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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20 | 20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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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론을 경계함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무수단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성공에 이어 빠른 속도로 핵위협을 실재화하고 있다. 핵탄두와 운반수단이 결합된 핵미사일이 실전 배치되는 단계에 다다르고 있다.

김정은의 핵미사일 위협이 증대되면서 일각에서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군사적 억제 수단으로 핵무장은 정당화되기까지 한다. 핵은 핵으로밖에 막을 수 없다는 논리와, 언제까지 김정은에게 끌려다닐 것인가 하는 감정이 합쳐지면서 대한민국이 핵국가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핵무장론은 정당성이나 현실성에서 결코 대안이 되지 못한다. 핵무장론은 남북이 민족 공멸의 ‘핵분단체제’에 진입함을 의미한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결하고 있는 것도 끔찍한데, 각각 핵을 끌어안고 핵전쟁을 상정하는 핵분단체제로 빠져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사용하는 핵전쟁에서 군사적 승패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갖고 있어서 아랍국들을 억제해낸다는 건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핵을 갖고 있음에도 이스라엘에는 일상의 평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상시적인 테러 위험, 일상적인 전쟁 위험을 안고 있다. 핵을 핵으로 막는 것은 비정상적인 논리일 뿐이다. 북핵을 또 다른 핵으로 막을 게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협상과 압박과 변화를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달성해내는 끈기가 필요하다.

핵무장은 우리의 대북 정당성의 차원에서도 본말이 전도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우리가 국제사회의 전적인 지지하에 북한에 핵 포기를 요구하고, 대북 제재를 앞장서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핵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핵무장을 한다면 정당성 측면에서 대북 우위를 점할 수 없고, 북의 핵 보유를 사실상 공인하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현실성의 측면에서도 우리의 핵무장은 시작조차 불가능하다. 세계 12위의 교역국가인 대한민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벗어나, 국제사회의 제재를 감수하면서 핵개발을 할 수 있을까? 노무현 정부 시기에 대덕연구단지에서의 사소한 핵물질 추출만으로도 국제원자력기구의 가혹한 사찰과 제재를 받은 적이 있었다. 수입과 수출로 경제를 운영하는 대한민국이 핵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를 견뎌낼 리는 만무하다.

맹방인 미국의 동의를 얻기는 더욱 무망하다. 굳이 박정희 시대 핵 개발의 쓰라린 역사를 떠올릴 필요도 없다. 미·중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정전체제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운용하는 것을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반대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도 명약관화하다. 대한민국의 핵무장은 일본의 핵무장을 자극하는 동북아 핵 도미노의 서곡이 될 수밖에 없기도 하다.

핵무장론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과 핵위협 증대에 대한 우리의 감정적 대응일 수 있다. 북핵을 해결하기는커녕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마땅히 없다는 무기력의 반작용일 수 있다. 그럴수록 이성적이며 합리적이어야 한다. 정치권이 앞장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최악의 북핵 위기에서도 여전히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와 노력을 보여야 한다.

핵무장론은 악을 제대로 막지도 못하는 어설픈 악일 뿐이다. 악은 악으로 이길 게 아니라 끝까지 선으로 이겨야 한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

김근식
경남대 교수, 정치학
서울대 정치학 박사.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2007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등 역임. 현재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저서 <한반도의 평화와 인권 2>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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