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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20 | 20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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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엘리트의 탈북이 주는 의미

김정은의 요인 숙청이 불러온 새 현상
‘일시적 탈북’에서 ‘구조적 탈북’으로

2012년 중국 투먼에서 북한 함북 온성을 잇는 다리로 탈북자를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차량이 찍혔다. 북한은 지금 탈북자를 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2012년 중국 투먼에서 북한 함북 온성을 잇는 다리로 탈북자를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차량이 찍혔다. 북한은 지금 탈북자를 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공포정치의 일상화가 구조화된 탈북을 만든다. 하늘로 미사일을 쏘아 올릴수록 그 밑에서는 인민의 유출이 일어난다. 김정은은 사상누각으로 전진하고 있다.


올해 7월 말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부인, 자녀와 함께 탈북해 국내로 망명했다. 태영호 공사는 1991년 귀순한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고영환 1등 서기관, 1997년 미국으로 망명한 장승길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 이후 외교관으로서는 최고위급에 해당한다.

특히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경우 유럽지역 북한 외교의 중심 거점이라는 점에서 태영호 공사의 위상은 높은 편이다. 북한의 대사관 체제에서 공사 직위는 해당 기관의 정치적 관리책임자인 초급 당비서 역할을 겸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은 대사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다. 태영호 공사의 부인 오혜선은 김일성의 동료이자 빨치산인 오백룡의 아들인 오금철 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의 일가로 알려지고 있다. 태영호 공사 일가의 망명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이다.

다시 증가하는 국내 입국 탈북자

태영호 공사의 망명뿐만 아니다. 지난해에는 한국군의 대령에 해당하는 인민군 정찰총국의 대좌가 귀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올해 7월 중순 홍콩과학기술대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 출전한 북한의 수학 영재가 홍콩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 아니라 거액을 소지한 북한의 해외 무역 일꾼도 탈북해 이미 한국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입국 탈북자들의 경우 고위층의 탈북은 물론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북한에서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북한 중산층 이상의 탈북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 심화와 관련이 있다.

북한의 핵 개발에 따른 대북 제재 강화로 해외 파견인력의 탈북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북한 당국이 부족한 외화의 수급을 위해 해외 파견인력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파견인력의 탈북은 과거 소수에 불과했으나 올해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북에서 보듯 최근 크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탈북자 중 여성의 비중이 높은 가운데 최근엔 남성 탈북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북한 내에서 여성의 이동은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남성은 직장 및 정치, 사회적 통제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이동에 제약이 있어 탈북도 제한을 받는 편이다. 그동안 국내 입국 탈북자 중 여성의 비율이 높은 이유이다. 최근 남성 탈북의 증가 경향은 북한 체제의 내구력 약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탈북해 곧바로 한국으로 입국하는 ‘직행형 탈북’도 증가하고 있다. 탈북은 경제난민 성격의 ‘생계형 탈북’과 ‘정치적 탈북’으로 대별된다. 생계형 탈북의 경우 중국 등 북한과 인접한 국가로 월경해 일정 기간 경제활동 및 거주 후 국내로 입국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그동안 국내에 입국한 상당수 탈북자가 이와 같은 경로를 경유했다.

사형 선고 받는 장성택. 장성택 처형이 고위층의 구조적 탈북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사형 선고 받는 장성택. 장성택 처형이 고위층의 구조적 탈북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반면 정치적 탈북의 경우 처음부터 한국 및 제3국으로의 망명을 목표로 한 기획 탈북이라는 점에서 해외 체류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직행형’의 특성을 보인다. 최근 직행형 탈북의 증가는 정치적 목적의 탈북 증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지난해 말까지 감소세를 보여온 국내 입국 탈북자 수는 올해 증가세로 반전했다. 2009년 2914명이었던 탈북자는 2011년 2706명, 2012년 1502명, 2013년 1514명, 2014년 1379명, 2015년에는 1276명으로 점차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탈북자 수가 증가세로 반전돼 7월 말 현재 815명으로 전년 대비 15.6% 증가했다.

