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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22 | 20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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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협의회

“통일운동이 막연하다고?
생활밀착형으로 하면 돼! 결국은 사람이야”

광복 71주년 통일 염원 남북삼합제 ‘2016 한라에서 백두까지광복 71주년 통일 염원 남북삼합제 ‘2016 한라에서 백두까지

지난 5월 민주평통 서울 강동구협의회 자문위원 40여 명이 백두산에 올랐다. 정상에 올라 태극기를 흔들고 그곳의 흙과 물을 소중히 담아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보다 앞선 2015년 11월에는 한라산 등반을 함께했다.

“평양을 거쳐 가려던 계획이 번번이 무산돼 중국을 통해 갈 수밖에 없었던 점이 아쉽습니다. 저희가 올라간 서파(西坡) 지역은 중국이 북한 땅을 빌린 곳이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백두산에 올라 태극기를 흔들었더니 가이드들이 난리를 치더라고요. 워낙 감시가 심한 곳이라 흙과 물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고 가져갔던 현수막이며 태극기, 카메라 저장장치 등도 중국 공안에 빼앗겼습니다. 그래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던 데다 40명이 첩보작전을 펼치듯 움직여 겨우 일부를 건질 수 있었습니다. 자료사진은 그렇게 해서 남긴 겁니다.”

강동구협의회 이종춘 협의회장의 설명이다.
그렇게 백두산에서 가져온 귀한 흙과 물은 한라산에서 가져온 흙과 물과 합쳐졌다. 지난 10월 13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일자산 잔디광장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동구협의회 주최 ‘광복 71주년 통일 염원 남북삼합제’ 행사는 남과 북의 흙과 물, 사람이 하나 되는 자리였다.

2016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송편 나누기.2016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송편 나누기.

평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만날 수 없지만 그 아쉬움을 북한 땅에서 살다 온 북한이탈주민들이 대신해주었다. 지역주민 300여 명도 통일의 의지를 다지는 자리에 함께했다. 그야말로 남과 북의 흙과 물, 사람이 한마음 한뜻으로 통일 염원을 모은 자리였다.

삼합제에 이어 ‘불어라 통일의 바람아~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통일 염원 문구가 새겨진 기념표석 제막식을 열었다. 기념표석이 세워질 통일동산을 만들고 그 곁에 무궁화 나무를 심고 표석을 세우는 모든 과정에 강동구협의회 자문위원들이 함께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재능 기부에 나선 터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강동구협의회 자문위원들의 열성은 민주평통 안에서도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합수제를 치르기 위해 백두산에 올라 갖은 고생을 하며 흙과 물을 담아온 일화부터가 그렇다. 단합된 힘은 평소에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협의회 모임이 열리는 날이면 125명 자문위원 중 100여 명은 반드시 참석하는 높은 출석률부터가 그렇다. 아무리 바빠도 민주평통 일이라면 열 일 제치고 나서는 것이 강동구협의회의 전통이다.

선배와 후배, 지역민과 탈북민이 하나가 된다

모임만 열성인 것은 아니다. 이들이 지역에서 펼치고 있는 통일 활동은 생활밀착형이라 생생하기 그지없다.

“학원을 하시는 한 자문위원님은 지역 내 탈북민 자녀를 모아 무료로 강의해주고 계십니다. 이러한 활동이 남북한 청소년의 학력 격차를 줄이는 데만 기여하는 게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탈북민과의 교류가 이뤄집니다. 생활고나 여타의 이유로 통일 활동을 함께하기 어려워하시던 탈북민들이 자녀 교육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자문위원과 친분을 쌓아 통일 활동으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지역 내 주민과 탈북민이 어울릴 수 있는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 정월 대보름마다 진행하고 있는 연날리기 행사도 그중 하나다. 지난 2005년 이종춘 협의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2016 을지연습 격려하는 자문위원들2016 을지연습 격려하는 자문위원들

“예부터 우리 민족은 나라가 어려울 때, 적이 쳐들어왔을 때 연을 날렸습니다. 지금 우리 민족이 날리는 연에는 통일의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전문가를 초빙해 연날리기 시연은 물론이고 연 날리는 방법까지 교육받은 덕에 강동구 주민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 주민들도 정월 대보름이면 이 행사가 열리는 한강 둔치를 찾는다.

10월에 열리는 선사(先史)축제도 지역민들과 함께하기 좋은 기회다. 선사 유물이 많은 강동구의 지역 특성을 살려 행사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통일에 대한 책자를 배포하거나 설문지를 돌린다. 자연스럽게 민주평통의 일을 알리고 여론조사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덕분에 민주평통 활동을 함께하고 싶다는 주민까지 생겨났다.

2016 강동 여성리더 통일 좌담회.2016 강동 여성리더 통일 좌담회.

“통일 활동에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있을 수 없습니다. 나라가 어려울수록 돌파구는 통일에서 찾아야지요. 통일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독일 통일을 정치적 성공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성공입니다. 동독에 있던 사람들이 서독에 와보니 사람 살 만하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입니다. 우리는 탈북민과 인간적으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결국엔 사람이다’. 생각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그 일을 강동구협의회가 해내고 있다. 물론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임기가 끝난 자문위원들은 노하우를 전수해주기 위해 민주평통 동우회를 조직했다. 선배와 후배, 지역민과 탈북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강동구협의회의 멋진 통일 활동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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