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시리아에서 활동중인 IS의 거리 시위 모습.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가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국제적인 대테러 공조와 다국적군 지상작전 투입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동 정세의 이런 변화는 과연 한반도 통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고, 우리 정부가 중동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지 점검해본다.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외국인 인질 참수 및 화형을 포함한 테러 행위가 중동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을 위협하면서 이에 대한 국제적인 대테러 공조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 내 IS에 대한 다국적군의 지상작전 준비가 본격화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3년 기한의 무력사용권(AUMF) 승인을 의회에 공식 요청하면서 특수부대를 동원한 제한적 지상작전 가능성을 2월 11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 이틀 후에는 제3전투여단 4000명을 쿠웨이트에 파견했다. 지상전을 대비한 것이다. 4, 5월 중 개시할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 탈환작전을 위해 이라크 정부군 등 병력 2만5000명을 투입할 것이라는 군사작전 계획도 2월 19일 언론을 통해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중동에 다시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군사적 조치 외에 테러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외국인 테러 전투원 방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테러 전투원의 모집과 조직화, 이동, 여행 및 활동 경비 조달을 막기 위한 것이다. IS 등 테러 조직에 대한 군사적 조치로만 테러를 완전히 차단하기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2월 18일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테러 대응 정상회의도 열렸다. 세계 60여 개국에서 참가한 이번 회의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 극단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정보 공유를 포함해 IS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암 덩어리’ IS에 대한 다국적 해체 작전
미국은 이미 다국적 동맹군을 결성해 IS에 대한 군사작전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8일 오바마 대통령은 IS에 대한 공습을 승인했다. IS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의 수도 아르빌로 진격할 경우 민간인 대량 희생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8월 18일에는 미군 공습의 지원 아래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 자치정부군이 모술 댐을 탈환했다.
다음 날 IS는 미국인 폴리 기자를 참수했다. 참수 소식으로 미국 여론이 들끓던 8월 26일 오바마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미 재향군인회 연차총회에 참석해 IS의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 참수 사건을 거론했다. 그는 연설을 통해 “IS와 같은 암 덩어리를 뿌리 뽑는 것은 쉽지도 않고 단시간에 끝날 일도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미국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며 인내심을 갖고 반드시 응징해 정의가 실현되도록 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 분산되어 있는 IS의 활동 범위를 고려해 시리아까지 공습을 확대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지난해 9월 2일 또 다른 미국인 종군기자가 참수되면서 미국 정부의 공습 확대 준비가 본격화됐다. 그리고 9월 22일 미국과 아랍 동맹국들은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 시리아에 위치한 IS의 훈련소와 지휘시설, 창고, 금융센터, 무장 차량 등이 목표였다. 9월 24일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IS를 ‘죽음의 네트워크(Network of Death)’로 규정하면서 격퇴 의지를 밝혔다. 그는 “IS가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을 넘나들며 테러를 자행하면서 어머니와 누이, 딸들이 성폭행을 당하고 무고한 어린이들이 총에 맞아 숨지고 있다”면서 “미국은 광범위한 국제 연합전선을 형성해 이 죽음의 네트워크를 반드시 해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대응은 IS의 위협이 기존의 다른 테러 세력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IS는 알카에다 등 기존 테러 조직보다 더 잔혹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과 전 세계에 심리적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이 그 목표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IS가 전략적 측면에서 알카에다와 차별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사진> 지난 1월 30일(현지시간) 촬영된 시리아 코바니 사진. IS에 의해 파손된 건물들이 보인다.
지하드(성전) 인식에서 IS는 오사마 빈 라덴과 다르다. 서방의 침략에 대해 지하드를 수행함으로써 이슬람 공동체(Ummah)를 보호한다는 방어적 개념의 지하디즘이 빈 라덴의 인식이었다. 그러나 IS는 타크피르(Takfir, 다른 무슬림을 불신자로 규정하는 시각 혹은 행위) 개념을 적극 활용해 다른 무슬림에 대한 공격도 주저하지 않는다.
즉, 빈 라덴의 지도하에 알카에다가 내부의 적보다는 서방을 자극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었다면, IS의 최고 관심사는 내부적 정화(Purification)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는 물론 중동 이슬람 국가들이 IS 사태에 민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IS는 다른 테러 조직과 달리 또 경계는 모호하지만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서부를 아우르는 영토에 대한 통치권을 주장하고 그 지역에 ‘칼리파 제도’를 수립했다. 어떠한 국가도 이를 승인하지는 않았지만, 테러 조직이 수립한 최초의 칼리파 국가다. 방대한 ‘영토’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도 큰 의미를 갖지만, 더 중요한 것은 IS가 실제로 국가의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정치 행위도 통치도 지하 활동이 아닌 공개적인 방식이다. 장악 지역에서 그 나름의 대중 지지도 확보하고 있다.
