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군수산업
핵무기 제조는 영변 핵센터,
미사일은 제2경제위 4국이 담당
해커부대가 빼낸 비밀을 활용하고 전략물자 수출통제체제인 바세나르협약에 걸리지 않는 상용(商用) 전자부품을 사용해 핵과 미사일을 주체적으로 개발하는 북한의 비밀을 공개한다.
북한 군수산업의 핵심인 무기와 장비의 연구개발 및 생산을 위한 운영체계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가 지휘한다. 군수공업부의 지휘를 받아 제2경제위원회가 무기와 장비의 기획, 연구개발, 자금 조달, 그리고 장비의 생산과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한다.
제2경제위원회가 기획한 무기와 장비의 연구개발은 제2자연과학원이 맡는다. 연구개발이 완료된 무기와 장비의 생산은 각 군수공장이 담당한다. 내각은 군수용 전력과 자재 공급을 제공한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의 직접 지휘를 받는 제2경제위원회는 계획총국, 기술총국, 건설총국, 생산총국 등 분야별 총국을 두고 모든 무기와 장비의 개발, 생산, 분배, 대외무역 등을 수행한다. 자재 수입은 제2경제위원회 산하의 자재상사와 수입상사가 맡아 외국에서 물자를 사들인다. 룡악산, 창광, 연봉 등의 무역회사가 그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들은 자재 수입뿐만 아니라 무기와 장비의 수출도 담당하고 있다.
무기와 장비의 연구개발 및 생산은 제2경제위원회 생산총국 산하 7개의 분야별 기계공업국이 담당한다. 제1국은 소화기(小火器)를 비롯한 경형(輕型)무기와 탄약, 일반 군사장비를 담당한다. 제2국은 전차, 장갑전투차량, 군용트럭 그리고 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이동발사대(TEL)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3국은 대포와 대공포, 자주포, 다연장로켓을, 제4국은 모든 미사일 개발을, 제5국은 핵과 생화학무기, 제6국은 함정과 잠수함 등 해군 관련 장비, 제7국은 통신장비와 항공기 등을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2경제위원회와 제2자연과학원이 핵심
북한군 무기와 장비의 연구개발은 제2자연과학원(과거 국방과학원)이 담당하고 있다. 제2자연과학원은 산하에 약 60여 개의 분야별 연구소를 두고 있다. 평양에 있는 본부에는 공학연구소, 정밀기계연구소, 금속재료연구소, 탱크연구소, 전자연구소, 유도탄부 등 13개가 있다. 나머지 연구소는 지방에 흩어져 있다. 신포에 해군선박설계연구소, 남포에 해군전자전연구소 등이 있는 것이다. 제2자연과학원 산하 인력은 연구사 2만여 명을 비롯해 실험조수와 시제품 생산을 위한 노동자 등 모두 6만~7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2자연과학원의 연구개발은 제2경제위원회에서 결정된 무기 및 장비를 연구해 시제품을 생산하고 제2경제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심사국의 심사를 거친 후, 제2경제위원회의 대량생산 지령이 떨어지면 각 군수공장들이 생산해 인민무력부에 제공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제2경제위원회 생산총국 산하에서 무기와 장비를 생산하는 북한의 핵심 군수공장은 200여 개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일반 공장인데, 군수품도 생산하는 민수 겸용 공장이 있다. ‘일용공장’이라고 하는 이 공장은 1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원은 무기와 장비를 생산하는 핵심 공장이 50만~60만여 명 정도이고, 일용공장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서 가장 큰 탄약공장은 종업원이 4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규모가 크다. 북한의 군수공장은 비밀 유지를 위해 26호, 93호, 351호 등 숫자로 돼 있다. 93호 공장은 저격무기탄 공장, 26호는 방사포탄 공장으로 알려져 있는 식이다. 핵심 군수공장들은 자강도와 평안북도의 산간 내륙지역에 위치해 있다. 전시를 대비해 대부분 갱도 안에서 군수물품을 생산한다. 갱도 안에 다시 여러 갈래의 갱도를 뚫어 각 갱도에 1직장, 2직장, 조립직장 등이 위치한다. 갱도임에도 불구하고 환풍기와 습도조절장치들은 대체로 좋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업무는 중앙당 군수공업부가 직접 관장한다. 구체적으로 밝히면 군수공업국 산하 131지도국을 통해 지휘한다. 131지도국이 내각과 영변 핵연구센터에 속해 있는 관련 부서를 통제해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내각 소속의 원자력총국은 우라늄을 채굴해 우라늄 정광(원료물질)을 생산하는 단계까지 담당한다. 내각의 전자공업성은 핵무기 개발 관련 부품의 해외 조달을 맡고 있다. 영변 핵연구센터는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한다. 핵무기의 생산과 조립까지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사일 개발은 제2경제위원회 제4국에서 총괄 지휘한다. 스커드 B·C, 노동, 무수단 등 모든 미사일을 개발·생산하는 동시에 이와 관련된 시험과 생산을 관장한다. 미사일의 연구개발은 제2자연과학원 산하의 미사일부와 전자 및 제어유도계통 연구소, 공정연구소 등 각 연구소가 담당한다. 미사일 생산은 제4기계공업국 지도하에 있는 수많은 기업들이 맡는다. 이들은 기업연합군을 형성해 미사일 세부 계통과 부속품을 생산하고 조립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갱도공장에서 무기 생산
