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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러시아 전승절 참석 포석

북한의 외교 다변화 노력
남북관계 정상화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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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정은의 방러는 북한에 다양한 협력과 이익을 챙길 수 있게 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북한의 주 러시아 대사 김형준과 푸틴이 함께 한 모습.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5월 방러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김정은이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게 되면 다자 외교 무대에 공식 데뷔하는 것이다.
이는 은둔의 지도자란 이미지를 벗고 국제사회의 규범을 따르는 정상적 지도자의 모습을 과시하는 외교적 효과를 거두는 한편 대외 전략의 다변화 시도라는 점에서 김정은에게는 중요한 전략적 카드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5월 러시아 방문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는 일찍부터 김정은의 방러를 기정사실화하며 외교적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고, 북한은 공식 발표를 미룬 채 방러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는 모양새다. 중국도 맘이 편하지 않고 한국 정부도 그리 편한 마음은 아닌 듯하다.

집권 4년 차를 맞는 김정은은 그간 대내적으로 권력 기반의 안정성 강화에 주력하던 데서 벗어나 본격적인 대외관계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 비교적 신속하게 권력 승계를 마무리하고 ‘선군(先軍)’에서 ‘선당(先黨)’으로 당·정·군을 장악한 데 이어 2013년 장성택 처형을 정점으로 김정은의 대내적 정치 리더십은 일정하게 완성됐다. ‘더 이상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공언대로 시장을 허용하고 기업 자율권을 확대하면서 6·28 방침과 5·30 조치에 따른 신경제관리방법을 실시함으로써 플러스 경제성장을 이루고 그 나름의 경제적 안정성도 확보했다.

이제 김정은은 대내적 안정성을 토대로 본격적인 대외관계 정상화에 나서고 있고, 그 첫 시작이 바로 러시아 방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김정은이 방러 카드를 통해 얻으려는 외교적 노림수는 무엇일까. 국제무대 첫 데뷔라는 이벤트성 관심까지 불러일으키면서 김정은은 다차원의 전략적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의 방러 카드는 북한으로 하여금 러시아와의 전략적 관계 확대를 통해 다양한 협력과 이익을 챙길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북·러관계의 강화는 예견된 것이었다. 러시아가 오래된 북한의 부채를 전격 탕감해주고 대북 경제협력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음은 물론 북·러 간 상호 고위급 방문외교가 이어졌다. 급기야 지난해 11월엔 최룡해 비서가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했고, 양국 간 최고위급 회담과 군사협력 등을 합의하기도 했다.

경제 살리기에 사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김정은에게 러시아의 경제 지원과 협력은 이모저모로 쓸모가 많다. 연해주 지역의 농업 협력과 극동 지역 인력 송출 확대는 물론이고 나진·하산 협력 프로젝트 확대는 분명 북한에 적잖은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러시아제 전투기 도입과 합동 군사훈련 등 양국 간 군사협력도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해 최룡해 방러단에 노광철 인민군 부총참모장이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다.

경제 지원과 군사협력 확대는 김정은으로서는 러시아를 통해 비교적 용이하게 챙길 수 있는 이익이다. 3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외교적 고립을 돌파하고 경제적 이익까지 챙기는 실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사회의 국제 제재에 포위당한 러시아로서도 북한과의 관계 확대를 통해 외교적 돌파구 마련과 아시아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 있는 유용한 카드가 아닐 수 없다.

중국에 우회적 메시지 주는 방러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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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진·하산 협력 프로젝트의 확대도 김정은이 방러로 얻을 수 있는 선물의 하나다. 사진은 북한 나진항

김정은의 방러 카드는 중국에 대해서도 이른바 ‘쓰리 쿠션 외교’의 절묘함을 가능케 하는 외교적 한 수가 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체제와 김정은 체제는 가장 가까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이면서도 3년이 되도록 외교관계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에 북한은 한반도의 불안정을 가속시키는 애물단지로 비쳤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핵능력 증대는 오히려 중국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미국의 대한반도 군사력 투사와 한·미·일 군사협력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 북·중관계가 정치·외교적으로 정상적 관계가 아님은 그런 연유에서다.

그러나 김정은도 이제 대외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북·중관계를 풀어야 하고 사실상 지금의 방러 카드는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 주는 우회적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 즉 러시아를 방문한다지만 속내는 러시아를 활용해 중국을 겨냥한 쓰리 쿠션 외교인 것이다.

만약 북·중관계가 지금과 같이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5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이 성사되고 그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을 만나게 된다면 그 장면은 시진핑에게 매우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북·중 정상회담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3국에서 김정은을 만나 악수하게 된다면 시진핑으로서는 외교적 상처가 될 수 있다. 결국 지금 김정은이 방러 가능성을 흘리면서 이를 외교적으로 카드화하는 이면에는 중국으로 하여금 그 이전이라도 북·중관계를 정상화하라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김정은 자신도 중국을 거치지 않고 러시아에서 시진핑을 처음 만나게 된다면 그 정치적 부담을 감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김정은이 방러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만지작거리면서 카드화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미 중국도 지난해 말부터 기존의 냉랭한 북·중관계를 개선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3년 핵실험 이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2주기에 고위급 인사를 보내지 않았던 중국이 지난해 김정일 3주기에는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을 주중 북한대사관에 보냄으로써 3차 핵실험 이전의 북·중관계로 복원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바 있다.

