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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호 > 분석

분석 /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 기반 구축 비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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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북관계엔 언제 봄이 올까?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사흘째인 지난 4월 11일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공단 차량이 귀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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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성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교부 인권대사, 한반도통일포럼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 수립의 의의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이란 정부가 대한민국 헌법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관계발전법이라 함)’에 따라 남북 공동 번영과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구현하기 위해 남북관계 발전의 비전, 목표, 추진 방향 등을 제시하는 5개년 계획을 말한다. 남북관계발전법 제13조는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 수립의 법적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5년마다 정부가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이유는 첫째, 중·장기 비전에 입각한 일관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 기여한다. 둘째, 대북정책 추진의 투명성을 제고하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이바지한다. 셋째, 대북정책 추진체계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넷째, 대북정책이 국민적 합의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추진함으로써 남북 간 협의의 효율성과 합의사항의 이행력을 제고한다.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 추진 경과 및 향후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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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던 2012년 7월 강원 철원군 김화읍 학사리의 DMZ 생태평화공원 조성단지를 찾아 생태공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05년 12월 29일 제정된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 제1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이 수립, 확정되었다. 이 기본계획은 2012년 말 시한이 만료되었다. 이에 통일부는 2013년 초부터 민간 전문가 및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제2차 기본계획안을 마련하였다. 2013년 9월 25일 정부는 남북관계발전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남북관계발전위원회(위원장 통일부 장관)를 개최하여 제2차 기본계획안을 심의하였다. 통일부 장관은 여기서 나온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2013년 10월 제2차 기본계획을 확정하였다.

남북관계발전법은 정부가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한 경우 국회에 보고토록 규정하고 있는데(이때 예산을 수반하는 기본계획은 법 제13조 제2항에 따라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재 여야 간의 정쟁과 국회의 파행으로 말미암아 국회 보고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앞으로 정부는 기본계획의 국회 보고 절차를 마치면 관보를 통해 국민에게 고시할 예정이다. 다만, 이때 국가안보 또는 남북관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기본계획의 일부 사항을 비공개할 수도 있다.

정부는 수립된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해나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은 남북 간 협의를 통해 사업 내용을 구체화하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조를 구할 사항은 관련국 등과 적극 협력해나갈 것이다.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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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월 21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기본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의 특징으로는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최근 북한 동향과 남북관계 상황, 주변 4국의 한반도 대외전략 등을 고려하는 동시에 한반도 안보질서의 변화를 반영하여 입안했다. 다음으로 새 정부 국정기조와 국정과제와의 연계성을 견지하고 있다.

즉,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기조 및 국정과제 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교류협력뿐만 아니라 통일 준비를 위한 과제도 균형 있게 기술하고 있다. 끝으로 기본계획의 성격에 맞게 구체적 사업보다 기본방향 제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세부적인 사업 내용은 연도별 시행계획에서 작성돼 명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제2차 기본계획이 제1차 기본계획과 달라진 점은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과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추진’의 과제가 빠졌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두 과제가 삭제된 것은 첫째, 아직까지 남북한 간에 그와 같은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정치·군사적 신뢰 기반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였고, 둘째,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 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여야 간의 정쟁 및 남남갈등의 대표적인 소재로 부각되어 있어 노무현 정부 당시 입안된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셋째, 핵무장과 장거리 로켓 발사, NLL 침범 및 무력화 기도, 남한 내 종북 세력의 준동과 대남 선전선동의 가열화 등 북한의 대남전략이 여전하고, 넷째, 북한이 북핵 문제 해결을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연계하려 하고 있어 평화체제 전환 구상이 탄력을 받기 어렵다는 점 등 남북관계 전반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의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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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북한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단 SK어패럴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의 계획으로, 남북관계 발전의 중·장기 비전과 목표 및 기본방향, 그리고 중점 추진과제 등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기본계획의 비전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 기반 구축’이다. 2대 목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발전’과 ‘실질적 통일 준비(작은 통일 → 큰 통일)’이다.

4대 기본방향은 ①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 있는 추진 ② 북한의 변화여건 조성 ③ 통일미래를 장기적 안목에서 단계적, 실질적으로 준비 ④ 동북아 번영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대북정책 추진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를 상술하면 첫째,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 있는 추진은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면서 남북 간 대화와 호혜적 협력을 통해 신뢰를 형성하며, 이를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 및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안정적 토대를 마련한다는 것을 말한다.

둘재, 북한의 변화여건 조성은 남북 간 신뢰에 기반을 둔 대화와 협력 및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의 발전적 변화를 지원하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규범과 의무를 준수하여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도록 견인한다는 것을 말한다.

셋째, 통일미래를 단계적, 실질적으로 준비한다는 것은 통일 준비는 작은 것, 쉬운 것부터 점진적이고 실질적으로 추진하여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남북관계의 내실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한편, 폭넓은 의견 수렴 및 투명한 정책 추진을 통해 국민적 지지 기반을 확대한다는 것을 말한다.

넷째, 동북아 번영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대북정책 추진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 간 협력을 확대하고,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질서를 구축해 동북아 평화협력 증진을 추구하는 한편, 통일외교를 능동적으로 추진해 평화통일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확산한다는 것을 말한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적용될 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에는 대내외 정세 인식과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핵심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및 국정기조, 과제 등이 반영돼 있다. 기본계획은 신뢰와 원칙이란 통일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대체로 현실성을 갖춘 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향후 정부는 남북관계 및 한반도 주변 상황을 보아가면서, 우선 추진 과제와 추후 추진 과제를 식별해 적실성 있는 연도별 세부 시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기본계획의 시행에 필요한 소요 재원은 남북협력기금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조달해야 한다. 앞으로 박근혜정부가 북한의 말과 행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대북·통일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나갈 경우 임기 내에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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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중점 추진과제

① 당국 간 대화 추진 및 합의 이행 제도화
-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남북 간 현안 해결 및 신뢰 형성
- 상시적인 대화채널 마련 및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 축적

② 인도적 문제의 실질적 해결 추구
- 이산가족 상봉 재개 우선 추진, 국군포로·납북자 관련 대북 협의 추진
- 북한 인권 개선 노력 및 북한 주민 대상 인도적 지원 지속 추진 등

③ 호혜적 교류협력의 확대·심화
-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교류협력 체계 구축
- 사회·문화 교류는 민족 동질성 회복 등에 역점을 두고 추진
- 여건 조성 시 남북 간 경제협력 재개 및 대북투자 허용 검토 등

④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 남북 당국 간 상설 협의기구 구성 및 운영
- 3통 문제 해결, 출입·체류 및 투자보장 강화, 국제경쟁력 제고 등

⑤ 북핵 문제 해결 등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 추구
-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 및 국제협력을 다각적으로 추진
-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 추진

⑥ 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추진
- 국민통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통일·대북정책 추진
-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계승·발전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 추진 등

⑦ 북한이탈주민 맞춤형 정착 지원
- 북한이탈주민의 자립자활 기반 확충 및 지역 적응을 위한 다각적 노력 전개
- 탈북 청소년 대상 맞춤형 교육 지원 등

⑧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통일교육
- 청소년 대상 맞춤형 통일교육 및 사회통일교육 활성화
- 통일교육 인프라를 정비, 범국민적 통일교육 체계 구축 등

⑨ 평화통일을 위한 역량 강화
- 통일을 실질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내부 역량 확충 및 통일 인프라 구축
- 세계 각지 재외동포들의 통일역량 결집 노력 등

⑩ 통일외교를 통한 국제적 통일 공감대 확산
- 한반도 통일 문제 관련 정부 차원의 협의 강화
- 통일정책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 확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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