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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18 | 20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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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만댐의 비밀

북한의 생명줄인 송유관 이곳에 걸려 있다

구글 어스로 확인해본 태평만댐.
이곳에 중국이 북한으로 보내주는 송유관이 걸려 있다.구글 어스로 확인해본 태평만댐. 이곳에 중국이 북한으로 보내주는 송유관이 걸려 있다.

중국은 다칭(大慶)유전에서 뽑아 올린 원유를 태평만댐에 걸려 있는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보내주고 있다.
북한은 평안북도 피현군의 봉화화학공장에서 이 원유를 정제해 필요한 기름을 사용한다.


7월 23일 도하 언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북한이 전투기와 공기부양정, 잠수함 등의 훈련을 1.5~2배 정도 늘렸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 2270호가 발동돼 항공유 등의 수입이 쉽지 않을 텐데 북한은 어떻게 전투기 훈련을 늘린 것일까. 북한은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비밀의 관(管)’을 쥐고 있는 것일까.

정답부터 밝히면 가지고 있다. 그것도 대단히 굵은 송유관을 움켜쥐고 있다. 압록강 하구에 있는 중국 단둥(丹東)시에서 압록강 상류 쪽으로 50여km를 올라가면 중국이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라고 주장하는 후산장청(虎山長城)이 있다. 만리장성이 베이징 동북방의 산하이관(山海關)에서 끝난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 ‘땅 욕심’이 많은 중국은 단둥까지 만리장성이 와 있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후산장청 옆 압록강에 ‘또 하나’ 기분 나쁜 것이 숨어 있다.

압록강에는 중국과 북한이 합작으로 건설했거나 운영하는 댐이 4개 있다. 하류부터 살펴보면 태평만(太平灣,타이핑완)-수풍-위원-운봉댐이 그것이다. 1987년 태평만댐은 후산장청 옆인 중국의 콴뎬(寬甸)현과 북한의 삭주군 방산리까지의 1158m를 막아 완공되었다. 18만kw의 발전설비량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이 댐은 전기만 생산하지 않는다. 압록강을 완전히 막은 이 댐에는 북한으로 이어진 송유관이 개설돼 있다. 이 송유관을 통해 중국은 매년 북한이 필요로 하는 원유 50여만 톤을 보내주고 있다고 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는 이 송유관 폐쇄를 지정하지 않았다. 과거에 나온 결의안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서는 기름이 없으면 사람과 국가가 살 수 없기에 인도적 차원에서 폐쇄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거부권을 가진 중국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폐쇄 자체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양론이 존재한다. 그러하니 돈줄이 오그라들어도 북한은 살 수가 있다. 올겨울 인민들은 춥게 지낼지 몰라도 김정은을 비롯한 핵심 계층은 지난 겨울과 똑같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태평만댐에 걸려 있는 이 송유관의 정식 명칭은 ‘조·중(朝中)우호송유관’이다. 헤이룽장성의 다칭(大慶)유전에서 뽑아 올린 원유가 지하 송유관을 따라 랴오닝성 다롄(大連)시까지 이어져 있는데, 그 중간쯤인 랴오닝성 톄링(鐵嶺)시에서 한 갈래가 나와 태평만댐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간다. 이 송유관은 육상에서는 땅속에 묻혀 있고, 태평만댐에서는 다리 역할을 하는 도로의 하부에 걸려 있기에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게 신의주로 들어온 송유관이 135km를 달려 평안북도 피현군 백마리에 있는 봉화화학공장으로 들어가 정제가 된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각종 기름으로 가공되는 것이다. 북한 쪽 송유관은 1974년 착공해 1976년 개통됐으니 그 나이는 40년쯤 되었다. 태평만댐을 짓기 전에는 다른 곳으로 원유를 받았을 것 같은데 그것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안보리 결의 2270호를 만들 때 미국은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넣으려고 했으나, 중국은 그러한 초안을 만드는 것 자체를 반대했다. 이 때문에 항공유 공급만 차단한다는 초안을 만들기로 했는데, 러시아가 ‘24시간 숙려’를 요구하는 식으로 거부권을 행사해 이마저도 빠져버렸다.

중국의 조용하지만 결사적인 반대로 북한에 대한 원유 차단이 결의안에 들어가지 않았으니, 다른 나라들도 북한에 원유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한에 우호적인 산유국은 북한에 원유를 팔아도 안보리 결의 2270호를 위반하지 않은 것이 된다. 그렇다면 북한은 미사일과 원유를 맞바꾸는 장사를 할 수 있다. 북한이 무더기로 미사일을 쏘는 데는 미사일 판매를 위한 시험 발사 의도도 숨어 있다. 한편으로는 한국을 협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미사일을 사고자 하는 나라에 능력을 보여줘 미사일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중국은 결코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정보 관계자들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3가지 전략물자를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첫째가 원유 제공이고, 둘째는 공식적으로는 7만 명인 북한 근로자를 중국에서 일하게 해주는 것, 셋째가 철광석을 녹이는 코크스 등 원유만큼이나 중요한 전략물자의 공급이다. 이 셋을 막으면 북한은 무너질 수 있다고 본다. 이 가운데 중국이 2270호에 따라 이행하겠다고 한 것은 북한 근로자의 수입뿐이다. 중국은 북한에서 광물자원은 수입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북한이 필요로 하는 핵심 광물자원을 공급하지 않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코크스 등은 원유와 함께 계속 북한에 수출할 수 있다.

이것이 대북 제재의 허점이다. 지안(集安)에 있는 고구려 유적 관람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중국이 추진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현장을 볼 겸, 북·중 우호의 현장을 볼 겸 후산장청 인근에 있는 태평만댐도 찾아가보길 권하고 싶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민을 납치하려고 하니 상당한 주의를 하면서 찾아가봐야 할 것이다.


| 동아일보 전략기획팀 이정훈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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