대한 통일 세미나도 개최했다.
“행사 하나를 준비하더라도 훗날 역사에 기록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기획합니다. 지난해엔 전문가를 초청해 안보강연회, 통일 문제 간담회, 대북정책 세미나 등을 열었어요. 현재 북한의 실정과 정보를 알리고 지역단체 간의 친목과 상호 교류를 강화하는 데 효과가 큽니다.”
미국 이민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어려서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1.5세대나 미국에서 태어난 2, 3세대는 통일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민 1세대가 갖고 있는 통일관을 이해하지 못한다. LA협의회가 평화통일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동포 통일 세미나, 통일 콘서트, 통일방송, 통일체험박람회 등을 꾸준히 개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해 미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인 에드 로이스 의원을 초청해 차세대 지도자 70여 명과 민주평통 위원 250여 명이 참석해 통일 세미나를 열었어요. 그날 차세대 정치 지망생들과 에드 로이스 의원이 다양한 논의를 펼쳐 행사장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죠. 이 장면을 보면서 선조들의 애국정신을 이어받은 이민 1세대들이 후세대들에게 그 뜻을 전수하려 노력한 것이 결실을 맺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미 간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올해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 시대에 한반도 통일과 안보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어떤 영향을 받을지 알 수 없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LA협의회는 차분히 대응책을 강구한다. 전문적인 지식과 네트워크를 두루 갖춘 LA협의회 자문위원들이 트럼프 정부와 긴밀히 접촉해 한국 정부와 상호 교류 및 소통할 수 있는 평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정부의 통일정책에 따라 미 의회에서 활동하는 정치인들을 움직이는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일각에선 남북관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와 기본적으로 뜻이 상통하기 때문에 대북 강력 제재의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LA협의회는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한미관계를 확고히 하고, 신뢰 프로세스 이상의 통일정책을 안정적으로 수립·추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자 합니다. 다자외교를 통해 한국, 중국, 일본 간의 협의가 이뤄질 수 있는 외교적인 노력도 필요할 거고요.”
차세대 정치 지망생들과 후세대의 통일·역사 인식을 확고히 정립하기 위해 지난해 8월 1일 개최한 대북정책 세미나.
LA에는 현재 약 300개의 동포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하나의 공동체’를 표방하는 LA협의회는 분과위원회별로 ‘동포단체 협력계획’을 수립했다. 재정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이들 단체를 경제적으로 지원한다. “LA 지역사회의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란 게 임태랑 회장의 평가다. 정부는 그의 이런 공적을 인정해 지난해 12월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뜻이 있는 곳에도 어려움은 있게 마련입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LA협의회는 민족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구성원들과 협력해 평화통일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