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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22 | 20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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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재 뚫는 ‘대인기’ 북한 관광

‘공산주의 향수 찾는’ 중국인,
한국 대신 평양으로 몰려간다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을 권유하는 고려여행사의 광고. 
유엔 제재에는 북한 관광 금지가 빠져 있다. 
북한은 관광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중국은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듯하다.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을 권유하는 고려여행사의 광고. 유엔 제재에는 북한 관광 금지가 빠져 있다. 북한은 관광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중국은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듯하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과 북한의 교묘한 방해는 북한 관광 활성화일 수 있다. 유엔 제재가 강해질수록 북한은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평화 공세를 펼칠 것이다.


최근 평양에서는 경비행기로 평양 시내를 돌아보는 관광 상품이 인기라고 한다. 7월부터 시작되었다는 이 상품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시간에 따라 65~150달러로 팔리고 있는데, 3개월여 동안 수백 명이 이용했다고 한다. 그보다 10분의 1 싸게 이용한 북한 주민의 수는 같은 기간 40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대기 수요가 많아 예약 없이 방문할 경우 1~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올해 7월 초부터 판매를 시작했다는 단둥의 ‘신의주 반나절 관광’도 하루 수백 명에서 1000여 명까지 이용한다고 한다. 10월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안투현에서 처음으로 중국인 관광객 50여 명이 북한 양강도 삼지연군으로 1박 2일 관광을 다녀왔다. 이는 두 지역이 1984년 친선관계를 맺은 이후 30여 년 만에 본격화된 관광을 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 같은 결과는 북한 관광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1년 성과를 뛰어넘는 수치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북한 관광이 활성화된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관광은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으로 판단된다. 10월 13일 중국 정부는 ‘불합리한 저가여행 정돈’ 지침을 발표했다. 적시는 하지 않았으나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의 20% 정도를 줄이라는 암묵적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지난 10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이나 전월 대비 성장률이 20%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10월 이후 중국에서 한국 콘텐츠 방영을 금지한 ‘한한령(限韓令)’과 방한 관광객의 감소와 연계된 패키지로 읽혀진다. 중국은 한한령 등을 내린 것을 인정하지 않는데, 하지 않고도 하게 하는 것은 중국 특유의 방식이다. 이를 보며 여러 가지 의문과 고민이 생겨난다. 북한 관광의 성과와 한국 관광과 한류에 대한 제재는 사드 배치 결정 등에 따른 중국의 보복인가 하는 문제다.

그럴 경우 이 같은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정은 체제 이후 ‘관광대박론’에 따라 북한 관광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면 북한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도 궁금하다.

지난 10월 평양을 방문한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북한 관광 활성화에 대한 지원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을 찾는 관광객의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우리는 북한을 찾는 관광객이 2012년 이미 23만7000명에 이르렀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한국 관광보다 저렴

북한의 1차 핵실험이 있었던 2006년 4만6000명 선이던 중국인 관광객은 2007년 5만1000명으로, 2차 핵실험이 있었던 2009년 2만4000명이던 중국인 관광객은 2010년 13만1000명으로 크게 늘어난 적이 있었다. 북한이 4, 5차 핵실험을 한 올해 북한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 것은 예사로이 볼 수가 없다.

북한은 전통적인 외화벌이 수단이 국제 제재로 위축되자 관광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2012년의 김정은 시대는 마식령 스키장과 대관령 삼양목장의 2.5배라는 세포등판 조성(강원도 세포군의 구릉지대 개발)으로 시작되었다. 같은 해 북한은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제도를 도입했고, 중앙경제개발특구 5개소와 지방의 관광전용경제개발구 9개를 지정·개발하였다. 2025년까지 우리 돈으로 8조5000억 원(78억 달러)을 유치해 금강산과 원산 국제관광개발지대를 개발함으로써 연 100만 명 수준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중국인들에게 북한 관광은 독특한 상품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보인다. 상당 수준으로 자본주의화된 중국인들은 공산주의 옛 모습을 갖고 있는 북한 사회를 통해 향수를 느끼며 ‘항미원조’의 기치로 참전해 북한을 구해냈다는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가깝고 저렴한 상품 등이라는 점도 어필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은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효과를 단기간에 볼 수 있는 융·복합 테마관광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2011년의 자전거 투어·골프 투어·자동차 관광·주체사상 관광, 2012년의 산업관광·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관광, 2013년의 정치관광(우리 식 안보관광)·동해안 철도관광·맥주공장관광, 2014년의 노동체험 관광·묘향산 캠핑관광·스키 투어·지하철 관광·프로레슬링 관광·나선~연길 낚시관광 축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관광 행태는 중국의 북한 관광 전문여행사인 고려여행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개략적인 내용만 보면 9월 평양국제영화제 투어, 10월 노동당 설립일 기념 투어, 11월 저예산 김치투어, 2월 김정일 생일기념 투어, 4월 평양 마라톤 투어와 김일성 생일 투어 등이 눈에 띈다.

북한의 5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언제 채택되고 그것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제재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제는 민생을 고려한 예외 조항에 중국인의 북한 관광이 포함되느냐이다. 현재까지는 관광에 대한 언급이 없으니, 중국은 대북 제재에 참여한다고 하면서 뒷문으로는 중국인의 북한 관광을 확대할 수도 있다.

미국 대선 결과나 국내 정치 상황 등을 볼 때 북한은 조만간 대대적인 평화 공세를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까지는 어렵다고 해도 북·중 접경의 관광 증대 명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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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기대 여가관광개발학 박사. 한국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관광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관광공사 남북관광개선위원, 한국관광학회 부회장,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통일문화관광연구단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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