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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20 | 20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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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양동마을과 안동 하회마을

타임머신 타고 들어가본 조선 마을
넓고 깊고 아늑하고 따뜻하다

양동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성주산에서 바라본 서백당 전경. 양동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성주산에서 바라본 서백당 전경.

유네스코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발굴·보호·보존하기 위해 1972년에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을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석굴암·불국사,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등재를 시작으로 모두 12점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유산을 차례대로 소개한다. <편집자>


| 양영훈 여행작가 |

빛과 바람이 좋은 10월은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달이다.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은 계절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고, 만산홍엽의 가을산은 “어서 오라” 손짓하는 듯하다. 고향에 대한 아득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민속마을도 이맘때쯤이 여행 적기다. 지난 2010년 7월에 세계유산문화에 등재된 조선 마을인 경주 양동마을과 안동 하회마을을 둘러보자.

신라 속의 조선 마을

경주는 신라의 천년고도이다. 신라가 멸망한 지 천 년도 더 지난 오늘날에도 경주는 여전히 신라 땅이다. 어딜 가나 신라의 자취와 문화유적이 눈에 띈다. 발끝에 나뒹구는 기왓장 조각도 십중팔구는 신라 유물이다. 오히려 시대적으로 신라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고려와 조선의 흔적은 흔치 않다. 그래서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은 ‘신라 속의 조선마을’로 불릴 만하다.

굽이치는 낙동강과 병풍 같은 산자락을 바라보는 곳에 들어선 병산서원.굽이치는 낙동강과 병풍 같은 산자락을 바라보는 곳에 들어선 병산서원.

양동마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반촌(班村) 중 하나다. 설창산(雪蒼山, 해발 95m) 문장봉에서 말 ‘勿’(물)자 형으로 흘러내린 산자락과 네 골짜기마다 수백 년의 내력을 이어온 전통 기와집 54채와 소박하고 예스러운 초가 110여 채가 빼곡하게 들어앉았다. 이 마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씨족마을로도 유명하다. 500여 년 전의 조선 초기부터 여강 이씨와 월성 손씨들이 대대손손 살고 있다. 여강 이씨 집안의 조선 중기 대학자이자 동방오현 중 한 사람인 회재 이언적(1464~1529)의 고향이기도 하다.

양동마을은 모두 네 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안계(安溪)’라는 시내를 경계 삼아 동서로 하촌(下村)과 상촌(上村), 남북으로 남촌과 북촌이 나뉜다. 대체로 높은 언덕에는 양반 가옥이 들어서 있고, 낮은 지대에는 하인들의 주택이 자리 잡았다.

하회마을 낙동강변의 만송정숲.하회마을 낙동강변의 만송정숲.

양동마을의 옛집들 가운데 여강 이씨 종가집 별당인 무첨당(제411호), 우재 손중돈이 분가해 살았던 관가정(제442호), 회재가 경상감사로 재직할 당시에 지었다는 향단(제412호)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그리고 양동마을 전체(제189호)와 월성 손씨의 대종가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살림집 중 하나인 서백당(제23호), 회화나무 고목이 인상적인 심수정(제81호) 등을 포함한 13곳은 국가 지정 중요민속문화재다.

양동마을은 의외로 넓고 깊다. 마을에서 안내하는 탐방 코스만 해도 6개나 된다. 하지만 굳이 코스대로 다닐 필요는 없다.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느긋하게 걸으면 된다. 조붓한 오솔길과 산길, 정겨운 돌담길과 시원한 대숲길 등 마을의 구석구석까지 실핏줄처럼 뻗은 길들이 다채로운 느낌과 풍경을 연출한다. 그 길에서 만나는 집들의 구조와 형태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양동마을을 제대로 다 돌아보려면 꼬박 하루 이틀쯤은 부지런히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양동마을의 안쪽 구석에 자리한 초가집. 
드넓은 안강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양동마을의 안쪽 구석에 자리한 초가집.
드넓은 안강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돌담과 우물이 없는 行舟形

예로부터 안동은 ‘추로지향(鄒魯之鄕 : 공자와 맹자의 고향, 즉 예절이 바르고 학문이 왕성한 고장)’, 또는 ‘양반 고을’로 일컬어져왔다. 지금도 씨족마을과 종택이 어딜 가나 흔히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임진왜란 당시에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1542~1607)의 고향인 풍산면 하회마을(중요민속자료 제122호)은 수백 년 된 전통가옥이 즐비하고 자연풍광 또한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이다.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600여 년에 걸쳐 살아온 씨족마을이다. 이곳에는 현재 127가구, 437개 동의 전통가옥이 남아 있다. 그중 풍산 류씨의 대종가인 양진당(보물 제306호), ‘서애종택’으로도 불리는 충효당(보물 제414호), 기와집과 초가집이 뒤섞인 하동고택, 하회마을 남촌의 중심에 자리 잡은 남촌댁(중요민속문화재 제90호), 북촌을 대표하는 북촌댁(중요민속문화재 제84호) 등을 비롯한 12곳은 보물이나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안동지방의 향토음식인 헛제삿밥.안동지방의 향토음식인 헛제삿밥.