그동안 탈북자 수의 감소는 북한 내 배출 요인의 감소가 아니라 통제의 강화에 기인한다. 김정은 정권이 탈북을 심각한 반체제 행위로 간주해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은 거주지 이탈과 노력 동원을 담당하는 ‘3.12상무’를 재가동해 탈북을 집중 감시·통제하고 있다. 북한에서 상무는 태스크포스에 해당하며, 3.12상무는 2014년 3월 12일 김정은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3.12상무가 북한 공안기관의 핵심인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직할이라는 점에서 탈북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우려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중국 내 북한 식당의 북한 종업원 집단 탈북 및 국내 입국에 대해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김정은이 직접 재외 한국인들에 대해서 보복 납치 및 테러를 지시한 이유도 탈북 사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초 한국으로 들어온 중국 거주 북한 식당 종업원들. 남성보다는 여성들의 탈북이 높은 편이다.올해 초 한국으로 들어온 중국 거주 북한 식당 종업원들. 남성보다는 여성들의 탈북이 높은 편이다.

‘직행형 탈북’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 입증

북한 고위층 및 남성의 탈북, 해직 파견인력의 탈북, 그리고 ‘직행형’ 탈북의 증가는 북한 체제 내구력의 약화와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양적, 질적 차원에서 변화하고 있는 탈북 양상은 김정은 집권 이후 지속되고 있는 공포정치와 구조적인 경제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북한 엘리트 탈북의 증가는 김정은의 지속적이고도 무차별적인 고위층에 대한 숙청 및 처형과 관련이 있다. 김정은은 2011년 말 집권 이후 반년 만인 2012년 7월 김정일 시대 선군정치의 상징이자 북한 야전군의 최고 실세인 인민군 총참모장 리영호를 전격 숙청했다. 리영호의 경우 해임이라는 형식을 취했으며, 북한 공식 매체에서 ‘동지’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처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2013년 6월 발간된 북한 내부 학습자료인 학습제강에 리영호를 ‘반당반혁명분자’, ‘놈’이라고 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반당반혁명분자로 낙인 찍혀 살아남은 경우는 거의 없다. 이뿐만 아니라 김정은은 2013년 12월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잔혹하게 처형함으로써 대내외에 충격을 주었다.

김정은 정권에서 자행된 북한 고위층에 대한 숙청과 처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장성택의 처형 이후 북한 고위층에 대한 숙청 및 처형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5년 4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에 이어 올해 7월에는 김용진 내각 부총리가 처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학습제강에 의하면 김철 인민무력부 부부장, 전정갑 서해함대 제1전대장, 정운학 노동당 중앙위원도 숙청 혹은 처형된 것이 거의 확실하다. 김정은 정권에서 처형된 고위층은 모두 반당반혁명분자라는 죄명을 뒤집어썼다. 북한 고위층 모두가 예기치 않은 숙청과 처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2014년 영국에서 촬영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태씨를 비롯한 북한 고위급의 정치적 탈북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북한 내부 사정 때문이다(왼쪽부터).2014년 영국에서 촬영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태씨를 비롯한 북한 고위급의 정치적 탈북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북한 내부 사정 때문이다(왼쪽부터).

매년 일반 주민 30여 명 공개처형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고위직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성 등 김정은의 공포정치를 지탱하는 북한의 공안기관들이 고위직의 숙청과 처형은 물론 북한 주민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감시와 통제, 처벌을 주도하고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30여 명의 주민이 공개처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의 경우 일반주민에 대한 처형 빈도가 급격히 증가해 8월 현재 60여 명의 북한 주민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탈북자와 가족, 관련 브로커가 수시로 처형되고 있으며, 해외 송출 노동자의 근무 중 이탈도 탈북으로 간주해 처벌하고 있다. 탈북, 남한 및 외부 영상물 시청, 선교 활동은 모두 심각한 반체제 행위로 간주돼 처벌받고 있다.

공포정치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경제위기 역시 최근 탈북 증가세의 주요한 원인이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5년 만에 식량난은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곡물 생산량이 전년 대비 9% 감소했으며, 북한 최대의 곡창지대인 황해도 주민들도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군 역시 식량난에 직면해 일부 북한군의 경우 불과 하루 100g의 식량을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북 제재의 강화로 북한의 재정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일부 장마당 경제의 활성화도 재정 수입의 확대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장마당 거래의 외화 의존성 심화와 시장 활동의 음성화, 그리고 소비세 등 시장제도의 미비로 세수 증대와 연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 엘리트 탈북의 증가는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 심화와 북한 체제의 내구력 약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의 통제와 처벌 강화에도 불구하고 북한 엘리트층은 물론 전반적인 탈북 현상이 지속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거침없는 핵 개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정은 정권의 미래가 어두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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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사회학 박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평가위원,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센터 소장 역임. 현재 통일정책연구협의회 사무처장. 저서 <세계체제이론으로 본 북한의 미래>, <지속 가능한 통일론의 모색>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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