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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뛰는 사람들

손재필 수원시협의회장 “탈북민 위안 주고 자립심 키우고
평화통일 대한민국 초석 다집니다”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탈북민은 약 1500명. 민주평통 수원시협의회는 탈북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은 물론 남한 사회에서 뿌리를 내려 자립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도 워크숍 때 탈북 과정에서 남편과 아이를 잃고 홀로 남한으로 온 탈북민이 100여 명의 참석자들에게 나눠주겠다며 쿠키를 구워 왔어요.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자신을 한국 정부와 민주평통 수원시협의회가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있어 감사의 표시로 준비했다고 하더군요.”

말을 차분하게 이어가던 손재필(60) 수원시협의회장의 눈빛이 이 지점에서 흔들렸다. 죽음의 고비를 이겨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열심히 살아가는 탈북민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손 회장은 민주평통 제9기부터 현재까지(제17기) 14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평소 국방·안보를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기며 통일정책을 실천해온 그는 지난해 12월 22일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했다. 지역사회와 탈북민들이 올바른 통일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애쓴 결과다.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열의를 끌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아파트와 지원금에 의존해 그들끼리 살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대한민국을 이끄는 국민으로 성장시켜야 해요. 탈북민들 스스로가 대한민국 국민이고 사회 구성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자립심을 키워주는 겁니다.”

수원시협의회는 탈북민의 자립을 돕기 위해 올해부터 바리스타와 제과제빵사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주 2회씩 총 6주 과정으로 창업교육을 실시한다. 또한 창업 지원금도 지원한다. ‘무보증, 무담보, 무이자’로 총 5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도록 최대 3000만 원을 대출한다.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남한에 오는 순간 다시 태어나는 것’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난관이 도처에 널렸다. 민주평통이 탈북민을 대상으로 생활수칙을 알려주고 훈련시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수원시협의회도 건강, 금융, 부동산, 공공서비스 등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강의한다. 이를테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는 법, 은행을 이용할 때 주의사항,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과정부터 당뇨나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수칙까지 하나하나 알려준다.

지난해 12월 2일 수원시협의회가 탈북민 자녀 초·중·고·대학생 23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일 수원시협의회가 탈북민 자녀 초·중·고·대학생 23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3無 창업자금·탈북 학생 장학금 지원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민주평통 임무 중 하나다. 물론 기관 하나가 움직인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과 국가가 이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다 큰 어른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먹고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도 그럴진대 하루아침에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해야 하는 탈북민들의 고충은 얼마나 크겠어요. ‘아이 한 명을 가르치려면 우주가 온 힘을 다해야 한다’는 말처럼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려면 국가와 국민이 온 힘을 다해 도와야 합니다.”

손 회장은 “탈북민 자녀 중 학업중단자가 많다”고 했다. 탈북 과정에서 대개 2년 이상 시간을 보내는데, 불가피하게 교육 공백기가 발생한다. 탈북 학생들은 남한 학생들의 지적 수준을 따라가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학업에 매진하려는 이들을 막는 것은 ‘경제력’이라는 현실의 장벽이다.

“한국 정부가 탈북민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으로는 생활하기도 빠듯합니다. 그마저도 취업하면 소득이 생기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금이 중단되죠. 탈북민 가정으로선 자녀를 위해 따로 교육비를 지출할 여력이 없어요. 탈북 학생 지원 시스템이 부실한 현 공교육 체제에선 학교 수업만으로 부족한 공부를 채우는 데 한계가 있고요. 탈북 학생들이야말로 사교육이 절실합니다.”

수원시협의회는 2015년부터 탈북민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지난해엔 초·중·고 및 대학생 23명이 장학금을 지원받았다. 올해도 분기별로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수원은 경기도의 중심이자 전국 특별시, 광역시 등을 제외한 행정시 중 가장 큰 도시다. 정조의 개혁사상과 효(孝) 문화가 스며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에 터를 잡은 수원시협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앞으로 수원시협의회는 전국 지역협의회 중 가장 크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체가 될 겁니다. 수원 지역 발전과 함께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끌어가는 곳이 될 거예요. 그날을 위해 늘 해왔던 대로 자문위원들과 협업을 통해 대한민국 평화통일의 초석을 다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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