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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20 | 20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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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안보외교의 변화 전망

朴 대통령 동아시아 외교 오디세이
“공동 번영의 미래 비전 토대 다졌다”

박근혜 대통령 시진핑 주석

역내 지역질서가 재편되는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9월 초 러시아, 중국, 라오스 등 3국을 순방했다. 다른 것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고, 같이 갈 수 있는 것은 논의를 하는 장을 만든 것이다. 국익을 위한 외교 오디세이에 도착역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2일부터 9일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중국 항저우-라오스 비엔티안-서울로 이어지는 외교 여정을 보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제2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고 푸틴 대통령과 한·러 정상회담을 가졌다. 항저우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여해 시진핑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했다. 라오스에서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오바마 대통령 및 아베 총리와는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짧은 기간에 4강 정상을 모두 만난 것이다.

이번 순방은 7월 8일 사드 배치가 결정된 후 이뤄진 것이라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 정상과의 회동이 예정돼 있어 주목을 받았다. 퇴임을 앞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마지막 정상회담이고, 아베 일본 총리와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박 대통령의 외교 오디세이는 어떤 배경하에 무슨 의미를 담고 있었는가. 그 성과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외교적 과제를 던져주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지금은 역내 국제질서는 재편 중

지금 역내 국제질서는 재편 중에 있다. 세계는 1989년 동유럽 체제 전환과 1991년 구소련 해체를 통해 냉전체제, 양극체제, 얄타체제의 붕괴를 겪었다. 2001년 이후의 테러전 시대를 거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겪었다. 지금은 중국의 부상으로 G2(중국과 미국) 체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2012년 주요국 지도자들이 새로 등장한 가운데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와 ‘재균형’ 정책,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신형대국관계, 러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과 신동방정책,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 등 주요국의 정책도 경쟁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한반도는 북한 김정은 체제 출범 후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도발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불안정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드 배치 결정은 이러한 군사·안보적 환경 변화에 따른 대비책의 일환인 것이다. 엄중한 상태의 한반도 안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하에 한국은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기존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발전시키고, 사드 배치에 대한 러시아 측의 이해를 구하며, 신동방정책에 조응해 러시아와의 경협을 한 단계 발전시켜나가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이 회담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담고 있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미공조와 동맹을 재확인한 박근혜 대통령.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미공조와 동맹을 재확인한 박근혜 대통령.

첫째, 2013년 11월 푸틴 방한에 대한 답방 형식이다. 그간 이뤄지지 않은 방러를 통한 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한·러 정상회담 정례화를 지속적으로 시현한 것이다. 방러를 통한 이번 정상회담은 한·러관계 자체로 보면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실기하면 다음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차 방문을 통한 한·러 정상회담의 정례화는 미·중·일 등에 비해 외교적 우선순위가 낮고 관심이 저하돼 있는 양국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둘째, 최근 안보 현안 논의와 양국관계 관리 차원의 실무방문 성격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러시아의 반발을 무마하고 대북 제재에 대한 지지 확보가 주요 목표인데, 이는 중국의 사드 반발에 대한 간접적 차단 효과도 담고 있기에 중요했다.

셋째, 극동·시베리아 개발과 연계된 한·러 간 새로운 협력 기제 창출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신동방정책 간의 정합성 제고의 기회 제공이다. 러시아판 ‘블라디보스토크 컨센서스’에 참여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넷째, 아베 일본 총리도 러시아를 방문해 러·일 정상회담을 가졌으니, 대러 접근과 역내 질서 재편 과정에서의 상대적인 소외 가능성을 사전에 없앤 효과도 있었다. 윤병세 외교장관의 러시아 방문(6월13일)과 한·러 경제공동위의 개최(8월 25일)는 이 회의를 위한 사전 회의였다.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박 대통령는 전체 섹션 기조연설을 통해 극동지역에서의 협력 비전과 한·러·일, 한·러·중 등 다양한 소(小)다자 협력, 전력·철도·에너지 등 인프라망 연결 등의 협력 사안을 제시했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비전 제시와 함께 북한이라는 ‘끊어진 고리’ 해소와 도발 억제 등에 대한 국제 공조도 강조했다.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 관련 21건 등 총 2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극동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확보했다. 비즈니스 다이얼로그 개최 등을 통해 한·러 협력을 강조하고 상호 발전을 모색하기로 했다.

