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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20 | 20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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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와 동북아 정세

지역구도 재편 요구하는 중국의 경제성장
통일을 꿈꾸는 우리에겐 득인가 독인가

‘미국 따로, 중국 따로’.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는 미·중 갈등을 그대로 그러냈다. 현상 변경을 요구하는 중국과 국제 규범 준수를 강조하는 미국의 압박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미국 따로, 중국 따로’.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는 미·중 갈등을 그대로 그러냈다. 현상 변경을 요구하는 중국과 국제 규범 준수를 강조하는 미국의 압박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지역 질서 재편을 요구한다. 이를 미국과 일본이 적극 견제한다. 한국은 그 틈을 이용해 성장을 거듭했으나 사드 배치를 놓고 모순에 직면했다. ‘공동의 이익’으로 지역 모순을 덮으려는 노력은 성공할 것인가.


중국은 2010년부터 일본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 국가가 됐다. 놀라운 건 GDP 증가 속도다. 2008년 GDP 규모 1위인 미국의 30.9%에 불과했던 중국의 GDP는 7년 뒤인 2015년 미국의 61.2%가 됐다(IMF 자료). 상대적인 성장에서 두 배 이상 커진 것이다.

중국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세계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만 해도 4.4%에 불과했지만 2008년에 9.0%, 2015년에는 14.0%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미국의 비중은 12.0% → 8.1% → 9.2%로 줄어들었다. 세계 무역에서 중국의 위상이 얼마나 빨리 높아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국가로 시각을 좁혀보면 중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진다. APEC 국가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9.3%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20.3%, 2015년에는 27.3%로 증가했다. 반면 미국은 2001년 25.5%로 1위국이었으나 2008년 18.4%로 2위로 추락하고 2015년엔 18.0%로 줄어들었다. 경제 규모와 수출에 관한 한 중국은 이미 아·태지역 최강대국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존 국제 질서의 변화를 초래한 중국의 부상

중국 경제가 부상한다면 국제 경제와 국제 정치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중국에서 만든 물건이 세계 시장에 더 많이 수출되고, 중국은 더 많은 물건을 수입함으로써, 중국으로 들고 나는 투자 활동이 활발해진다. 이는 다른 나라들에게 나쁠 게 없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값싸고 질 좋은 중국 제품 덕분에 적은 비용으로 생산, 소비 등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 이후 국내 생산비용 상승으로 수출경쟁력이 한계에 직면했던 한국, 대만 등 아시아의 신흥 공업국들은 중국으로 생산공장을 이전해 저임금의 숙련된 중국인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고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중국 제품 때문에 국내 일자리를 잃는다는 우려도 많았지만 부작용보다는 이익이 더 컸던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경계심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전까지 경제적인 면에서 중국의 부상은 세계 경제의 성장과 안정에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을 국가 간의 관계, 즉 외교·안보와 연결해보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경제력이 바뀌면 권력관계도 바뀌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부상은 당연하게 여겨졌던 기존의 국가 간 이해관계와 규범에 변형을 가져오는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이 생겨난다. 중국산 제품의 수입이 늘어나면 상대국에서는 산업 기반 약화와 실업자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주요 시장에서 입지도 줄어들게 된다.

그때까지 국제 시장에서 통용되던 제품의 표준(규격)과 국제 공동개발계획, 환율,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경제기구 운영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그에 따라 기득권 국가들은 힘이 빠지고, 그들이 누려오던 경제적 기회도 줄어들게 된다.

중국의 대외 경제정책은 자국의 영향력 증대와 자국 기업의 수출 확대에 목적이 맞춰져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까지 중국은 수동적으로 수출과 투자 유치에 힘써왔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은 적극적으로 대외 개방을 확대했다. 해외 진출을 확대하며 글로벌 경제 이슈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 나아가 주변국, 주변지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하고 주변지역과의 협력 틀을 강화하려 노력한다.

세계 수출에서 주요국의 비중 APEC 국가의 수출에서 주요국의 비중 자료 : Trade map 자료로 계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대응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진다. 중국의 부상을 느긋하게 바라봐오던 글로벌 초강대국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태도를 바꿨다. 중국과의 경제협력 자체는 거부하지 않되(중국은 최대의 시장이므로) 중국을 배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에서 보듯 중국에 대한 견제에도 힘쓰고 있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는 2011년 힐러리 당시 미 국무장관이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선언한 후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본격화됐다. 현재 미국이 벌여놓은 중국 견제 수단은 남중국해 관련 압박, 인도 및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 일본 및 한국과의 동맹 강화 등이다.