북한은 광복 직후부터 ‘군비 지향형 중공업 우선정책’을 추진해왔다. 1970년대 각종 무기의 현대화를 추진해 독자적인 무기체계 개발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1980년대에는 독자 설계로 재래식 무기체계를 상당한 수준까지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경제난이 지속되고 사회주의권이 붕괴되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 등 첨단 군사과학기술을 도입하지 못해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전반적으로 낙후되게 되었다. 그에 따라 북한군 전력도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 시기 한미 연합전력은 현대화와 첨단화를 달렸다.
그러한 상황에 맞서 대(對)남한 우위의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김정일 정권은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비롯한 비대칭전력 강화에 주력했다. 비대칭전력 증강 전략은 김정은 시대에도 이어져 북한은 세 차례 핵실험을 감행하고 각종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1960년대 구소련의 지원으로 핵 개발을 시작했다. 지금은 구소련 등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첨단 기술과 자재를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다섯 차례의 핵실험으로 핵탄두 개발을 가속화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까지 개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 개발 관련 기술과 자재 등을 어떻게 확보하는지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정보 수집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에 따라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된 많은 정보들이 밝혀지게 되었다.
구소련 붕괴 이후 구소련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대거 북한으로 들어와 북한의 핵 개발을 도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2005년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대통령이 파키스탄 핵 개발의 주역인 핵물리학자 압둘 칸 박사가 핵 기술을 북한에 제공했다고 밝히면서 많은 의문들이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왜 북·중 밀무역을 차단해야 하는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고도화 단계로 진입한 데는 상용기술의 첨단화와 인터넷을 이용한 북한 해커부대의 활약이 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북한의 밀무역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2년 12월 북한이 발사한 은하- 3호의 추진체를 우리 군이 인양해 분석한 결과, 전략물자 수출통제체제인 바세나르협약 등 국제사회의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상용 전자부품을 대거 사용한 것이 밝혀졌다. 북한 해커부대들은 핵 관련 기술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기술도 해킹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지난 9월 중국의 훙샹그룹이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물품을 북한에 제공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북·중 간의 밀무역이 북한 핵 개발에 이용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훙샹그룹은 그동안 고순도 알루미늄, 텅스텐의 최종 가공품인 파라텅스테이트, 산화알루미늄, 3산화텅스텐 등을 북한에 수출했다. 이 물품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중요하게 쓰일 수 있는 원자재들이다. 이 물자들은 압록강 밀무역 경로로 북한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불법 거래를 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다수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북한의 핵 개발 고도화 내막이 밝혀지면서 국제사회는 훙샹그룹과 같은 기업들을 제재해 핵심 부품들이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그리고 북한 핵 개발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상용(商用) 전자부품을 수출통제품목으로 추가 지정하고 감시를 강화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김진무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미국 피츠버그대 정책학 박사. 국방부·통일부 정책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위원 역임. 현재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겸임교수, YTN 객원해설위원. 공저 <북한의 부문별 조직 실태 및 조직문화 변화 종합연구>, <북한의 대내외 정책 및 전망 -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비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