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통 기관지 편집위원이 보는 2017년
“불안정 요소 커지고 갈등 깊어지고”
北, 핵 질주 통한 판갈이 전략 구사할 듯
11월 25일 영종도 스카이리조트에서 <통일시대>와 <e-행복한 통일>를 만들어온 편집위원들이 2016년을 돌아보며 2017년을 예측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편집위원장인 김영수 서강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 좌담에서 오고간 분석과 전망을 소개한다.
2016년의 한반도를 정리하고 새해를 전망해주시지요.
김근식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로 긴장이 고조돼 남북관계가 파탄 났지요. 사랑하려고 했으나 이별로 끝난 한 해 같습니다. 북한은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를 접었고
우리는 대북 제재에 다걸기를 했으니…. 새해에도 위험성이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박인휘 “북한의 핵능력이 완성단계에 진입했으니, 북핵 문제에 대해 창의적으로 접근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통일은 멀어질 것 같습니다. 2017년의 키워드는 남북관계와 국내 상황, 그리고 트럼프의 미국인데 모두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힘듭니다.”
이호령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때 국내 주가가 하락했으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때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북한의 위협을 낮게 평가했다는 의미입니다. 2015년까지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가졌다면, 2016년은 미·일과의 동맹과 관계를 강화한 한 해였습니다. 2017년에는 그에 따른 반발이 나오겠지요. 북한의 위협과 4강과의 관계가 큰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조봉현 “2016년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개성공단마저 전면 중단됨으로써 남북 경제협력은 최악의 상황이 되었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로 북한의 고립은 심화되었습니다. 2017년에도 남북관계는 밝지 않을 것입니다. 불확실성이 증대돼 한반도는 예측불허의 요동을 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제노 “2016년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 안보 환경과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넘어 위기 국면으로 접어든 해였습니다.
2017년 북한은 핵능력 고도화와 핵무기 실전 배치를 고집할 것이고 미국과 중국은 전략적 경쟁을 펼칠 것이니 어느 때보다도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트럼프의 대북·대(對)동북아 정책은 어떨 것 같나요.
이호령 “미국이 전략적 인내를 한 이유는 북핵 문제 협상에 유리하게 임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트럼프는 북한의 위협이 강해졌다고 볼 것이니,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과의 통상 문제를 더 중요하게 볼 것이니, 미·중 통상 문제에 합의하기 전까지는 북핵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려고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박인휘 “오바마 행정부는 쿠바나 미얀마, 이란 문제에는 관심과 힘을 쏟아 성과를 올렸으나 북한 문제는 풀지 못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를 했다는 것은, 역으로 우리에게 북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우리는 제재에 전력을 기울여 그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과 실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할 것 같습니다. 유세 과정에서 그는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강조했으니, 미·중관계를 풀어내는 것에 따라 북한 문제를 푸는 방향도 결정될 것으로 봅니다.”
김근식 “2016년 ‘핵 질주’를 한 북한은 2017년에도 핵 질주를 이어가 판을 키우려 할 것이니, 협상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유세 때 트럼프는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북한 문제에 대해 그가 깊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북한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생각에는 빈 공간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 여백을 우리가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조봉현 “미국의 대북·대동북아 정책은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정책 구조가 급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2017년 하반기부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색깔이 조금씩 나타나면서, 북·미관계도 변할 것으로 봅니다. 트럼프는 대화와 압박의 두 바퀴를 혼란스럽게 돌릴 수 있으니, 우리는 중심을 잘 잡아야 할 것입니다.”
안제노 “트럼프의 외교 방향은 아직 불투명합니다. 김정은에 대해 미치광이라 했다가 ‘능력을 인정한다.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이는 그의 대북정책이 상황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동북아 정세 또한 트럼프 외교정책의 모호성과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2017년에는 더욱 험난해진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일·중·러에서 모두 ‘마초’적 인물이 지도자가 됐다는 평가가 있던데, 2017년의 동북아 안보를 예측해주시지요.
김근식 “불가측성 대 불가측성이 충돌할 것 같으니 거친 전망만 해봅시다. 김정은은 핵 질주를 거듭해 한두 차례 핵실험을 더 할 것으로 봅니다. 그러면 트럼프도 반응할 것인데, 북한 문제에 대해 뚜렷한 의견이 없으니 그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도 럭비공인 것입니다. 아베는 트럼프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 할 것인데, 트럼프는 푸틴과 정서적으로 먼저 통할 것 같습니다. 시진핑도 손해 보는 협상은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니, 동북아는 유동성이 증가합니다. 우리는 4강 관계를 잘 예측해서 기선을 잡는 대응을 해야 합니다.”
박인휘 “김근식 교수 지적대로 북한은 핵실험을 거듭해 핵 개발을 완성할 것이니 1, 2년 뒤 동북아와 세계는 북한을 ‘불법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지금 협상으로 북핵 문제를 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됩니다.”
이호령 “2017년 말 미국 등 주변국이 국방비를 얼마로 하느냐를 봐야겠지요. 중국은 A2AD(반접근지역거부. 미 해군이 동·남중국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접근할 경우엔 탄도미사일 등으로 타격하는 방식으로 거부한다는 전략)를 완성해가며 동북아에서 미국과 경쟁하려고 할 것입니다. 일본은 북한의 위협을 강하게 느끼고 있으니, 일본의 대응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일본은 사드 도입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신호탄입니다. 정부 예산 대비 국방비는 세계 평균이 4%대이고 동북아는 8%대인데, 이는 동북아에 경쟁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동북아는 쉽게 달아오를 수 있는 곳입니다.”
