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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23 | 20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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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정보 협력 시대

싸울 건 싸워야하지만,
협력할 것은 협력하자

2016년 11월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서명하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이 협정 체결로 한국은 좀 더 많은 대북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2016년 11월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서명하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이 협정 체결로 한국은 좀 더 많은 대북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북핵 위기가 엄중한 이때 일본과 정보 협력을 하는 것은 우리 안보를 강화해준다.
우리는 일본과 감정적으로 대립할 게 아니라 냉정한 안보논리로 무장해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이 체결됐다. 2016년 11월 23일 국방부 청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양국을 대표해 서명한 것이다.

물론 이것으로 한일 간 군사정보 협력 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한일 간에는 여전히 많은 미해결 사안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서로에 대한 국민 감정도 나쁘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북핵 문제의 엄중성이 가중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군사정보 협력을 통해 공동의 안보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보를 포함한 안보 협력은 냉정한 안보논리하에서 다른 문제와 분리해 다룰 필요가 있다.

한일 양국은 1965년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했다. 기본조약은 합병조약을 무효화했지만 식민 통치의 불법성과 일본의 사과를 명시하지 않았다. 무상 3억 달러와 유상 2억 달러의 청구권 자금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청구권협정도 ‘전쟁에 대한 배상이나 식민 지배에 대한 보상’을 명시하지 못했다. ‘재정적, 민사적 채권채무 청산’이라는 표현에 그쳤다.

감정과 국익 사이

대신 일본은 기본조약을 가서명하면서 양국 외무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유감과 반성’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후 일본 지도자들의 반복된 망언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우경화 역사교과서 출판 등으로 일본의 사죄는 퇴색됐다.

그런 상황에서도 양국이 경제 교류를 확대하며 서방세계의 일원으로 비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은 냉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미국의 권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한일관계는 순탄하지 않았다. 아베 정부 이후 일본의 우경화와 재무장, 과거사 부인, 전후체제 청산 시도, 독도 영토주권 시비 등은 한국민의 반일정서를 자극했다. 그럼에도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안보 정세 때문이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북핵을 ‘공통의 위협’으로 인식하면서, 군사정보 협력의 필요성이 재부상했다. 2009년 북한의 제2차 핵실험과 2010년 천안함 폭침 사태를 거치면서 한일 국방장관은 2010년 6월 샹그릴라 대화(2000년부터 매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의 필요성에 공감해 2011년 1월 국방장관 회담에서 실무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의 조기경보기인 EC-767. 경보기 전력도 물론 일본이 강하다(17 대 4). 기술정보(테킨트)에서 일본은 한국을 앞서고 있다.일본의 조기경보기인 EC-767. 경보기 전력도 물론 일본이 강하다(17 대 4). 기술정보(테킨트)에서 일본은 한국을 앞서고 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문안이 2012년 4월 23일 가서명되고, 6월 26일에는 국무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국민의 반일감정을 무시한 밀실 추진’이라는 이유로 정부를 질타했고, 이명박 정부는 서명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후 한일관계는 급속히 냉각됐고,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에 대한 충고 발언으로 일본 국민의 반한정서가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희생자도 발생했다. 2012년 7월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과 조세영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밀실 추진’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고, 필자 또한 유탄(?)을 맞아 통일연구원장직을 떠나야 했다.

필자는 2012년 8월 23일 통일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린 “‘한일 외교전쟁 조속히 매듭지어야’”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일본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고 군국주의 부활을 경계하면서도 한일관계의 파탄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독도와 그 주변 영해에 대한 한국의 영토주권을 인정하고 대신 한국은 인근 해역의 해상자원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독도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일본이 한국의 독도 영토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주변 해역을 공동어로수역으로 정하고 있는 현 상황보다는 필자의 제안이 한국에 더 유리한 것인데도, 일부 언론은 ‘통일연구원장이 독도자원 공유를 제안했다’는 부분만 부각시켰다. 일부 국회의원은 필자에 대한 중징계까지 요구했다.

정치권의 시비에 직면한 필자는 2012년 10월 원장직을 사임했다. 이렇듯 국민의 반일정서는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추진하는 공직자들에게 언제나 넘기 힘든 장애물이다.

한국의 휴민트, 일본의 테킨트

이후 북한은 핵무력 고도화를 줄기차게 지속했다.
2013년에는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두 차례에 걸쳐 ‘우주개발용’이라는 미명하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체인 광명성 3호를 발사했다. 이에 한·미·일 3국은 2014년 ‘3국 간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관한 정보공유약정(TISA, Trilateral Information-Sharing Agreement)을 발효시켰다.

