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진구의 ‘여성 통일수다방’
“북한의 고부관계 들어봅시다”
“에고 우리와 똑 같구먼~”
부산의 한가운데 위치한 부산진구협의회는 여성 통일 활동의 선봉을 이끄는 리더로 맹활약하고 있다. 국내 단위 협의회 사상 처음으로 ‘여성 통일수다방’을 성공리에 개최했다.
지난 3월 21일 부산진구청 대강당에서 북한의 생활상과 남북의 차이 등을 내용으로 한 통일교육 행사가 열렸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주최하는 행사로는 자주 접해온 프로그램이라 생각하기 쉬웠다. 하지만 그 규모나 구체적 내용, 청중들의 구성이 사뭇 남달랐다. 600명을 헤아리는 청중 자체도 상당했지만, 대부분이 여성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행사 내용도 ‘생활밀착형’이었다. 북한 여성의 결혼과 명절 이야기, 북한 직업에 대한 이해, 시어머니와 며느리 이야기 등 일반인들 특히 여성의 관심을 이끌어내기에 맞춤한 주제였다. 패널들과 청중의 질의응답 시간에도 여성 참석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북한과의 통일을 내용으로 다뤄 남성 위주로 흘러가기 쉬웠던 토론회가 ‘여성 중심’으로 진행됐다.
바로 부산진구협의회가 전국 최초로 지역협의회 단위에서 마련한 ‘여성 통일수다방’ 행사 광경이다.
“무모해 보이는 기획이었습니다. 지역 여성 리더들과 북한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그들의 생활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추진한 행사였지만 단위 협의회에서 처음 하는 사업이다 보니 기존 자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습니다.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심정이었죠.”
백옥자 부산진구협의회장은 협의회 간사와 임원을 비롯한 자문위원들의 적극적 동참으로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냄으로써 오히려 전에 없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순직·전몰군경 유가족 위로행사 갖기도
부산진구는 부산의 16개 구·군 중 한가운데 위치한 부산의 실질적 중심지다. 집값이 높고 생산시설이 거의 없는 지역이다 보니 관내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이 많지 않다는 특성을 가졌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고 통일골든벨에 대한 중·고등학교의 참여 의지나 호응이 유달리 강한 편”이라고 정현실 행정실장은 설명한다. 부산진구협의회는 이러한 주민들의 남다른 통일 욕구에 발맞춰 여러 가지 사업들을 공모하여 그에 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을 보면, 부산 청년들에게 민주평통의 역할과 통일의 필요성을 각인시키기 위해 한국JCI 부산항도청년회의소와 함께 탈북민 가족 낙동강 환경 체험과 장학금 전달식 행사를 가졌다. 고등학생 통일골든벨 사업도 학교장, 교무부장과 치밀한 협의를 통해 전체 학생들이 다 같이 참여해 선발자를 뽑는 등 세심한 과정을 거쳤다.
지난 6월에는 순직·전몰군경 유가족 위로행사도 가졌다. 부산진경찰서와는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 정착 지원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고 평소 긴밀하게 협조해왔다.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누구보다 필요한 순직·전몰군경 유가족을 위해 작지만 정성이 담긴 선물을 드리고 삶의 애환을 공유한 자리는 더욱 의미가 깊었다고 백옥자 협의회장은 말한다.
또한 부산진구협의회는 민주평통 남해군협의회와 2010년 11월 15일 자매결연 협약을 맺고, 매년 상호 방문하는 만남의 장을 열며 지역 간 교류협력 사업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부산진구협의회가 관내 여러 단체를 살뜰히 보살피고 각종 기관과 남다른 협조관계를 유지해나가는 데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백옥자 협의회장의 힘이 크다.
명륜상사를 운영하는 그는 37년간 새마을부녀회 활동을 하면서 부산광역시 새마을부녀회장, 새마을중앙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러한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노인의 날 대통령 표창, 2015년 자랑스러운 부산시민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민주평통에는 11기 자문으로 위촉돼 이후 부산진구협의회 여성분과위원장직과 사무처 직능 상임위원 중 여성분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개인적으로 탈북민들 가정, 그중에서도 특히 탈북 주부들이 겪는 삶의 애환에 대해 관심도 많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라는 게 백 회장의 다짐이다. 이로 미루어 짐작컨대, 앞으로도 부산진구협의회의 활동은 이웃을 돌보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가까운 시일 내에 통일이라는 더 큰 목표로 차근차근 나아가는 풀뿌리 운동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