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통일시대

vol 118 | 2016.08

전체메뉴
메뉴닫기
SEARCH

이슈 이전 메세지 보기 홈 다음 메세지 보기

북한인권법 발효,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북한인권정책의 인프라 구축에
의미 있지만 제도적 보완 있어야 해

지난 2월 26일 19대 국회 외교 통일위원회의 나경원 위원장이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여야가 합의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고 있다.지난 2월 26일 19대 국회 외교 통일위원회의 나경원 위원장이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여야가 합의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고 있다.

9월 4일 발효되는 북한인권법은 여야 정쟁 때문에 ‘내 맛도 네 맛도 없는 음식’ 격이 돼버렸다. 목적이 상호 배치되는 조항을 담고 있고 재외 탈북자를 보호하는 내용도 누락돼 빠른 시간 내 조정이 필요하다.


지난 3월 19대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이 오는 9월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이 법 시행이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북한 인권정책의 인프라가 구축됐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법이 여야 합의로 타결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북한 문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시각 차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등 몇 가지 문제점도 드러냈다. 북한인권법의 주요 내용과 의미를 분석하고 쟁점 사항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북한인권재단(제10~12조)과 북한인권기록센터(제13조)의 두 기구를 설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두 기구는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연구와 조사,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 인권 피해자들의 진술 수집과 그에 대한 기록·보존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두 기구의 역할과 기능은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의 의지와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사안이다.

그러나 통일부에 설치하기로 한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와 인권재단의 이사진을 정당 배분 원칙으로 구성하기로 했기에 여야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인권재단 활동이 춤을 출 수 있다. 통일부가 인권 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행계획을 확정하는 과정에서도 정치적 대립이나 갈등이 나타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쟁점을 미리 살펴보자.

북한 인권 문제를 대한민국 책무로 규정해놓고…

첫째, 북한인권법의 제정 목적과 관련된 쟁점 사안이다. 북한인권법은 미국, 일본의 북한인권법과 달리 우리나라 헌법의 영토조항 연장선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하여 국제 인권규약에 규정된 자유권과 생존권을 추구함으로써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즉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대한민국 정부의 책무로 규정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이 조항은 통일과 관련하여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평화적인 남북 체제의 공존과 1국 2체제를 기본으로 하는 기존의 ‘합의통일 원칙’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김정은 체제 붕괴를 모색하는 ‘능동적 통일정책’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조 2항에서는 야당의 요구를 반영해 “국가는 북한 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도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병기했다. 이 조항은 여야 간 마지막까지 이견을 보였던 부분이며 협상안 타결이 지연됐던 최대 쟁점이기도 했다.

결국 최종 법안 타결 과정에서 ‘평화 정착’은 병행 조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인권과 포용(남북관계 발전, 평화) 가운데 무엇이 우선적 가치인가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의 여지는 남겨놓고 있다.

둘째, 북한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제도 구축 및 정책 방향과 관련된 쟁점 사안이다. 국제인권법은 통상 인권 보호(Protection)와 인권 증진(Promotion) 개념을 구분하고 있다. 인권 보호란 ‘국가나 국가기관의 침해행위(Abusive Action)로부터 개인이나 집단의 권리를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개념 속에는 인권침해의 보상, 침해된 권리의 복구, 가해자 처벌 등의 부수적인 의미도 포함된다. 따라서 이 개념은 자유권 보호에 대응하는 의미를 가진다.

세계여성의 날인 3월 7일 탈북여성단체인 뉴코리아여성연합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북한 여성 인권유린 사례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세계여성의 날인 3월 7일 탈북여성단체인 뉴코리아여성연합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북한 여성 인권유린 사례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에 반해 인권 증진은 ‘제반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촉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사회권과 사회적 제도를 개선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국제 인권 문서들은 이 두 개념을 항상 구분해서 사용한다. 유엔 인권 문서에서는 대체로 두 개념을 병기해서 그 차이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동안 야당은 인권 증진(인도 지원)을 북한 인권보호보다 우선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통일부 장관이 작성하는 북한인권증진안과 자문기구인 위원회의 이름에 ‘인권 보호’가 아니라 ‘인권 증진’이 쓰인 것도 유의할 점이다.

북한인권법안에는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한 국가의 책무로서 남북인권대화(제7조)와 인도적 지원(제8조)규정을 담고 있다. 먼저 “정부는 북한 인권 증진에 관한 중요사항에 관하여 남북인권대화를 추진하여야 한다”고 하여 인권대화를 국가 책무로 명시했다.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즉 “(인도적 지원은)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도(引渡)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임산부 및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들은 매우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대북 인도 지원의 4가지 조건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는 미국북한인권법과 매우 대조적이다. 미국 북한인권법 제2장은 대북 인도 지원을 북한 내부 주민에 대한 인도 지원(제202조)과 재외 탈북자에 대한 인도 지원(제203조)으로 구분하고 있다. 인도 지원의 세부 기준은 ①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기준에 따라 감시·분배·전달되어야 한다 ②정치적 보상, 억압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③원조 제공 국가를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④북한 내 모든 지역에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등이다. 그런데 우리의 북한인권법은 미국 북한인권법의 네 가지 인도 지원 조건 가운데 첫 번째와 네 번째 조건만 수용했다.

