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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부는 시장화 바람

시장경제에 맛들인 북한 주민
사회·경제 구조 바꾼다

분석
<사진> 중국 압록강변 지역에서 세트로 팔리고 있는 북한 화폐. 현재 북한에서 쌀 1kg은 북한돈 4000원이다.

북한의 경제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북·중 경제협력마저 주춤한데도, 치솟던 물가와 환율이 안정세로 돌아서는 추세다. 바로 ‘밑으로부터의 시장화’ 때문이다. 북한 주민은 이미 시장주의 경제에 물들어가고 있다. 그 구체적 모습을 살피고, 시장화의 원인과 예상 가능한 결과를 짚어본다.

북한 경제는 여전히 국제사회의 원조 없이는 유지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북한 경제가 꿈틀거리고 있다. 이견은 있지만, 북한 경제가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2011년 0.8%, 2012년 1.3%, 2013년 1.1%의 추이를 보인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에도 1%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가와 환율도 급등세에서 점차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다. 2011년 이후 쌀 가격은 1kg에 북한 돈 4000원, 환율은 1달러에 북한 돈 5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때 쌀 가격이 1kg에 7000원, 환율이 1달러에 8000원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것이다. 물가와 환율의 높낮이를 떠나 상당 기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성적인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에서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북·중 경제협력마저 주춤하는 현실에서 이런 변화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북한에서 확산되는 ‘밑으로부터의 시장화’가 한몫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경제정책 성과라기보다는 한계에 봉착한 경제 여건에서 북한 주민과 농장 및 기업소들이 스스로 생존하는 방식을 찾다 보니 나타난 일시적인 결과가 아닐까 짐작된다.

배급제는 무너지고 북한 당국의 공급 능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중앙집권적 경제 시스템으로는 더는 경제를 지탱할 수 없는 구조에 빠져든 것이다. 그렇다 보니 북한의 각 경제 단위에서는 자체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택하게 되고, 당국은 이를 허용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과거처럼 시장화를 무조건 차단하기보다는 밑으로부터 일고 있는 시장화를 묵인하고 허용하는 과정을 거쳐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북한이 ‘우리 식 경제관리 방법’으로 표현하는 ‘6·28 방침(2012년 6월)’이고 ‘5·30 조치(2014년 5월)’다.

북한은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에서 가격과 임금 인상, 배급제 개선, 공장과 기업소의 자율성 확대 등을 추진했으나 당시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결국 실패했다. 그 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북한은 시장화가 점차 확대되면서 당국은 시장경제 조치를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협동농장과 공장, 기업, 상점 등을 대상으로 생산과 분배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자율경영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협동농장의 경우 현재 20~30명으로 구성된 분조 단위를 없애고 가족 단위로 재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족 1명당 1000평씩 나눠주고, 당국이 농자재를 공급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다르나 소득은 대체로 국가 40%, 개인 60%로 나누는 방식이다. 일한 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북한의 5·30 조치 내용

과학기술과 생산경영관리 경합
• 생산과 기업 관리의 모든 공정과 요소를 과학화
• 연구개발 촉진, 기업집약형 기업으로 전환

사회주의 기업 책임 관리제
• 실질적인 경영권 보장
• 창발적 기업 활동

기업 경쟁력 제고
• 제품개발권, 품질관리권, 인재관리권 행사

주인의식
• 분조 단위의 담당 책임제(농장, 기업소)
• 설비 가동 제고 및 생산성 향상

노동 평가와 분배
• 일한 만큼, 번 만큼 보수 제공

근로자 생활여건 보장

• 건강과 노동안전
• 물질 문화생활 조건 충족

경제사업 지도
• 당위원회의 집체적 지도
• 경영관리 지식 습득, 지도관리 수준 제고

일군 책임
• 경제관리 방법 혁신


‘메뚜기 장’ ‘똑똑이 장’ 등 이색 시장 속출

북한 주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 상품시장이다. 북한에서 국가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상품 유통시장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장마당’은 사람이 운집하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나 열리면서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300여 개였던 장마당이 무려 400개를 넘어섰다.

분석
<사진> 압록강변에서 불법 물물교환을 하고 있는 북한주민들.

북한 경제의 시장화 정도가 정확하게 어느 수준인지 알 수는 없지만, 시장이 없으면 주민들은 이제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일반화한 것만은 사실이다. 시장을 통한 사적인 경제 활동에 얼마나 참여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시장화 비율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유엔의 북한 인구조사 통계(2008년)를 토대로 북한의 시장화 진전 정도를 계산한 결과, 시장화 비율이 무려 83%로 추산됐다. 북한의 16세 이상 인구(약 1737만 명) 가운데 83%인 1448만 명이 시장을 통해 비공식적 경제 활동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탈북자 조사에서도 시장에서 장사를 해본 경험자가 10명 중 7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을 비롯한 비공식 경제 활동으로 벌어들인 소득이 전체 소득의 70~80%에 달하고, 비공식 시장에서 지출하는 금액도 소득의 80~90%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화 바람을 타고 북한의 곳곳에 ‘길거리 매대’가 늘어나고 있다. 주변 식당이나 기업소에서 돈벌이 장사를 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서고 있다. 허가를 받지 못한 개인들은 단속을 피해 이동식 길거리 매대를 운영하기도 한다. ‘메뚜기 시장’이라는 재미나는 시장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단속을 피해 메뚜기처럼 폴딱폴딱 뛰어서 다른 곳으로 돌아다니면서 판매하는 암시장을 일컫는 말이다. ‘달리기 장’, ‘똑똑이 장’이란 새로운 시장도 등장했다. ‘달리기 장’은 허가받지 못한 장사 활동을 하다 망 보는 사람이 단속원이 떴다고 알려주면 상품 보따리를 싸서 다른 곳에 도망가 다시 장사하는 것을 이른다. ‘똑똑이 장’은 일종의 방문 판매다. 집집마다 방문하여 문을 똑똑 두드려 물건을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불법적인 상품을 유통하는 경우에 많이 이루어진다.