종합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러 정상회담 정례화의 시현과 전략적 소통 강화 합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추동력 확보 ▲사드 배치에 대한 러시아 측의 이해 제고와 대북 제재에 대한 협력 확보 ▲한국 기업의 극동지역 프로젝트 참여 토대 마련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기반 마련 ▲극동지역에서의 협력 비전과 방안 제시 등과 같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늘 지적돼왔듯이 합의한 사항에 대한 세부 실천이 더 중요하다. 잠재해 있는 러시아와의 갈등 요소도 잘 인식하고 다뤄나갈 필요가 있다.

항저우 G20 정상회의가 주목받은 것은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 때문이었다. 중국의 입장에서 G20 정상회의는 ‘G20 항저우 컨센서스’ 발표 등으로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국제무대에 알리고,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 자국민의 자긍심을 높일 기회이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과의 외교적 결례를 불사하며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달라진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미·중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막후에서 펼쳐진 것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총력 외교가 필요한 때

우리에게 G20 정상회의는 2010년에 이를 개최한 개최국으로서의 위상 제고뿐만 아니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새로운 요인 출현과 날로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경향에 대처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개발 이슈에 대한 한국의 리더십을 유지하는 한편, 글로벌 거버넌스 재편에의 일정한 역할을 제고하는 것이다. 기여할 부문에는 기여하되 우리의 목소리와 이익을 창출해내야 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창조경제를 포용적 혁신의 새로운 모델로 제시했으며, 자유무역체제 강화와 기후변화 대응에의 동참도 강조했다. 혁신, 포용적 성장, 구조개혁, 자유무역 논의와 정책 공조를 주도했던 것이다.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는 사드 문제로 이견을 보였지만, 한중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우려를 공유하고 전략적 소통을 지속해나가기로 협의했다는 데 나름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구존동이(求存同異)와 구동화이(求同化異)의 용어가 화제가 되었는데, 표출된 이견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는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 중, 러, 일, 인도 등의 정상들이 참석해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증진,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문제 등을 다뤘다. 이 정상회의는 ‘비확산 성명’을 통해 북한의 지속적인 핵 위협에 대해 단호한 대응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어 개최된 제19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는 그간의 협력 성과를 논의하고, 동아시아 공동체의 미래 비전 가능성과 실현 노력을 강조했다. 제18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아세안 국가들이 안보리 결의 2270호를 충실히 이행해준 데 감사의 뜻을 표하고,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25’ 실현에의 공동 노력을 다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항저우, 비엔티안까지 함께 움직인 일본의 아베 총리와는 비엔티안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짧은 기간 박 대통령은 3개국을 돌며 4강 정상을 모두 만난 것이다.블라디보스토크와 항저우, 비엔티안까지 함께 움직인 일본의 아베 총리와는 비엔티안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짧은 기간 박 대통령은 3개국을 돌며 4강 정상을 모두 만난 것이다.

같은 곳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은 가장 강한 우방국답게 북한 핵문제에 대한 공조를 확약하고 한미동맹의 성과와 발전 방향에 대해 협의했다. 나아가 글로벌 보건과 기후변화, 우주 등 뉴프런티어 분야, 난민,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개발협력 등의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지난 3월 핵안보정상회의에서의 만남 이후 6개월 만에 개최된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북핵 문제를 포함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고, 한·일·중 3국정상회의 개최, 비확산 등 글로벌 이슈,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의 협력이 토의되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 방안도 모색하기로 해 주목을 받았다.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신뢰 구축 노력과 협력 방안 모색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라오스 정상회담에서는 1995년 재수교 이후 발전된 양국관계의 현재 모습을 평가하고, 18건의 MOU를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정무·국방협력, 교역·투자, 에너지, 개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적 실질협력 증진, 북핵·북한 문제를 포함한 지역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호혜적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이정표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라오스 방문 끝 무렵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북한 변수가 국제 정세 및 한반도 안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역내 긴장도 고조시키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국제 정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세계 속의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깨달아야 외교적 혜안도 나오고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사고도 탈피할 수 있다. 한반도가 처한 외교·안보의 엄중성을 인식하고 대내적으로 국론을 결집한 가운데 총력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순방 외교의 성과가 밑거름이 되어 향후 주변 4강을 포함한 국제무대에서 슬기로운 외교를 잘 펼쳐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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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연세대 정치학 박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국제안보연구실장 역임. 현재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국가정보학회 이사, 민주평통 상임위원. 저서 <러시아 현대 정당사>, 공저 <한·러 협력 2030 청사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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