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2015 미주 청년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미주 22개 나라에서 활동하며 우리 나라를 알리고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할 수 있는
미래의 통일 주역 8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 뜻깊은 행사였다. 이 행사에 참가한
중미카리브협의회 과테말라지회 장정윤 자문위원의 참관기를 통해 이 행사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본다.
장정윤 중미카리브협의회 자문위원(과테말라 거주)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이 장애물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마음을 우리는 용기라고 한다.”(알프레트 아들러, <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에서)
지난 3월 19일, 과테말라의 새벽을 가로질러 멕시코시티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경이었다. 사실 이런 청년 컨퍼런스가 처음인 나는, 오후까지 기다리는 동안 조금 어색한 기분에 마음이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중미카리브협의회 과테말라지회의 16기 자문위원으로 처음 위촉받아 활동한 지 아직 2년도 되지 않아 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 무언가 내세울 만한 것도, 또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는 생각에 조금은 위축되는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갖고 들어선 행사장, 컨퍼런스홀에서는 박래곤 간사의 사회로 2015 미주 청년 컨퍼런스가 시작됐다. 긴장 속에서 현경대 수석부의장의 기조연설을 들으며 조금씩 마음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현 수석부의장은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의 자문위원으로서 조국에 대한 사랑과 긍지를 갖고 북한 동포를 사랑하는 열정으로 통일을 염원하며 그 염원을 함께 이루어가는 청년 자문위원이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진 첫 강의는 ‘글로벌 한국 청년들의 두근두근 통일 외교’라는 주제로 박기태 반크(VANK)단장의 강의였다. 우연찮게도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이분의 강의를 처음 들었던 때가 떠올랐다. 과테말라 한국학교에서 교사로 봉사할 때 참가한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주최 교사 연수에서였다. 그때 들은 두 시간의 강의는 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이자 교사이던 나에게 크고 강렬한 도전이 되었고, 그 열정은 지금 내가 민주평통 자문위원이 되기까지 이어진 셈이었다. 이 강의를 들으니 그때의 결심과 용기가 다시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 같았다.
가까이 있는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을 바르게 설명하는 작은 용기에서 시작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나라사랑 홍보 활동은 이제 무려 400편의 영상을 제작하고, 아름답고 창의적인 홍보물을 통해 통일한국의 미래를 전 세계에 알리며, 70억 세계인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의를 통해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한국에 대해 잘못 알려져 있는 것을 바로잡는 것, 교과서나 국가기관의 기록물에서 오류를 찾아 고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또한 박기태 단장의 말처럼, 현지인에게 통일한국의 비전을 바르게 설명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용기 있는 민주평통 자문위원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이 순간부터 위축되어 단단하기만 했던 나의 마음이 서서히 변화되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어진 분임토의 시간에서는 각국 자문위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속한 2분임에서는 ‘청년이 여는 통일’이라는 주제하에 청년 자문위원들이 보다 더 큰 열정과 강한 책임감으로 민주평통 자문위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활동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청년 활동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이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나누었다.
이 시간을 통해 ‘용기’라는 씨앗은 나 혼자가 아닌, 모두의 마음에서 함께 심어져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통일을 위해 나아가는 길은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고 혼자서는 가기 힘든 길이다. 같은 마음, 같은 비전을 품고 있는 민주평통 자문위원이 전 세계에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더욱 힘이 솟는 것 같았다.
어느덧 무겁던 마음의 긴장은 풀어지고, 걱정은 기대로 변해 기쁜 마음으로 첫날을 마무리했다.
<사진> 현경대 수석부의장은 미주 청년 컨퍼런스에서 “북한 동포를 사랑하는 열정으로 통일을 염원하고, 그 염원을 함께 이루어가는 청년 자문위원이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통일에 대한 의지 새로 다지는 기회
다음 날, 어느 때보다 화창하고 맑은 멕시코의 아침이 밝았다. “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그 주역은 여기 이 자리에 참가한 청년 자문위원일 것”이라는 오병문 중미카리브협의회장의 개회 인사와 “정부의 평화통일 의지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민족 모두가 함께할 때 우리가 꿈꾸는 통일은 어느덧 현실이 될 것”이라는 홍성화 주멕시코 대사의 환영사를 통해 통일을 향한 각오를 되새기게 되었다.