셋째, 인권기록센터와 관련된 쟁점 사안들이다. 인권기록센터는 과거 서독의 잘츠기터중앙기록보존소 모델을 수용한 것이다. 구서독은 베를린 장벽 민간인 피살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1961년 동서독 국경지역인 잘츠기터(Salzgitter)에 동독의 악행에 대한 기록과 인권 탄압 사례를 수집·보존하기 위해 중앙기록보존소(Erfassungsstelle)를 설치해 통일할 때까지 30여 년간 약 8만여 명, 4만여 건의 인권침해 기록을 유지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보다 못한 우리의 북한인권법

북한인권법에 규정된 북한인권기록센터의 목적과 기능 관련 문제점으로는 북한 인권 또는 북한 주민 인권 실태 조사 업무의 중복이다. 북한인권법 제10조는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북한인권재단의 업무로 규정하면서 동시에 제131조 2항 2호에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 조사·연구에 관한 사항’을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업무로 지정해놓고 있다. 또한 여야 간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북한 인권침해 기록의 생산과 보존을 분리한 것도 문제이다.

북한인권법 제13조 1항은 북한인권기록센터를 통일부에 두도록 규정하면서 제5항에서는 생산된 기록을 3개월마다 법무부로 이관하도록 정하고 있다. 여당은 기록센터를 법무부에 두자고 주장했고, 야당은 통일부에 두자는 반대안을 제시해 절충을 한 것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 여당의 법무부 안은 통일 이후 국내 형사법에 의한 가해자 형사소추를 위한 기소권 유지 목적이 강했 다. 반면 야당은 기소권과 전문성이 없는 통일부에 존치해 기소권 유지를 저지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시행령(안) 제11~13조에서는 상호 업무 분장에 대해 상세한 세부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법무부에 ‘북한인권 기록보존소’를 별도로 설치해 기록 자료의 보존과 관리를 담당하도록 하며 통일부와 법무부는 서로 공무원 파견을 요청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일단 업무의 협조체계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야당 안대로 원초적인 기록 수집 업무를 통일부에 할당한 것은 문제이다. 이는 기소권을 가진 검사에 의해 작성된 수사 기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 진술을 수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업무를 기록의 보존과 관리에 그치게 한 것이 문제인 것이다.

넷째, 북한인권법의 적용 대상과 관련된 쟁점이다. 이 법이 다루고자 하는 북한 인권의 개념과 범위는 북한 영토 내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에 한정돼 있다. 그런데 북한인권기록센터 업무를 규정한 제13조에서는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과 관련된 사항’이 포함되어있다. 이러한 상충점이 북한인권법과 관련된 후속조치를 논의할 때 명확히 정리돼야 한다. 재외 탈북자를 인권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큰 허점이다.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탈북 행렬과 대부분 여성인 재외 탈북자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볼 때, 북한인권법에 이들을 보호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북한인권법의 대상과 관련된 또 하나의 쟁점은 한국 주민에 대한 북한 인권 교육과 대북 인권 인식 개선사업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들의 통일 의식이나 북한에 대한 관심은 감소하고 있다. 특히 통일과 관련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와 인식 수준을 높이는 문제는 매우 시급하다. 그러나 북한인권법은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기에 향후 북한인권재단이 해야 할 사업에서 이것은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인권 보호’를 앞세운 여당과 ‘인권 증진’을 내세운 야당의 충돌로 둘을 병기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 결과 북한 인권 기록을 통일부와 법무부에 모두 맡기게 돼
북한 인권 탄압자에 대한 처벌을 어렵게 해놓았다.

지난 3월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표결로 채택된 북한인권법. 그러나 이 법은 상충되는 조항을 안고 있어 바로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한다.지난 3월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표결로 채택된 북한인권법. 그러나 이 법은 상충되는 조항을 안고 있어 바로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시급히 후속조치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북한인권법에는 북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의 차이가 반영돼 있다. 여야 간 정치적 타협 때문에 여러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인권재단의 사업이나 통일부의 북한인권증진계획안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인권 보호와 인권 증진 목표와 수단 사이의 차이점과 상충점을 명확히 규명해, 양자 균형을 유지하는 후속조치 마련과 제도적 보완을 추진해야 한다.

통일부의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법무부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 간의 업무·기능 조정도 필요하다. 법안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여야 간에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과 대립이 재연된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이다.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초당적인 협력과 의지가 절실히 필요하다 할 것이다.


photo

이원웅 가톨릭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강대 정치학 박사. 관동대 북한학과 교수, 한국정치학회 이사, 강원정치학회 회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교환교수, 일본 도쿄대 객원연구원 역임. 현재 민주평통 상임위원, 북한인권시민연합 자문위원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이전기사 보기이전기사 보기 다음기사 보기다음기사 보기

댓글이벤트

웹진앱을 설치해보세요! 웹진 이용 GU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