중국의 부상으로 긴장하는 국가는 단연 일본이다. ‘기러기떼 모델(일본을 정점으로 하고 아시아 각국이 발전 순서에 따라 분업에 참여하는 국제 분업모델)’이라는 이름하에 동아시아 전체를 일본을 중심으로 한 국제 분업체제로 만들려고 했던 일본에 중국의 부상은 이 전략의 와해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중국 견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진행된다. TPP,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등 아·태지역의 주요 통상협상에서 일본이 중국에 협력적이었던 적은 거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중·일 간 갈등의 격화(영토, 역사 문제, 미·일동맹 강화 등)가 두드러졌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중국 지역경제전략의 ‘남쪽 핵심’인 아세안에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구애’와 아세안의 ‘균형외교’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에 아세안은 ‘숙적’ 일본과 시장 쟁탈전을 벌이는 마당이자 아세안 국가들의 경계심을 무마하면서 동시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원만하게 관리해야 하는 곳이다. 아세안 국가들도 중국의 부상에 따른 경제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등 중국의 영향력 강화에도 대처해야 한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북방의 오랜 경쟁국인 러시아와의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그동안 소원했던 중·러관계 강화를 가져오고, 이에 따라 미·일 대 중·러 간 대결 국면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중 경제 통합과 안보 분야의 이견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 심각하면서도 복잡하게 영향을 미치는 곳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이다. 중국의 부상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껴온 미국, 일본과 달리 한국은 중국의 개방과 성장을 가장 잘 활용해온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출 드라이브 전략으로 고속성장을 이룬 뒤 국내 생산비용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에 직면했던 한국은 한중수교(1992년)를 통해 생산공장을 이전함으로써 성장 둔화를 벗어날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내수 시장 개척을 통해 성장을 계속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중 경제는 사실상 ‘통합’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부상은 한국에 대한 경제적 영향뿐만 아니라 일부 외교·안보적 영향력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을 둘러싼 국내외의 우려와 논란은 우리가 원하던 바는 아니지만, 외교·안보 분야에서 우리가 중국의 영향을 받거나 중국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핵 개발을 둘러싼 국제 제재가 사실상 중국의 손에 좌우되는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의 대(對)북한 영향력은 절대적인 수준이다.

2012년 일본령 센카쿠에 상륙하는 중국과 대만의 청년들. 센카쿠 갈등은 동북아 지도력을 놓고 중국과 일본이 벌이고 있는 경쟁을 보여준다.2012년 일본령 센카쿠에 상륙하는 중국과 대만의 청년들. 센카쿠 갈등은 동북아 지도력을 놓고 중국과 일본이 벌이고 있는 경쟁을 보여준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동아시아와 한반도 정세의 안정에 이로울 것인가? 공동 발전과 평화의 방향으로 갈 것인지 침체와 불안정으로 갈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두 시각은 여전히 팽팽히 맞서 있다. 분명한 사실은 중국의 성장과 미·일의 견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아세안과 한국, 러시아 등이 자국의 이익을 고려해 대응함으로써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고정된 상황 전개를 단정하기보다는 중국의 부상에 대해 기존 국가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그 반응이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행히도 지금까지의 검토 내용을 보면 중국의 부상에 대한 동아시아주요 국가의 반응이 우호적일 가능성은 매우 작다.

그러나 다른 길로 갈 수도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관계를 더욱 빨리 규범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북한을 제외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국제 규범 준수를 공언해왔다. 중국 역시 개방경제를 표방하는 가운데 성장과 경제적 위상 증대를 이뤄왔으니 규범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외교·안보적 갈등이 경제 분야로 파급되는 것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 후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외교·안보 분야의 갈등이 경제로 파급되는 것을 막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근래 중국이 해온 말이나 실제 정책을 보면 불가능하지도 않다. 중국의 부상 이후 동아시아는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미시적인 안정성(즉 공동 이익 확대)으로 조금씩 덮어가는 길고 어려운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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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우 KOTRA 중국조사담당관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중국 정치경제 전공). 외교안보연구원 선임연구원, 상하이사회과학원 방문학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역임. 논저 <한중 FTA 비관세장벽 분야 쟁점과 시사점>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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