또한 “거주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해외 거주 청년의 역할은 현지 사회에 우리의 통일의지를 알리는 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통일을 향한 긴 여정에는 희생과 양보가 필요하고, 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힘을 합치고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는 김기철 민주평통 미주 부의장의 말씀에도 깊이 공감이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둘째 날 컨퍼런스는 ‘남북통일, 한민족 청년의 힘으로!’라는 주제의 현경대 수석부의장의 본격적인 강의로 시작됐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오히려 한미동맹이 아무런 문제 없이 굳건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말씀에, 어떤 위기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용기의 중요성을 되새겨보았다.
또한 올해는 분단 70년이 되는 해로 더 이상 통일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박근혜 대통령의 평화통일 의지,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 소중한 가치를 공유하고 그 가치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가치 공유 동맹’의 관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현 수석부의장은 우리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과 기회가 왔을 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통일 준비에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강력한 의지로 함께 나아가자는 말씀에 내가 해야 할 일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다음으로 20년간 북한에 식량과 의약품을 전달하고 있는 인세반 린튼 유진벨재단 회장의 강의에서는 진정한 용기는 말이 아닌 행동이며, 끈기와 노력이 겸비된 실천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미 테리 컬럼비아대 선임연구원의 ‘한반도의 미래 : 통일에 대한 도전과 기회’란 주제의 강의에서는 통일이 가져올 수도 있는 수많은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고, 그럼에도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위험을 극복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이 되었다.
“모두가 한국의 분단 상황이 비정상적임을 알고 있지만, 정상적으로 바꾸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이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라는 지적에 실패하거나 손해볼 것이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회피’를 통해서는 어떤 성장도, 발전도 이루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멕시코에서의 두 번째 밤을 맞았다.
컨퍼런스의 마지막 날은 그동안 분임별로 심도 있게 다룬 분임토의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으로 시작되었다. ‘청년이 만드는 통일교육 자료’라는 주제로 한 제1분임 발표에서는 피교육자가 어떠한 것을 좋아하는지 철저히 조사하여 그 조사 내용이 적용된 교육자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상황극을 재미있게 표현했는데, 내용뿐 아니라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에서 청년 자문위원들의 창의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제4분임의 경우 ‘청년이 앞장서는 통일 공공외교’라는 주제로, 컨퍼런스 기간 중 직접 페이스북을 이용해 진행한 효과적인 홍보 방법을 보여주어 큰 박수를 받았다.
이후 통일스피치 시간을 통해 7명의 개성 있는 청년 자문위원들의 통일한국에 대한 신념을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모습으로 전하는 청년 위원의 스피치를 들으며, 이들 중 그 누구에게서도 용기가 부족하여 주저하는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 박기태 반크 단장(사진 오른쪽)과 함께한 장정윤 자문위원(왼쪽).
‘용기’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었던 행사
이번 미주 청년 컨퍼런스를 통해 나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특히 ‘용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누군가를 이해하고 함께하기 위해서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보호벽 같은 껍질을 스스로 허물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청년과 기성세대와의 관계,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지역에서의 관계,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나 자신과 다른 방식을 시도하는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일 수도 있다. 이런 모든 관계를 포함하는 남한과 북한의 관계에서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용기’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작은 것부터라도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볼 때마다 그것은 너무 크고 위대한 일이어서 나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청년 컨퍼런스를 통해서 나의 마음속에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의 씨앗을 심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는 용기….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귀중한 것을 얻게 된 컨퍼런스였다.
또 주위에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가는 동료가 있다는 것, 미래를 책임질 깨어 있는 청년 세대가 있다는 것, 작은 걸음으로 큰일을 하는 반크와 같은 선례가 있다는 것, 든든한 조국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 이것들은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내가 얻은 용기와 더불어 얻게 된 커다란 깨달음이었다.
‘용기!’ 지금은 작은 씨앗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잠재된 생명력으로 반드시 통일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제는 이 씨앗의 생명력이 사라지지 않게 잘 돌봐야 하겠다. 싹이 트고 무럭무럭 자라게 해주어야 할 책임감과 의무감이 든다. 열매를 맺어 함께 나눌 때의 기쁨을 생각하니 두려움이 설레는 마음으로 바뀌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