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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20 | 20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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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제5차 핵실험과 우리의 대응

남북 사이에 ‘공포의 균형’ 유지돼야
한반도 비핵화 가능해

괌에서 날아온 미 공군의 B-1B 폭격기와 F-16 전투기의 편대비행. 
유사시 한미 공군이 구성할 대규모 공격편대군(群)은 응징작전의 핵심이다.괌에서 날아온 미 공군의 B-1B 폭격기와 F-16 전투기의 편대비행. 유사시 한미 공군이 구성할 대규모 공격편대군(群)은 응징작전의 핵심이다.

북한이 핵무기 대량생산 체제로 들어갔으니 우리는 새로운 세력균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공포의 균형은 양측이 세력균형을 이루면 전쟁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이 다섯 번째 핵실험을 단행했다. 네 번째 핵실험을 한 지 불과 여덟 달 만이다. 2006년부터 3년 단위로 해왔던 주기도 깨졌다. 미사일을 먼저 쏜 뒤 핵실험을 했던 패턴도 깨졌다. 핵과 미사일 기술의 고도화로 주기나 패턴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지난 10년간 행해졌던 네 번의 핵실험과는 완전히 다르다. 네 번에 걸친 핵실험이 성능을 시험하는 초보적 실험이었다면 이번 실험은 핵탄두 폭발 실험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핵무기의 시제품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악한 수준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버전 1.0의 시제품이 만들어진 것만은 확실하다.

이 실험으로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다. 아무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북한이 이번 실험으로 핵탄두의 규격화와 표준화를 달성했다고 주장한 점이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이제는 핵탄두의 수제(手製) 생산을 넘어 연탄 찍어내듯이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핵무기 대량생산으로 가는 북한

아직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이 완전한 핵무기를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국정원이 국회 보고 과정에서 제6차,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고 38노스가 위성 판독 결과 풍계리에서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징후들이 포착됐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맞는 말이다. 성능 향상을 위해 핵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지 않은 것이 아니다.

미국과학자협회(FAS)에 따르면 최초 핵실험 성공 후 미국은 1032회, 구소련도 715회 핵실험을 했다. 이런 실험은 핵무기의 성능을 개량하기 위한 실험이었지, 시제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번 핵실험은 핵 실전 배치의 최종 단계를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제4차 핵실험과 여섯 번째 장거리미사일이 발사되고 난 이후에도 우리 사회와 국제사회의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 능력과 미사일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그러자 김정은은 한국과 국제사회가 가지고 있는 ‘근거 없는 소망’을 하나씩 깨기 시작했다. 핵미사일 기술이 얼마나 고도화됐는지를 차례대로 보여주었다.

그것도 유엔이 안보리 결의안 2270호를 통해 대북 제재를 결의한 일주일 후부터 ‘특급비밀’을 하나씩 공개한 것이다. 북한은 3월 9일 기폭장치를 공개했다. 직경 60~80㎝ 크기의 구형(球形) 핵 폭발장치였다. 3월 15일에는 재진입 기술을 공개했다. 고열을 견디며 성공적으로 대기권으로 재진입한 미사일 탄두였다. 3월 24일에는 고체연료 실험 장면을 공개했고, 4월 9일에는 신형엔진을 공개했다.

한 달 동안 특급비밀을 공개한 북한은 이런 공개된 기술을 바탕으로 핵무기의 운반수단을 차례대로 발사하기 시작했다. 4월 15일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해 4전5기 끝에 6월 22일 성공했다. 83도의 고각으로 발사된 무수단은 1413.6km의 고도까지 올라 400km를 비행했다. 정상적인 각도라면 괌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7월 19일, 8월 3일, 9월 5일 등 세 차례에 걸쳐 발사한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은 사거리 500~600km와 1000km를 보여주었다. 이동발사대에 실려 1분 간격으로 고속도로상에서 발사된 9월 5일의 세 발은 노동 미사일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고각과 연료량을 조절하면 부산과 김해공항이 타격지점이고, 제대로 쏜다면 일본과 주일 미군기지가 타격지점이고, 연속으로 발사하면 한미 양국의 요격미사일도 뚫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실패를 거듭하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도 4전5기 끝에 성공했다. 북한은 8월 24일 SLBM의 500km 발사에 성공했다. 한국 사회가 북한의 SLBM 지상 사출 실험 발사라는 정보를 들은 지 불과 1년 8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로써 모든 것이 명백해졌다.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를 결합해보면 뿌옇던 안개가 완전히 걷히기 때문이다. 핵무기 시제품은 완성되었고 이를 실어나를 수 있는 무수단, 노동, 스커드, SLBM도 완성되었다. 이제 핵무기의 실전 배치만 남았다. 물론 수소폭탄의 실험이나 EMP의 실험, 또는 성능 개량을 위한 실험 등은 또 다른 실험일 뿐이다.

