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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18 | 20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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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연평해전 부르는 서해 3국지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에
강한 물리적 조치 필요

중립수역인 한강 하구까지 들어온 중국 어선을 쫓는 해군의 고속단정. 정전협정 체결 후 한강 하구에 군경이 투입돼 작전을 펼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립수역인 한강 하구까지 들어온 중국 어선을 쫓는 해군의 고속단정. 정전협정 체결 후 한강 하구에 군경이 투입돼 작전을 펼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방한계선(NLL)은 한반도 정전체제에서 파생된 특수한 성격의 해상 경계선이다. 정전협정 체결 당시 지상 군사분계선과는 달리 해상 군사분계선은 합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1953년 8월 30일 유엔군사령관은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유엔군 해·공군의 해상 초계 활동의 범위를 한정하는 북방한계선을 동·서해에 설정했다.

이후 남북은 1991년 12월 13일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제11조를 통해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불가침 합의서’ 제10조는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 불가침 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러한 합의는 1953년 이래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관할해온 NLL 이남 해역 이 해상 불가침 구역임을 전제로 한 것이다.

북한은 1999년 9월 2일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별보도’를 통해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과 해상 군사통제수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하며 북방한계선 무효를 주장했다. 2004년 12월부터는 소위 ‘해상경비계선’이라는 것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북한은 해상경비계선을 1992년 선포했다고 언급했다가 1950년대 북방한계선이 설정된 이후 설정했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1977년 8월에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008년 7월 인터넷 선전선동 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1950년대에 내부적으로 설정한 것을 1977년 8월 1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보도’ 형식으로 공식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이 북한의 주장은 일관성도 없고 그 개념도 애매모호할 뿐만 아니라 터무니없다. 이는 서해에서 자행하는 무력 도발의 명분으로 삼아 북방한계선을 무실화하고자 하는 것이며, 남북 군사회담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정전협정에서 특징적인 것의 하나는 ‘한강 하구(Han River Estuary)’에 관한 규정이다. 한강 하구는 정전협정 부록 지도에서 구체적으로 표시돼 있다. 한강 하구는 지상의 군사분계선이 시작되는 장단반도 임진강으로부터 강화도와 교동도 북방의 한강 하구 구역까지다. 그러나 이 한강 하구 구역에는 군사분계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쌍방의 민간 선박에 개방된 한강 하구

정전협정 제1조 5항에는 “한강 하구의 수역으로서 그 한쪽 강안이 일방의 통제하에 있고 그 다른 한쪽 강안이 다른 일방의 통제하에 있는 곳은 쌍방의 민용 선박의 항행에 이를 개방한다”고 되어 있다. 유엔사 규정에도 “일 정한 규정들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쌍방의 민간 선박이 항해하도록 한강 하구를 개방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전 이후부터 1989년까지 민간 선박이 출입한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1990년 11월 24일 한국의 준설선이 한강 하구를 통과했다. 이는 수해로 유실된 한강 하류와 임진강 강변의 제방을 다시 쌓고 자유로를 개설하는 공사에 민간 준설선을 통과시키기 위해서였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에 요청된 사안을 북측과 합의해 예인선 8척이 인천을 출발해 교동도를 지나 한강 하구로 진입함으로써 정전 이후 처음으로 민간 선박이 한강 하구를 통과한 것이다.

이후 1991년, 1999년 두 차례 우리 측 골재채취선과 준설선이 통과했고 2005년 한강에 전시할 거북선 모형이 이 지역을 항행했다. 정전협정은 필요시 한강 하구에 민간 선박이 항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사전에 유엔사와 북한군 측 군사정전위의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 한강 하구는 남북이 예민하게 관리하는 특수지역이기 때문이다.

유엔이 취할 추가 대북 제재조치에 북한의 조업권 판매를 포함시켜야 한다.
조업권 판매가 북한의 중요한 돈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어선에 대한 북한의 조업 허가가 서해상에서의 충돌을 부르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와 싹쓸이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에 분노해 6월 8일 연평도 주민들이 나포해온 중국 어선(위).
연평도에서 1km쯤 떨어진 북한 섬 석도 해상에서 떼로 몰려 다니며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가운데).
해군 함정의 보호를 받으며 조업에 나서는 우리 어선들.(아래)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와 싹쓸이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에 분노해 6월 8일 연평도 주민들이 나포해온 중국 어선.(위)
연평도에서 1km쯤 떨어진 북한 섬 석도 해상에서 떼로 몰려 다니며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가운데)
해군 함정의 보호를 받으며 조업에 나서는 우리 어선들(아래).