오래도록 조용하고 한가롭던 이 강변 마을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1999년 4월 21일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문한 뒤부터였다. 오늘날에는 주말과 휴일이면 하루 1만 명 내외가 방문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전통마을 특유의 고즈넉함과 여유를 제대로 즐기려면 아예 마을 안의 민박집에서 하룻밤 묵는 게 좋다.

하회마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고샅길이다. 낱낱의 건물보다도 이 고샅길을 한가로이 누비며 맛보는 마을의 정취가 더 오래도록 기억된다. 가문의 위세와 집의 규모를 감안하면 육중한 돌담이 제격일 성싶지만 의외로 돌담은 거의 없다. 흙담이 대종을 이룬다. 이는 마을의 지세(地勢)가 ‘행주형(行舟形)’이어서 돌담을 쌓으면 무거워 가라앉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을에 우물을 파지 않고 강물을 끌어다 쓰는 것도 역시 배에 구멍(우물)을 뚫으면 가라앉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양동마을 성주산에서 내려다본 관가정 주변의 초저녁 풍경. 양동마을 성주산에서 내려다본 관가정 주변의 초저녁 풍경.

하회마을의 여러 절경 중에서 으뜸은 강 건너에 70m 높이로 우뚝한 부용대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이다. 마을에서 부용대로 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 고송들로 빼곡한 만송정숲(천연기념물 제473호) 근처에 나루터가 있다. 낙동강을 가로지른 나룻배는 류성룡이 <징비록>(국보)을 구상하고 저술했다는 옥연정사(중요민속문화재 제88호) 아래의 모래밭에 닿는다. 여기서 10여 분 거리의 부용대 전망대에 올라서면 서로 얼 싸 안은 채 산태극수태극을 이루는 강과 마을이 오롯이 시야에 들어온다. 눈앞의 풍광은 ‘물길이 돈다’는 뜻의 ‘하회(河回)’라는 지명이 붙은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회마을과 이웃한 병산서원도 빼놓을 수 없다. 류성룡과 그의 아들 류진을 배향한 이곳은 서원 특유의 엄격함을 갖췄으면서도 전혀 권위적이지 않은 공간 배치를 보여준다. 특히 널찍한 만대루의 누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낙동강과 병산의 풍광은 시간을 까마득히 잊게 할 만큼 절승이다. 또한 서원 입구에는 대나무와 짚으로 둘러쳐진 야외변소(일명 머슴뒷간)가 있어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사이에는 약 4km의 ‘하회~병산 선비길’이라는 문화생태탐방로가 개설돼 있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숲길이고 강변길이라 사색하며 자분자분 걷기에 제격이다.

여행 정보


관람 안내
양동마을 : (054-762-6263,
www.yangdongvillage.com)
-입장시간 09:00~18:00, 입장료 4000원(성인), 주차료 무료(관광객 차량은 마을 진입 금지)
하회마을 : (054-852-3588, www.hahoe.or.kr)
-입장시간 09:00~18:00(여름철) 09:00~17:00(겨울철), 입장료 3000원(성인), 주차료 2000원(승용차, 관광객 차량은 마을 진입 금지)

숙식
양동마을 : 해저고택(054-763-0380), 남산댁(054-762-4418), 초원식당(054-762-4436), 연화민박(054-762-4436) 등의 전통 민박집이 있다. 초원식당(연밥정식, 054-762-4436), 거림식당(된장찌개, 054-762-4201), 우향다옥(토종닭, 054-762-8096) 등의 식당도 있어서 숙식을 해결하기가 어렵지 않다.
하회마을 : 덕여재(054-857-2885), 감나무집(054-853-2957), 행산고택(054-853-2214), 회제고택(054-853-2630) 등 전통가옥 민박집이 많다. 매표소 근처에 밀집한 옥류정(054-854-8844), 하회식당(054-853-9467), 이화식당(054-842-3456), 솔밭식당(054-853-0660) 등의 향토음식점에서는 안동 별미인 안동찜닭, 헛제삿밥, 안동간고등어구이 등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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