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으로 선출된 이양희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
미얀마의 인권 상황을 평가하고 국제사회에 알리는 임무를 맡은 그는 “오랜 군사독재 기간 국제사회로 향한 문을 닫고 있었던 미얀마가 개방에 성공한다면 북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고 말한다.
“인권은 보편적인 권리입니다. 진영 논리를 따를 수 없고 따라서도 안 됩니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잣대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인권입니다.”
이양희(58)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는 자신을 ‘인권 외치는 사람’이라고 칭한다. 평생 아동학자이자 인권 지킴이로 살았다. 한국아동학회 부회장, 한국유니세프위원회 이사, 국제아동학대예방학회 집행이사, 한국장애아동인권학회 회장,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전문위원, 국제아동인권센터 대표…. 이 같은 활동이 보여주듯 연구실과 강단이 아니면 인권 현장에 서 있었던 그다.
그런 그가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유엔 인권이사회(UNHRC)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으로 임명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2007년에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으로 뽑혔을 때도 ‘한국인 최초’를 기록한 바 있다. 2006년 설립된 유엔 인권이사회의 인권 특별보고관은 북한을 비롯해 이란, 시리아 등 14개국의 인권 상황을 평가하고 개선사항을 권고하는 일을 한다. 이양희 교수가 미얀마를 지원한 것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일을 하던 당시부터 미얀마의 인권 상황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사진> 미얀마 국제 인권위원회 회원들과 함께한 이양희 교수(사진 왼쪽).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미얀마를 방문해 샨족 반군 활동지인 샨주 라시오, 이슬람교도와 불교도 사이의 종교 분쟁이 심각한 라카인주 시트웨 등의 상황을 유엔에 보고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나 면담하기도 했다. 위험 지구를 돌며 물리적인 위험도 적잖았고, 협박도 여러 번 받았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된 임무다. 그의 활동은 특히 지난해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얀마는 오랜 군사독재를 거쳐 최근 경제적 필요성 때문에 4년 전부터 세계에 문을 열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파트너’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권 탄압국이라는 오명에서 빨리 벗어나는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군부가 유엔의 활동에도 비교적 협조적이었죠. 미얀마는 반드시 개방과 경제 개발에 성공해야 합니다. 그래야 북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미얀마는 식민지 역사나 오랜 군사독재 경험, 사방이 강대국에 둘러싸여 영토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점 등에서 한반도와 공통점을 많이 갖고 있다. 북한과도 각별히 가까웠던 나라다. 그래서 미얀마는 북한의 ‘전범’이 될 수 있다는 것.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했더니 그만큼 자국에 돌아오는 이득이 많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북한에 좋은 개방 모델이 될 수 있으리라고 이 교수는 믿는다.
아동 전문가로서 기회 닿는 대로 북한 어린이 도울 터
이 교수가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국제기구에서 활동하게 된 데는 가족사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양희 교수의 부친은 원로 정치인인 이철승(93) 대한민국 헌정회 원로회의 의장. 딸이 국제기구에서 활동하기를 꿈꾸었던 부친은 “국제 활동을 하는 데 꼭 필요한 게 언어”라며 딸로 하여금 불문학을 전공하게 했다. 이 교수가 사회문제에 일찍부터 눈을 뜬 것은 부친이 미국 망명을 하는 바람에 어려서 미국의 빈민촌에서 살며 소수자로서의 체험을 해본 것이 밑바탕이 되었다.
민주평통 여성부의장직을 제의받았을 때는 적이 망설였다. 그간 통일 운동에 관심을 가져볼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그의 마음을 움직여 부의장직을 맡게 한 것은 ‘통일의 당위성’이다.
“통일은 우리 국민 5000만 모두의 소망 아닙니까. 저도 당연히 관심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아버지 소원이 뭔지 아십니까? ‘투평(two平)’이에요. 돌아가시기 전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눈으로 지켜보시고, 평양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지요. 그 꿈을 이뤄드려야죠.”
<사진> 지난해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는 아웅산 수치 여사와 면담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통일은 지금 바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남과 북이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던 만큼 지금 당장 통일이 되어도 서로 가치관과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에 하나의 사회를 이루는 데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결핍된 환경에서 자라나는 북한 어린이들의 발육과 성장이 뒤떨어진 것은 엄청난 통일 비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진단이다.
“그래서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북한 어린이들의 발달 상태를 측정하고 개선하는 데 기술적 도움을 줄 생각이며, 이런 뜻을 국제기구에서 만난 북한 대표단들에게도 전한 바 있습니다. 아동 전문가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북한 어린이를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