북핵 고도화는 지속됐다. 북한은 2016년 두 차례 핵실험을 강행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포함해 24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미사일을 대부분 일본 쪽 해역으로 발사했으나 6월 22일에는 무수단을 고각(高角)으로 발사해 500km만 비행하도록 함으로써, 중거리 미사일로 한국 수도권을 강타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이렇듯 북핵 위협이 엄중해지자 한일 양국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재추진하게 되었고, 2016년 11월 23일 서명하기에 이르렀다. 그다음 날 중국의 영자신문 ‘글로벌 타임스’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군사동맹을 위한 조약’으로 과장·왜곡해 보도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는 ‘조약’이 아니다. 동맹조약은 더더욱 아니다. 이 협정은 상대국으로부터 받는 군사정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고 전달·보관·관리·폐기하는 절차를 합의한 것이다.

Ⅰ급 비밀을 제외한 Ⅱ급 비밀 이하의 군사비밀만을 교환 대상으로 한다. 교환할 정보들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 정보 교환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한국은 32개국과 정부 간 또는 국방부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한 상태이다. 중국과도 협정을 모색하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서명으로 북핵 대처에 유의미한 상호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이 쏘아 올린 2세대 정보수집위성. 위는 레이더 위성이고 아래는 광학위성이다. 위성 전력은 5 대 2의 비율로 일본이 한국보다 세다.일본이 쏘아 올린 2세대 정보수집위성. 위는 레이더 위성이고 아래는 광학위성이다. 위성 전력은 5 대 2의 비율로 일본이 한국보다 세다.

미국을 거쳐야만 정보 공유가 가능했던 ‘한·미·일 3국 간 정보공유약정’의 한계를 넘어 일본과 직접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큰 의미다. 둘째, 한국은 인간정보(Humint)와 한국이 먼저 탐지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제공해주고, 일본으로부터 우수한 기계정보(Techint)들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은 5기의 정보수집위성, 6척의 이지스함, 1000km 이상을 탐지할 수 있는 4기의 지상 레이더, 17대의 조기경보기, 77대의 해상초계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잠수함 정보와 감청능력(Sigint)은 최강국이다. 북한의 SLBM이 향후 한국에 최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잠수함 활동에 대한 정보를 최대로 확보하는 것은 한국의 지대한 안보 과제가 된다.

셋째, 중복 정보를 통해 정보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위성 감시 횟수가 많을수록 영상정보의 질은 개선된다. 정보 교환을 통해 정보 사각지대도 줄일 수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를 좀 더 신속하고 정확히 파악하게 해줌으로써 한국 안보에 기여한다. 한국군이 북핵 억제를 위해 구축하는 선제타격(Kill-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및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그리고 응징체계(KMPR)의 효율성도 제고해줄 것이다.

냉정한 안보논리로 바라보자

한일 간에는 과거사 문제, 독도 영토주권 문제, 일본 내의 혐한정서 등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결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한국으로서는 당연히 다툴 것은 다투고 주장할 것은 주장해야 한다.

그러나 서로의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는 사안이 있다면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툴 사안과 협력할 사안을 분리해서 다루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이는 인내를 필요로 하는 과정이다. 가해자였던 일본이 더 많은 인내를 발휘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한일 간 안보 협력을 추구할 때에는 국민에게 성실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충분한 찬반 논의를 거치는 것도 필요하다. 찬반 논의가 악의적으로 왜곡·과장되는 것을 막는 역할은 지식인의 책무일 것이다

일본의 ‘아타고’ 이지스 구축함. 한국의 이지스함은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만 하나 일본의 이지스함은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격파할
수도 있다. 이지스함 척수도 일본이 6 대 3의 비율로 강하다.일본의 ‘아타고’ 이지스 구축함. 한국의 이지스함은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만 하나 일본의 이지스함은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격파할 수도 있다. 이지스함 척수도 일본이 6 대 3의 비율로 강하다.

이번에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서명하면 일본의 자위대가 한반도에 마음대로 진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동맹국인 미국도 한국에 군대를 전개할 때는 한국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이런 주장은 황당한 자기비하일 뿐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공식적으로는 북한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비공식적으로는 북한 정권의 생존을 지원해왔다는 사실에 비춰본다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북·중·러 대 한·미·일이라는 냉전적 대결을 부추긴다”고 하는 것도 원인과 대응을 뒤바꾼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일본과의 협력을 거론하면 무조건 ‘친일’로 모는 저급한 논쟁은 사라져야 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양국에 냉정한 안보논리로 안보 협력을 다뤄나가는 시금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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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건양대 군사학부 교수
미국 뉴욕주립대 정치학 박사. 세종연구소 객원 연구위원,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위원·대외협력실장·국방현안연구위원장, 국회 정책연구위원, 해군·공군· 해병대 자문위원, 통일연구원장 등 역임. 저서 <북핵, 감기인가 암인가>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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