물론 시리아의 내전과 이라크의 종파 갈등과 같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역내 불안정으로 말미암아 IS가 이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존 국가의 통제권이 상실된 지역에서 IS는 영향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통치 자금을 마련하고, 전사를 훈련시키고, 대중의 지지를 강화하고 있다. 다른 어떤 테러 조직들이 과거에 달성한 적이 없었던 수준의 영향력이다.
다행히 현재의 내전이 이라크 혹은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위험은 크지 않다. IS는 무장대원의 수가 최대 4만5000명에 불과한 조직이다. 50만 명 이상의 군경 병력을 가진 중남부 시아파 지역 혹은 미국이 절대 사수하려고 하는 쿠르드 지역까지 진출할 우려는 없다. 더욱이 최근 다국적군의 대대적인 공습과 쿠르드 민병대에 대한 서방의 무기 및 물자 지원으로 IS는 점차 약화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 측면으로만 IS 격퇴를 말하기는 어렵다. 적은 병력에도 불구하고 IS가 넓은 지역을 빠르고 쉽게 장악하고 점령하는 이유는 시아파 정권에 불만을 가진 수니파 주민들의 지지 덕분이다. IS는 2003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다국적군의 공격으로 몰락한 이후 등장했다. 수니파 후세인 정권이 교체되고 총선을 실시하면서 인구의 65%를 차지하는 시아파가 권력을 장악했다. 미군 주도 점령에 대한 불만, 시아파의 권력 독점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세력이 IS다.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위험 없어
최근 IS가 급성장한 것은 시리아 내전 때문이다. 시리아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수니파 반군이 국제사회의 무기와 장비를 지원받으면서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의 알라위파(Allawi, 시아파의 일파) 집권 세력과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에 본거지를 둔 IS도 시리아 내전에 참여하면서 막대한 무기와 장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위험도 거의 없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중동 국가들은 국내 문제로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이라크를 둘러싼 주변국들도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은 서방과 핵 문제를 둘러싸고 최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면서 서방과의 관계 개선과 핵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이란이 미국과 서방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 내전에 적극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3년 이상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도 이라크 문제에 깊이 개입할 상황이 아니다. 서방과 중동 간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터키도 무리해서 이라크의 특정 세력을 지원할 개연성이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의 봄 물결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자 정신이 없다.
<사진> IS의 준동을 방치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순방에서 올린 세일즈 외교 성과
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한반도 안보와 경제 교류에 영향 줄 수도
중동 전역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없음에도 IS의 성장과 ‘국가 선포’는 국제정치 역학구도에서 볼 때 심각한 사안이다. 이슬람 과격 세력이 실질적으로 국가를 갖게 된다면 우선 중동의 정치 지형이 바뀔 수밖에 없다. 반정부 세력 혹은 반군 조직으로 활동하는 중동 각국의 이슬람 세력도 IS의 전형을 따르려 할 것이다.
IS 사태는 3월 초 중동 4개국을 순방해 제2의 중동 붐 조성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그동안 에너지·건설 분야에 주력했던 것에서 탈피해 보건·의료, 식품·농업, 원자력, 정보통신기술(ICT), 교육, 문화 등의 분야로 대중동 교류를 다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IS 사태가 조기 수습되지 않고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이 고조된다면 중동 국가의 대외 협력 기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과거 한국 기업이 리비아 건설 현장에서 모두 철수한 것처럼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사진> 미국이 IS 격퇴를 위해 레바논에 지원한 무기가 지난 2월 8일 베이루트항에 도착
했다.
이 때문에 IS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은 포괄적이어야 한다. IS 격퇴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군사작전과 더불어 지지 기반인 수니파에 대한 지원, 그리고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동반되는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포괄적 노력에 우리가 동참해야 한다. 테러와의 전쟁 차원에서 우리가 군사작전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반면 구호 활동과 외교적 협상과 같은 비군사적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더불어 IS 사태와 미국의 중동 재개입 상황에 대해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제한적인’ 재개입이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아시아 중시전략(Pivot to Asia)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 핵 문제와 중국과 일본의 대립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긴장 상황에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 것이 IS로 촉발된 최근의 중동 사태다.
테러 세력의 준동이 신속히 수습되지 않으면 한반도 통일을 위한 평화적 환경 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북한이 혼란한 국제정치 역학을 이용해 테러나 군사 도발을 감행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카이로 아메리칸대 석사,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 중앙일보 카이로 특파원을 역임했으며 외교통상부, 법무부 난민위, 경찰청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