분석
<사진> 북한에도 휴대폰이 300만 대 보급되면서 정보 유통이 빨라지고 있다.

유통되는 물품은 다양하다. 주민들의 생활용품에서부터 공장에서 필요한 원료와 자재까지 거래되고 있다. 북한 주민에게는 전자제품, 화장품, 식품 등 한국산을 비롯한 외국산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북한 내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끈 품목은 쌀, 차량 부품, 피자, 먹는 샘물, 아파트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교 자본이 북한 건설시장에 뛰어들면서 아파트, 상가 등에서 부동산 투자 붐도 나타나고 있다.

북한의 젊은 층과 여성층을 중심으로 창업 열풍도 불고 있다. 비즈니스를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규모 창업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 휴대폰이 300만 대까지 보급되면서 정보 유입과 유통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으며 외부 세계와 접촉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의 시장화 변혁도 일고 있다. 개인 장사가 활성화하면서 사적 돈 거래가 생겨나 전문 사채업자까지 등장했다. ‘돈주’들은 자금 사정이 어려운 개인뿐만 아니라 공장, 기업소, 협동단체 등에 고금리로 자본을 빌려주기도 한다. 신용도에 따라 사채 금리가 결정되는데, 연 이자가 100%가 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신용카드가 등장해 상거래 때 이용되고 있다. 북한은 2010년 말 조선무역은행이 외화 결제용 직불카드인 ‘나래’를 발행하고 고려은행을 통해 ‘고려’를 내놨지만 신용카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평양 시내 호텔과 택시 등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확대되는 등 카드 거래 이용이 늘고 있다. 상점과 빵집, 맥주집 등에서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포인트 카드’도 도입됐다. 한번 찾아온 손님에게 할인 쿠폰을 발행해 또다시 찾게끔 하고 있다. 일종의 자본주의 마케팅 금융기법이다.

분석
<사진> 금강산 호텔 기념품 코너에 전시된 북한 상품들.

금융상품 개발과 신용카드 이용 촉진

최근에는 북한이 예금이나 적금 상품을 개발하고 주민의 신용카드 이용을 추진하는 등 금융 시스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2015년 2월 3일 북한 김천균 조선중앙은행 총재의 인터뷰 기사에서 북한의 금융제도 변화를 언급했다. “경제 건설에서 제기되는 자금 수요를 국내 자금을 원활하게 회전시키는 방법으로 충족시켜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새 금융 상품의 개발, 인민 생활 영역에서의 카드 이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 상품 개발과 신용카드 도입을 통해 주민들의 저축을 유도하고 이를 경제 개혁의 밑천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북한에서 시장화가 확산되면서 사회·경제 구조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경영 체제로 수익을 많이 내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근로자들은 생산 실적에 따라 일반 근로자보다 월급이 100배에서 최고 200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간부들이 사표를 내고 돈 많이 버는 기업소에 취업하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한다.

사회적인 의식도 크게 변하고 있다. 돈이면 뭐든 다 된다는 ‘금전 만능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 시장경제의 확대는 북한 내부적으로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는 북한의 신흥 부유층과 빈곤층 간의 갈등마저 유발하고 있다. 부유층은 대형 아파트에 외제 TV와 가전제품, 외국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반면, 상당수 주민의 영양부족 현상이 계속되는 등 고질적인 빈곤 문제는 여전하다. 평양의 문수물놀이장 패스트푸드 바에서는 햄버거 한 개가 북한 돈 1만 원에 팔리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북한 노동자 월급의 2, 3배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지난해 말부터 피자 가게가 생겨나 돈 있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데, 한 판에 북한 돈으로 3만 원이나 한다. 시장화 확대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현상과 지역·주민 간 양극화 심화, 부정부패 만연은 북한 당국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의 시장화 흐름은 다시 되돌릴 수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화가 나타나고 이것이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경제에 맛을 들인 북한 사회와 주민을 북한 당국이 무조건 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호지세(騎虎之勢)란 말이 있다.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이므로, 도중에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를 뜻한다. 북한 경제에 부는 시장화 바람이 요즘 딱 이런 모양새에 비유된다.

북한 당국은 시장화가 체제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회생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한 경제 개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핵 무력 병진노선’을 버리고 ‘경제·시장 병진노선’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의 통일 준비도 북한 경제의 올바른 시장화를 확산하고 유도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북한 경제의 시장화는 주민 생활 향상을 가져오고 결국 개혁·개방으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남북한의 동질성을 회복해 통일의 시발점이 된다. 우리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시장화가 확산되고 안정적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시장경제라는 인프라를 까는 일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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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동아대 경제학 박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북한연구학회 부회장, 개성공단 자문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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