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외교법과 통일공공외교의 방향
소프트 파워의 향기 ‘한국의 매력’,
‘한국의 창의력’으로 세계를 유혹한다
이제 군사력 같은 하드 파워로 국익을 확대할 수는 없다. 부드러운 힘, 넉넉한 인심, 매력적인 한류가 더 한국을 존경받게 만든다. 그것을 확대하는 법안이 제정됐다.
지난 8월 4일 범국민적 차원에서 통합적인 공공외교 시스템을 마련해주는 ‘공공외교법’이 발효되었다. 외교부의 설명에 따르면 이 법 발효를 계기로 기존의 문화 중심 공공외교를 정책, 지식, 문화가 융합된 공공외교로 확대해나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풍부한 매력 자산을 활용해 창의적인 콘텐츠 개발을 추진하며, 우리의 주요 정책에 대한 쌍방향 소통을 강화해 주변국의 이해와 지지의 폭을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20대 국회는 외교통일위원회에 ‘공공외교강화소위’를 구성했다. 이는 여야 모두가 공공외교 추진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통일 기반 ·우호세력 확보해야
냉전 종식 후 국제사회는 군사력과 같은 전통적 파워 수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외교 자산 개발에 몰두해왔다. 하버드대 조셉 나이 교수의 ‘소프트 파워’가 그러한 추세를 대변한 핵심 주장이었다. 국제사회의 주요 국가들은 앞다퉈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외교 수단을 개발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찌감치 한류와 한국형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우리 방식의 공공외교를 정립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북한 문제에서 비롯되는 한반도의 특수성으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차에 한국의 우수한 공공외교 자원과 역량을 제도적인 차원에서 완비해주는 법을 제정했으니, 공공외교를 통일외교에 접목해 우리의 통일 의지를 국제사회에 더욱 의미 있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박근혜정부는 ‘통일 환경 기반 구축’을 4대 국정 목표의 하나로 제시하면서, 평화롭고 민주적인 절차의 통일 과정 진행을 위한 우호적인 환경 기반 구축을 강조한 바 있다. 통일 시점을 가능한 한 앞당기고 그 방법을 평화롭게 이뤄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매우 중대하지만 동시에 추상적이고 막연한 측면이 있었다.
따라서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평화로운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우호적 통일 환경 기반 마련은 우리 정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추진해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통일정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중국의 부상과 동북아 역내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주요국을 대상으로 우리의 대(對)아시아 정책을 설명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의 급속한 변화를 이해시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국회를 통과한 공공외교법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 국제외교 환경은 네트워크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를 고려한다면 통일외교는 통일공공외교에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한미동맹은 우리의 가장 핵심적인 외교 자산이다. 그리고 우리는 북핵 문제와 북·중관계 등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직면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에 미국의 지원과 역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대미 통일공공외교의 중요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대미 통일공공외교를 ‘목표의 차원’, ‘내용의 차원’, ‘행위자의 차원’, 그리고 ‘추진체계의 차원’ 등으로 정교하게 개념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개념을 담당하는 미국의 집단을 대상으로 통일공공외교를 펼쳐야 한다.
통일공공외교의 목표도 핵심적인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핵문제 관련 영역’, ‘북한 정상화 관련 영역’, 그리고 ‘남북한 통합(통일) 관련 영역’ 등으로 나눠서 통일공공외교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통일공공외교 활성화 주력해야
우리의 글로벌 통일공공외교는 내용 차원에서 매우 흥미로운 특징을 보이고 있다. ‘정부행위자 중심성’, ‘북핵 문제 중심성’, ‘위기관리 중심성’, 그리고 ‘리더십 관계에 종속적’이란 점이 그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통일공공외교가 비정부행위자 차원에서 주도하기 어려운 정책 분야라는 점을 보여준다.
핵문제가 다른 사안들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발견된다. 남북한 사이에는 예기치 못한 위기가 발생하고 그러한 위기가 대북정책과 통일정책 전반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해당 국가의 리더십 특징에 따라 대북한 정책공조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도 있다.
통일공공외교 추진과 관련해 반드시 개선돼야 할 몇 가지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추진 주체’의 차원에서 통일부와 외교부 사이에 좀 더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역할 분담과 공조체제의 구축이다.
현재와 같은 불명확한 역할 분담은 통일공공외교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통일공공외교를 하는 데 있어 국회의 역할이 제한돼 있는 것도 안타까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국회는 통일공공외교의 제도화가 이뤄지는 곳이다. 과거 미국은 여러 나라를 상대로 체제 전환을 위한 다양한 외교정책을 구사했다. 그때 큰 기여를 한 것이 미국 의회였다. 그러한 사실을 고려한다면 우리도 국회가 통일공공외교와 관련해 적극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
둘째, 통일공공외교 ‘자산’의 확장이다. 민간 분야의 전문가와 그들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통일 관련 정책은 정부가 주도한다고 해도 참여하는 이들의 특징을 규정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책을 구현하는 데는 많은 민간인들이 참여할 수밖에 없다. 기업과 비정부기구(NGO), 언론인, 일반인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정책 구현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때 이들이 갖고 있는 역량과 지식을 통일공공외교 관련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 행정부 관료와 싱크탱크, 의회 등에 집중되고 있는 대미 통일공공외교를 확대해야 한다. 통일공공외교를 하는 대상을 넓혀야 하는 것이다. 통일 추진 과정에서 우리는 주요한 여러 나라를 협력의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그러한 협력국가들은 사회적 다양성이 광범위한 나라다.
마지막 남은 과제 통일을 이루기 위하여
사회 구성원의 성격과 정체성이 천차만별인데 그중 누가 어디에서 한반도 통일 과정에 어떤 도움을 줄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들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기 때문에 우리의 글로벌 통일공공외교 대상은 광범위한 수준으로 확대돼야 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한국의 통일외교는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기본적으로는 우리 정부와 사회 각층이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 거시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통일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으로서 국제사회의 합의와 지지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통일공공외교는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위기를 향해서 치달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때일수록 우리는 국제사회를 향해 2차 세계대전 이후 거의 유일하게 분단국으로 남은 한국의 평화통일이 동북아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평화 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다. 산업화, 민주화, 국제화로 이어지는 국가 어젠다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핵심 국가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냈다. 이러한 성공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범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발견하기 어렵다. 그리고 남은 과제가 통일이다. 통일 과제는 국제화, 외교 선진화와 맞물려서 추진돼야 한다.
한국의 우수한 문화 자산, 국민적 역동성, 전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되고 전문적인 NGO, 다방면의 국민 인재 등 다양한 외교 자산을 포괄하는 통일공공외교 프로젝트의 실현을 간절히 바라본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 정치학 박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역임.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 통일부·외교부·국방부 정책자문위원(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