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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게르만 카자흐스탄 국립대 교수

“중앙아시아 동포사회에
한국과 통일 알리기가 사명입니다”

카자흐스탄 국립대학교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고려인 4세 김 게르만 교수.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 부회장으로 15년째 봉사하며 2001년부터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중앙아시아 동포 사회는 물론 카자흐스탄 정부와 우리 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온 그는 지난 3월 KBS 해외동포상을 수상했다.

김 게르만(61) 카자흐스탄 국립대학교 한국학과 교수가 구사하는 한국말을 들으면 어려서부터 배웠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그만큼 그의 한국말은 막힘이 없다. 그런데 뜻밖이다. 그는 1991년까지 가나다도 몰랐다. 그의 형제들도 한국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증조부 대에 함경도에서 연해주로, 다시 부모 대에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를 당한 고려인 4세대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가 처음 한국어를 배운 것은 그의 나이 30대 후반일 때. 그것도 단 5개월 서울대 언어학연구소에 연수를 와서 배웠다.

“그런데도 제가 한국어를 이렇게 잘하는 것은 계속 한국어를 사용하는 분들과 일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으로부터 받은 것이 정말 많은 사람입니다. 내내 갚으면서 살아야죠.”

김 교수는 한국학과 중앙아시아 고려인 이주사의 권위자이자,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널리 알리는 통일 알리미다. 각종 저술과 학술 연구를 통해 국제사회에 고려인의 역사와 유라시아에서의 역할을 알리는 한편, 수시로 한국을 오가며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 간의 국제 개발협력 사업에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활동을 높이 평가한 카자흐스탄 정부는 그에게 ‘비를리크 공로훈장(금메달)’을 수여했고, 대통령 직속 전민족협회 자문위원으로 임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 3월 5일 제18회 KBS 해외동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분석
<사진> 김 게르만 교수는 각종 학술대회를 통해 고려인의 역사와 유라시아에서의 역할 등을 국제사회에 알려왔다.

학자로서의 활동 외에 고려인 커뮤니티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 부회장을 15년째 맡아온 한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2001년부터 자문위원으로 일해오고 있다.

김 교수가 가장 마음을 쏟는 일 중 하나는 ‘교육사업’. 이주한 고려인이 5세대 이상을 넘어가면서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나 통일 문제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통로도 별로 없다.

“이웃들이 고려인들에게 묻습니다. 독일도 예멘도 통일을 했는데 왜 한국은 아직도 통일을 못 하고 있느냐고요. 모른다고 답을 하자니 창피하고, 그렇다고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한 형편입니다. 구 소련 지배하에 놓였던 카자흐스탄에는 지금도 ‘6·25전쟁은 남한 정부의 북침으로 일어난 것’이라는 식으로 설명하는 교재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래서 김 교수가 나섰다. 매주 동포 신문인 ‘고려일보’에 한 면을 통틀어 한국 역사와 통일 문제를 설명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벌써 2년째다. 온 가족이 보는 신문이기 때문에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매주 한 가지씩 주제를 정해 한국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반도는 어째서, 누구에 의해 분단되었는지, 한국이 개성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남북 철도는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 이렇게 김 교수가 신문에 연재해온 내용은 곧 책으로 묶여 나와 카자흐스탄 내 대학과 연구소에 배포될 예정이다.

중앙아 심장 역할 하는 민주평통 카자흐지부

현재 민주평통 중앙아시아협의회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7개 국가에 지부를 두고 있다. 그중 독보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이 바로 카자흐스탄지부. 한국에서 은퇴 후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한 이재완 중앙아시아협의회장과 김 교수의 만남이 카자흐스탄지부의 활약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아예 우즈베키스탄에 자리했던 중앙아시아협의회 본부가 카자흐스탄으로 옮겨오게 되었다.

카자흐스탄지부에서 활동 중인 위원은 20명이 채 안 되지만, 활약상과 사업 규모는 만만치 않다. 4년 전부터 알마티 어린이한국학교와 노년층 동포들을 위한 노인대학을 지원하고 있다. 벌써 5년째 고려인협회와 함께 고려인 체육대회도 열어왔다.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에서는 고려인 사회와 한인교포 사회가 잘 어울리지 못하는 편인데, 카자흐스탄에서만큼은 두 사회가 하나로 어우러져 행사를 열어왔다. 김 교수와 카자흐스탄지부 가족들이 ‘이것도 작은 통일이다’라는 자부심을 느끼는 대목이다.

5월에 열릴 올해 행사는 체육대회와 함께 심포지엄, 콘서트 등도 함께 펼쳐지며 카자흐스탄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7개국 고려인들과 한국 교민이 두루 참여한다. 북한 동포들도 초청을 했는데, 현재 공연 예술단을 보내주겠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라고.

분석
<사진> 김 교수가 소수민족 융합을 위해 애써온 공적을 인정받아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받은 각종 훈장들.

“지금으로서는 남한과 북한 사람이 남한 땅에서도, 북한 땅에서도 서로 만나 함께 어울리기 힘들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곳에서는 우리 동포 모두가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 동포 사회가 통일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2015학년도 2학기부터 건국대 외국인 초빙교수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앞으로 국내에서 그가 보여줄 활약상 역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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