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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18 | 20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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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개발 전략

북한 비핵화 어렵지만
결코 불가능한 목표 아니다

김정은의 생일인 지난 1월 8일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수소탄 시험(북한의 4차 핵실험) 성공’을 자축하는 북한 군인들.김정은의 생일인 지난 1월 8일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수소탄 시험(북한의 4차 핵실험) 성공’을 자축하는 북한 군인들.

공산권 붕괴 이후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세력 균형의 우위를 상실하게 된 것은 우리의 안일한 대처와 북한의 집요한 대응 때문이다. 이젠 이 구도를 바꿔야 한다.

북한은 2016년 1월 4차 핵실험을 실시한 데 이어 장거리 로켓 발사, 핵탄두 모형 공개, 미사일 수중 시험 발사, 중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통해 연일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하며 핵무장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이 1차 핵실험(2006년)을 실시한 지 10년이 지났고, 최고지도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핵무장에 국력을 집중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16년 현재 핵무장에 성공했다고 평가해도 지나친 평가는 아닐 것이다. 북핵 문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안보 문제이므로 더욱 그런 전제가 필요하다.

북한은 2012년 개정헌법에서 이미 ‘핵보유국’임을 선언했다. 2013년에는 핵무력·경제 병진노선과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라는 법령 공포 등을 통해 핵무장을 기정사실화했고, 2016년 제7차당대회에서 병진노선을 재확인했다. 우리 군도 <2014 국방백서>에서 북한 핵능력에 대해 플루토늄 40kg 보유(핵무기 5~8개 분량),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진행, 핵무기 소형화 능력 상당 수준 도달, 장거리 미사일 능력 보유, 2014년 핵무기 운용부대인 전략군 설치 등으로 평가하며, 북한의 핵무장을 무거운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북한은 핵무장국이 되었다

북한이 핵무장했다고 평가하는 것과 북한을 핵확산금지조약(NPT)상의 ‘핵보유국’ 또는 ‘핵무기국(Nuclear Weapon State)’으로 부르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NPT는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 개발에 성공한 국가를 ‘핵무기 국’으로 분류하므로, NPT 개정 없이 새로운 ‘핵무기국’을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북한을 ‘핵무장국’으로 지칭한 것은 현재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기술한 것에 불과하다.

북한을 ‘핵무장국’으로 부르더라도 북한 핵 개발의 불법성은 조금도 경감되지 않는다. ‘무장강도’라고 부른다고 해서 강도의 무장이 결코 정당화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장강도라 함은 강도의 긴급성과 불법성을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렇듯 북한을 핵무기국으로 보기에 우리 군은 그에 대한 억제와 방어책을 강구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10~2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2025년까지 50~70기로 증가시킬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의 핵무장 현실을 볼 때, 그동안의 우리와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외교가 사실상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좀 더 현실적이고 성과 있는 비핵화 외교를 추진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이를 위한 준비의 하나로 북한의 핵 개발 전략을 분석하고 평가하고자 한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강한 반대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어떻게 핵무장을 진전시켰는지, 북한의 핵 개발 동기와 전략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대북전략에 주는 시사점도 살펴본다.

북한의 핵 개발 동기와 전략으로 아래의 4개 항목에 주목한다. 첫째, 탈냉전기 들어 북한은 공산체제와 김씨 정권의 존망을 동시에 위협받는 안보, 정치, 경제의 총체적 위기에 직면하자 핵무장을 유일한 타개책으로 간주하고 고도의 동기와 집중력을 부여했다. 유럽 공산권 해체에 이어 김일성이 사망하고 대량의 아사(餓死)와 탈북이 발생하자 체제 붕괴가 임박했다는 위기를 감지했을 것이다. 그때 북한 지도부는 대외적으로는 한국의 흡수통일과 미국의 정권교체 기도를 거부하며, 대내적으로는 일인지배와 주민 통제를 지속하는 정치군사적 대안으로서 핵무장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 3월 9일자에 공개된 북한의 미사일 탄두(왼쪽 사진). 이어 이 신문은 3월 15일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신문 3월 9일자에 공개된 북한의 미사일 탄두(왼쪽 사진). 이어 이 신문은 3월 15일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북한 노동신문 3월 9일자에 공개된 북한의 미사일 탄두(위).
이어 이 신문은 3월 15일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아래)

외교를 전쟁의 일부로 간주하는 북한

둘째, 북한은 핵무장을 추진하면서 혁명적 공산주의 국제관에 따라 기존의 핵 비확산 국제규범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거부했다. 지금의 국제사회에서는 어떤 국가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하여 핵무장을 추진할 명분과 실익을 갖기 어렵다. NPT를 중심으로 하는 핵 비확산에 관한 국제규범이 정착되었고, 유엔 안보리 이사국이 핵 확산국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혁명주의 국제관에 따라 핵 비확산 규범과 안보리 제재를 미국이 주도하는 부당한 조치로 비판하고 거부했다.