이어 올해 1월 김정은 생일에는 과거 정상적 북·중관계의 상징이었던 이른바 ‘16자 방침’을 포함한 축전을 김정은에게 보내기도 했다. 때맞춰 왕이 외교부장도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중국도 이제 북·중관계를 어떻게든 정상화하고 복원해야 한다는 정치·외교적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은 이를 충분히 감안해 5월 방러 카드를 꺼냄으로써 중국으로 하여금 방러 이전에 북·중 관계 정상화를 결심하도록 매우 절묘한 쓰리 쿠션 외교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국제적 스타일 이미지 제고에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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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정은은 아내 이설주를 공개석상에 자주 동반하는 등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김정은의 방러 카드는 또한 다자 외교 무대에 공식 데뷔함으로써 은둔의 지도자란 이미지를 벗고 국제사회의 규범을 따르는 정상적 지도자의 모습을 과시하는 외교적 효과를 거두게 해줄 것이다. 서방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개방적이고 공개적인 리더십 스타일을 보여왔다. 부인을 공식 행사에 대동하고 등장하는 모습은 분명 김정일에게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

신년사를 공개적으로 육성 연설하는 장면도 김정일과 다른 모습이다. 신적 존재인 북한의 수령 김정은이 군인들과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고, 인민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 등은 감성적인 리더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전용 비행기를 공개하고 공식 일정을 비행기로 소화하는 모습도 김정일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은둔형의 폐쇄적 리더십으로 일관했던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서방에서 교육받은 지도자로서 김정은은 아버지와 달리 국제사회에 정상적인 모습으로 데뷔를 함으로써 젊고 개방적이고 국제화된 지도자의 모습을 과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계기를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찾고자 하는 셈이다. 김정일이 단독 정상회담만 극히 제한적으로 했던 것과 비교해본다면 러시아 전승절 기념행사 무대에서 외국 정상들과 다자 외교를 펼치는 김정은의 모습은 분명 국제적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북·러관계를 강화하고 북·중관계 정상화를 압박하면서 동시에 국제무대에 정상적으로 데뷔하려는 김정은의 다각적 외교 전략이 이번 러시아 방문에 녹아들어 있음은 사실상 기존의 북한의 대외전략과 비교할 때 조금은 다른 변화를 감지하게 한다. 지금까지 북한의 가장 중요한 대외전략은 북·미관계 정상화를 통해 체제 인정과 안전 보장을 담보받고 다른 한편으로 남북관계를 통해 경제적 지원과 혜택을 얻어내려는 것이었다. 이는 탈냉전 이후 일관되게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에 임하는 북한의 전략이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에 들어 북한의 대외 전략은 상대적으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중요성이 약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북·미관계는 2012년 어렵사리 채택된 2·29 합의를 깨고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장기간 정체되어 있는 가운데 북한이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북·미 협상에 매달리지 않는 모습이다. 2013년 6·16 대미 고위급 군사회담 제의 이후 사실상 대화 제의가 중단된 상태다. 남북관계 역시 2013년 이후 간헐적 대화 제의가 있었지만 교착 국면이 길어지면서 과거처럼 남북대화에 북이 그다지 절박하게 접근하지 않고 있다.

북·미관계 집착 않고 외교 다변화 모색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지금 김정은의 방러 카드는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보완하는 대외 전략의 다변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여전히 북·미 협상이 중요하고 남북대화가 중시되긴 하지만 그게 여의치 않다면 북한은 이제 이에 매달리지 않고 북·러관계와 북·중관계, 북·일관계 등으로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고 외교 다변화를 통해 자신들의 안보 이익과 경제 협력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남북관계 경색이 지속되면 결국 북한이 고립을 이기지 못하고 한국에 손을 내밀 것이라는 과거의 접근법은 이제 비현실적이다. 남북관계 교착 국면에서도 북한은 북·일 교섭 재개와 북·러관계 강화, 북·중관계 정상화 및 외교 다변화 등을 통해 우회 전략을 매우 적극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대북 정책 기조는 어떠해야 할까. 오히려 남북관계 개선과 정상화를 통해 우리의 대북 지렛대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북한은 남북관계에 대한 관심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최고위급 회담을 거론하고 아직도 남북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북한의 외교 다변화 노력이 남북관계를 보완할 수는 있어도 아직 대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남북관계 정상화를 통해 우리의 대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확대하는 일은 지금 필요하고 또한 가능하다. 김정은의 방러 카드를 속수무책으로 수수방관할 게 아니라 북한의 대외 관계 확대에 주목하면서 정체 국면을 지속하고 있는 남북관계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대북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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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경남대 정치학과 교수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동 대학원 정치학 박사. 서울시 남북교류 협력위원,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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