서해 NLL에서 활개 치는 중국 어선의 불법성

중국 어선이 서해 NLL에서 조업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이 해역은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해 당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강 하구까지 들어오는 것은 우리 집 안방까지 무단으로 침입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 군은 지난 6월 한강 하구에서 불법 조업하고 있는 중국 어선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 작전을 전개했다.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해양수산부 조사에 따르면 중국 어선은 서해 NLL 주변 해역에서 지난해 월평균 4300~8700여 척이 불법 조업을 했다. 서해 NLL 해역이 중국 어선에 점령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 어선들은 수산물 채취를 넘어 환경을 파괴하는 무차별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그물코가 촘촘한 어망과 바닥까지 긁는 어구를 사용해 불법 조업을 하고, 오물과 폐그물망을 바다에 무단 투기하고 있다. 올봄 서해에서 꽃게 어획량이 70% 이상 줄어든 것도 이러한 중국 어선의 무차별한 불법 조업에 따른 것이다.

날씨가 나빠 풍랑이 심해지면 피항차 우리 수역에 들어왔다가 우리 어망과 어구들을 훔치거나 훼손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NLL을 교묘하게 타고 다니기에 우리 군의 감시태세에 혼란을 주어 남북 간 군사 충돌의 빌미도 제공한다. 야간이나 안개가 심한 경우엔 중국 어선과 북한 경비정을 구분할 수 없어 군 작전에 혼선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 7월 1일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올해 중국에 평년보다 3배 많은 1500척 규모의 조업권을 팔고 3000만 달러(약 343억)를 받았다고 밝혔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중좌(중령급) 출신으로 서해를 관리·감독했던 탈북민 A 씨는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 어선에 달러를 받고 조업권을 팔고 있으며 조업권이 없는 중국 어선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뇌물을 받고 불법 조업을 묵인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의 무기 수출은 지난해보다 88% 급감하고, 석탄 수출도 40% 감소했으니 북한은 조업료 수입에 매달리는 것이다.

북한 해군은 중국 어선을 앞세워 교묘하게 NLL을 무실화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중국 어선을 단속한다는 이유로 가끔씩 NLL을 넘나들고 우리 군이 경고 사격을 하려 하면 중국 어선 뒤로 숨어 우리 고속정의 행동에 제약을 주기도 한다. 중국 어선에 대한 우리의 사격을 유도하는 것이다.

불법 조업 중국 어선 반드시 근절해야

한국과 중국은 서해에서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획정하지 못하고 있다. 잠정조치수역을 정해서 운용 중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중국은 서해가 자기 바다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해상에서 한미연합훈련을 하는 것에도 시비를 건다.

얼마 전 중국을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에게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시주석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해양수산부는 중국의 저인망 어로를 막기 위해 NLL 인근에 인공 어초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어선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막고 불법 조업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다는 광활하기에 실효성은 적어 보인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중국 어선이 우리 수역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필요하다. 유엔은 지난 3월 2일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통해 북한의 외화 수입원인 석탄, 철강 등의 광물 수출을 금지했지만 북한의 돈줄을 죄는 조치에 조업권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 부분도 제재에 포함해야 한다.

둘째로 동남아 일대에서 자행되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해 관계국들과 국제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중국 어선 때문에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는 것에 대해 중국이 책임 의식을 갖도록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고, 중국이 근본적으로 변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NLL 현장에서 강력한 물리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정선 명령에 불응하는 중국 어선에 대해서는 필요시 발포까지도 할 수 있어야 한다.

NLL은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법적 실효성이 적용되는 실질적인 남북 해상 경계선이다. 따라서 서해 NLL에서 자행되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으로 우리 어민이 경제적 손해를 입지 않고 제3, 제4의 연평해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대내외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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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예비역 해군 소장
해사 36기. 구축함 함장, 정보여단장,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 1함대사령관, 합참 전략기획부장, 군수사령관 역임. 숭실대학교 IT정책 경영학과 졸업(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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