셋째, 북한은 국가 생존과 정권 유지를 위해 핵무장을 최고 국가목표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정당화했다. 공산주의 외교관에 따르면, 외교는 전쟁과 투쟁의 연속이다. 북한에 외교와 대화는 핵무장 목표를 놓고 미국이나 남한과 벌이는 전쟁에서 이용하는 수단에 불과한 셈이다.

북한은 외교를 전쟁의 일부로 간주하고, 전통적 전략론의 지침에 따라 외교를 수행했다. 북한은 핵무장을 위한 시간 벌기나 상대 교란, 상대의 양보를 압박하기 위해 협상술로 벼랑끝 외교를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일찍이 <손자병법>은 “전쟁은 바로 기만”이라고 규정했고, 모택동도 <논지구전(論持久戰)>에서 강력한 상대와 맞설 땐 회피와 후퇴, 교란과 추격 또는 위협을 구사하는 게릴라 전법 사용을 설파했다. 북한은 이런 전략론에 충실하여 외교를 전쟁과 정치의 연장으로 보고, 철저히 기만과 교란과 위협 전술을 활용했다.

넷째, 북한은 핵무기 사용 독트린으로서 핵 억제와 보복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한 확증(確證)보복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북한은 다른 중소 핵국가와 마찬가지로 최소 100~2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이동식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다양한 운반체계를 갖추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핵무장 초기에는 그들의 핵 능력을 제거하려는 상대의 선제 공격에 취약하다. 북한은 이러한 선제 공격을 거부하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태세를 취하고, 동시에 핵 무장력을 단기간에 증강시키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한미에 핵 선제 공격을 위협하고, 핵물질 생산과 운반수단 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한반도의 안보 불안과 전쟁 위험 수준이 매우 높다. 탈냉전기 들어 상당 기간 한국은 압도적인 국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여유 있게 남북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북한의 핵무장 위험으로 한국 우위의 세력 균형이 크게 위협받게 되었다. 김정은 정권의 모험성과 공격성과 불예측성이 핵무장과 연결되면서 안보 불안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집요하고도 기만적인 핵 개발 전략은 우리의 대북전략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첫째, 북한의 체제 내구성과 핵무장 의지와 능력에 대해 객관성을 최대한으로 가져야 한다. 우리는 1990년대에 이를 과소평가하여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북한이 저절로 붕괴하거나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다리는 과오를 저질렀다. 그런데 지금은 이를 과대평가해 비핵화 노력을 포기하려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북한 비핵화가 매우 어렵지만, 우리는 국제사회의 지지와 정치경제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 강력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효과적인 비핵화 전략을 지속한다면 북한 비핵화는 결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탈냉전기라는 매우 불리한 환경에서도 북한은 핵무장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세우고 지속적으로 투자해 핵무장을 달성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대북전략의 목표와 수단과 방법을 재정렬하고, 전략의 통합성과 지속성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3월 15일자 북한 노동신문 1면. 엄혹한 시기 북한은 집요한 노력으로 핵무장국 반열에 올라섰다.3월 15일자 북한 노동신문 1면. 엄혹한 시기 북한은 집요한 노력으로 핵무장국 반열에 올라섰다.

대북전략의 목표와 수단·방법을 재정렬하라

둘째, 남북관계는 상호 통일을 지향하면서도 그 본질은 권력투쟁을 속성으로 하는 권력정치의 연장이며, ‘먹고 먹히는 관계’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주체성과 저항성이 높아 설득과 일시적인 압박으로 핵을 포기할 국가가 결코 아니다. 강도 높고 지속적인 제재와 압박이 자신의 체제와 정권을 위협할 수준이 될 때, 비로소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고 합의를 이행할 것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셋째, 북한의 핵무장은 탈냉전기 위기 상황에서 북한이 선택한 국가와 체제와 정권의 포괄적인 생존전략이므로 우리도 매우 현실적이며 포괄적인 비핵화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현존하는 북핵 위협에 대한 방위와 억제, 북핵의 동결과 롤백,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정착, 그리고 남북대화와 미·북대화를 통한 북한 연계와 변화 등 군사, 외교, 정치, 경제를 포괄하는 비핵화 전략이 필요하다.

넷째, 마지막으로 정부의 대북전략 조직을 강화하고 전략기획 기능을 보강해야 한다. 북한은 탈냉전기의 매우 불리한 환경에서도 핵무장 목표를 세우고 지속적으로 투자해 마침내 핵무장을 달성한 셈이 되었다. 반면 우리는 갖가지 이유로 대북정책의 지속성과 추진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따라서 정부와 전문가그룹이 협력해 대북전략의 목표와 수단과 방법을 재정렬하고, 동시에 전략의 통합성과 지속성과 실현성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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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미국 오리건대 정치학 박사. 대통령 비서실 국제안보비서관,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KEDO 전문위원, 국립외교원 안보통일 연구교수와 부장 역임. 현재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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