조봉현 “2017년의 동북아 안보는 경제가 지배하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신냉전 구조가 형성되는 가운데,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더욱 중시해 경제전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통상 마찰,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일대일로(一帶一路) 및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 흐름, 한국과 미국의 FTA 재협상 논란,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북한과 중국의 경제 밀월 등 복잡한 동북아 경제 역학관계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제노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했던 트럼프의 생각은 집권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보호주의 강화로 무역분쟁이 일어나고, 남중국해 분쟁, 사드 문제 등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으로 동북아는 새로운 갈등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핵 완성으로 절박한 상황 전개
우리는 러시아를 계륵으로 보는 것 같아요.
이호령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 중심으로 아시아 쪽으로도 관심을 돌리고 있어요. 러시아는 대북제재안에 따라 중국이 못 하게 된 대북사업을 그들이 챙겨가려고 합니다. 함북지방 수해 때 러시아가 중국에 이어 지원을 해준 것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 소프트파워를 유지하겠다는
맥락입니다.”
박인휘 “2012년 다시 집권한 푸틴은 ‘극동발전전략 2025’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유가 하락과 크림반도사태에 따른 서방권의 제재로 경제가 어려워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력이 생기면 푸틴은 극동을 발전시켜 아시아 문제에 의미 있는 행위자가 되려고 할 것입니다.”
조봉현 “러시아는 극동지역 경제발전을 위해 북한을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러시아는 북한의 나진항 개발을 둘러싸고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고, 북한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철도, 에너지, 농업 분야 등에서 북한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남·북·러 경제협력 모델도 모색해나가려 할 것입니다.”
안제노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의 승리로 푸틴은 안정적인 권력구도를 갖추었으니 이전 시기에 지속해온 대국주의적 세계전략을 추구해나갈 것으로 봅니다. 우리와의 관계는 대미, 대중의 관계 속에서 실용을 택하는 쪽으로 나갈 것으로 봅니다.”
2016년 9월 북한 외무성은 “핵보유국이라는 전략적 지위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핵무력 강화조치는 계속된다”라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대미정책을 예측해주시지요.
김근식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북한 비핵화와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동시에 추진하자고 제의했지만 북한은 일축했습니다. 비핵화를 한다면 미·북 평화협정 체결 다음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중국도 못받아들이는 것이니, 트럼프도 고민을 많이 할 것입니다.”
이호령 “합리적인 추정을 해본다면 2017년 북한은 6, 7차 핵실험 후 ‘더 이상의 핵실험은 없다’는 모라토리엄을 할 수도 있습니다. 파키스탄이 일곱 번 핵실험을 한 후 ‘충분한
데이터를 얻었다’며 그렇게 했으니까요. 이는 ‘핵능력을 완비했으니 인정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럴 경우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동결’과 ‘비확산’ 그리고 ‘불(不)사용’뿐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통해서만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아주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김근식 “이젠 ‘비핵화를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말할 때가 되었습니다. 정부는 ‘선(先)비핵화나 핵 불용은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을 밝히고, 미국은 이란
비핵화처럼 전혀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박인휘 “2017년 북한은 계획대로 핵능력 강화로 질주할 것이니, 미·북은 긴장된 탐색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반기 강 대 강 대결이나 의미 있는 협상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여기에는 미·중 협상의 결과가 큰 변수로 개입합니다. 2017년은 한반도 체제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이냐를 놓고 긴장과 탐색 그리고 협상이 있는 해가 될 것입니다.”
조봉현 “북한은 미국의 신정부 출범에 맞춰 대화에 나설 것입니다. 핵보유 명분 쌓기와 대북제재를 완화시키기 위한 전략적 대화에 불과하지만 노력은 할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일정 시점 이후 미국을 비난하며 6차 핵실험을 강행해 한반도의 긴장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제노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추진은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2016년과 같은 돌발적인 행태보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관망하며 정책 추진의 정도에 따라 평화공세 등 자신들의 실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봅니다.”
북한, 핵 실전 배치 통해 한미 길들인다
2017년은 김일성 탄생 105주년, 김정일 탄생 75주년이고 우리는 19대 대선이 예정돼 있습니다. 2017년 남북관계를 전망해주시지요.
조봉현 “중국은 북한을 제재할 뜻이 전혀 없습니다. 중국은 ‘유엔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2017년에 신압록강대교 건설과 황금평 개발에 들어갑니다. 두만강 지역에서의 북한 관광도 활성화할 것입니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국에 대해서는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을
지속하며 여러 계약을 취소하는 등 보복을 가할 것입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재개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박인휘 “우리의 정치 사정,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트럼프 정부의 대응, 사드 배치와 중국의 대응, 그리고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에 대한 반작용 등으로 시끄러운 한 해가 될 것입니다. 남북관계는 결코 밝지 않습니다.”
이호령 “한미동맹을 놓고 반미주장까지 일어나 남남갈등이 격심해질 것입니다. 그러한 때 북한은 도발을 하겠지요. 그것이 다시 남남갈등을 야기해 북한 도발보다 더 큰 주목을 끌 것으로 봅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통일을 강조하겠지요. 북한은 핵과 미사일 전력을 앞세워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세칭 판갈이 전략을 구사하려고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근식 “한국 상황은 북한에 전혀 변수가 되지 못할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트럼프의 미국을 주시하며 주판알을 튀길 것입니다. 한국이 무시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과 통미봉남이 회자되면서 반미운동과 독자적인 핵무장론이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그러한 사태가 어떤 일을 만들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안제노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대규모 행사 개최를 통해 위상을 과시할 것이고, 미국 신행정부와 우리를 길들이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봅니다. 길들이기는 북한의 출구전략과 관련된 것으로, 핵무기 실전 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남북관계는 냉탕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