북한이 다섯 차례나 핵실험을 거듭한 함북 풍계리 지도.북한이 다섯 차례나 핵실험을 거듭한 함북 풍계리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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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킬체인과 KAMD 외 대량응징 보복을 하는 KMPR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힌 임호영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그러나 그것으로는 균형을 잡을 수 없다.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킬체인과 KAMD 외 대량응징 보복을 하는 KMPR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힌 임호영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그러나 그것으로는 균형을 잡을 수 없다.

김정은의 마이 웨이

한국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하의 국가안전보장회의와 외국 순방에서 조기 귀국한 대통령 주재하의 안보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의 내용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규탄, 통제 불능인 김정은의 정신상태, 그리고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유지였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55개 국가들과 5개의 국제기구들이 북한 핵실험이 있은 지 하루 만에 규탄성명을 발표했고 유엔 안보리도 규탄 성명을 발표하면서 ‘더욱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유엔 안보리는 올해 초 그러했듯이 긴 시간에 걸쳐 제재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고 결의안 2270호보다는 조금 더 강한 결의안을 내놓을 것이다.

한미 양국은 군사적인 조치도 발표했다. 북한 핵에 대한 3축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3K’로 통칭되는 3축 체제의 첫 번째 축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선제공격하는 킬체인(Kill Chain)이고, 두 번째 축은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이며, 세 번째 축은 적의 지도부를 대량 응징보복하는 KMPR이다.

새로운 것이 바로 KMPR이다. 군은 KMPR를 통해 ‘평양을 지도에서 들어내겠다’는 폭탄발언까지 했다. 미국은 전략무기를 전개했다. 바람 불어 뜨지 못했던 B1-B 폭격기 2대가 북 핵실험 나흘 만에 비무장으로 한반도 상공에 출현했다가 사라졌다.

무엇이 북한을 떨게 하는가? 무엇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포기의 길로 나오게 만드는가? 안보리 결의안도, 미국의 확장억제력 제공도, 미 전략자산의 전개도, 그리고 한국의 3K도 아니다. 이 정도로는 김정은이 2012년 7월 모란봉악단으로 하여금 부르게 했던 ‘고나 플라이 나우(Gonna Fly Now)’와 ‘마이 웨이(My Way)’를 막지 못한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순방 중인 라오스에서 긴급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순방 중인 라오스에서 긴급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새로운 공포의 균형을 찾아라

세력균형의 핵심은 세력이 균형을 이루면 전쟁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 힘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 국제정치학의 거두인 왈츠는 세력균형이 국제협력, 국제법, 그리고 국제제도 등의 작동에 전제가 된다고 했다. 왈츠의 제자인 왈트는 세력균형을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으로 바꿔놓았다. 서로가 상대방의 힘에 대해 공포를 느끼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이후 핵 강대국들은 공포의 균형을 통해 핵전쟁을 방지해왔다.

핵무기는 절대무기이자 전략무기이다. 대량살상무기이고 정치적 무기이기에 재래식 무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핵무기를 가진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사이에서 공포의 균형은 있을 수 없다. 핵무기에는 핵무기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한국 스스로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들여와야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제10조도 ‘비상사태로 인해 국익이 위태롭게 될 경우 탈퇴할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한국의 NPT 탈퇴는 북한의 탈퇴와는 완전히 다르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에 오히려 NPT 탈퇴를 한 후 23년 이상 핵무기를 개발해왔지만 한국은 현재 비상사태를 맞고 있기에 그렇다. 한국이 비상사태에 처한 걸 국제사회가 부인할 리 없다. 차선책으로 미국이 나토(NATO)의 5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공동으로 관리하듯이 한국에도 그렇게 해야 한다. 바람 불어 뜨지 못하는 폭격기를 하염없이 기다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제 남북한 사이에 공포의 균형이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 비핵화’도 가능하고 남북 협력도 가능하며 통일 논의도 가능해질 것이다. 왈츠나 왈트의 주장처럼 세력균형 유지가 모든 협력의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으르렁거렸던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무장을 통해 공포의 균형을 이루자 산적했던 갈등들이 하나씩 해결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단호한 정책 결정이 오히려 한반도에 기존과는 전혀 다른 희망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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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수 성신여대 교수
육사 33기, 서강대 정치학 박사. 국방대 교수, 국방대 국가안전보장쿤제연구소장, 대통령 직속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위원 역임. 저서 <21세기의 세계질서:변혁시대의 적응논리(공저)>, <국가위기관리 체제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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