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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23 | 20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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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불국사·석굴암

삼국통일이 만든
‘창조의 공간’ 속으로

석단 위에 날아갈 듯 올라 앉은 불국사 범영루. 석단 위에 날아갈 듯 올라 앉은 불국사 범영루.

유네스코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발굴·보호·보존하기 위해 1972년에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을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석굴암·불국사,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등재를 시작으로 모두 12점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유산을 차례대로 소개한다. <편집자>


| 양영훈 여행작가 |

불국사(사적 제502호)와 석굴암(국보 제24호)은 추억의 여행지이다.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는 중·고등학교 학생 시절의 수학여행이나 대학교 답사여행을 통해 한두 번쯤 안 가본 사람이 드물 것이다. 1980년대까지는 제주도와 함께 신혼여행지로 적잖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다녀온 불국사와 석굴암의 기억은 대체로 흐릿하거나 아예 망각된 경우가 많다. 워낙 일정이 빠듯해서 여유 있게 감상하며 그 아름다움을 되새겨보지 못한 탓이다.

부처의 나라와 사바세계를 잇는 청운교(위)와 백운교(아래). 맨 위의 자하문에 들어서면 부처의 나라이다.부처의 나라와 사바세계를 잇는 청운교(위)와 백운교(아래). 맨 위의 자하문에 들어서면 부처의 나라이다.

2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불국사와 석굴암은 의외로 새로웠다. 해 뜨기 전부터 한나절 내내 머물면서 보고 또 봐도 식상하지 않았다. 젊지만 미욱했던 시절에는 전혀 안중에도 없던 아름다움들이 고스란히 가슴에 내려앉았다.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와 함께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뒤로는 불국사, 석굴암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불국사는 신라 경덕왕 10년(751년)에 김대성의 발원으로 창건되었다. <삼국유사>는 김대성이 현세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굴암을 창건했다고 전한다. 불국토(佛國土), 즉 부처의 나라를 이룩하는 것은 신라인들의 오랜 꿈이었다. 그리고 통일신라 전성기 때의 신라인들은 자신들의 나라 신라가 곧 불국토이고, 불국사는 현세에 구현된 불교적 이상향이라 믿었다.

그렝이 공법으로 쌓아 지진에도 끄떡없어

불국사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전, 비로자나불을 모신 비로전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목조건물은 조선시대 이후에 지어졌지만, 건물을 떠받치는 석단(石壇)은 창건 당시에 축조되었다. 전각들이 올라앉은 석단 위의 공간은 부처의 나라인 반면, 석단 아래는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이다.

부처의 나라와 사바세계를 이어주는 것은 두 쌍의 다리, 즉 청운교·백운교(국보 제23호)와 연화교·칠보교(국보 제22호)이다. 동쪽의 청운교와 백운교는 전체 34계단으로 구성돼있다. 위쪽 16단이 청운교, 아래 18단이 백운교이다. 청운교는 푸른 청년, 백운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을 상징하기도 한다. 서쪽의 연화교와 칠보교는 총 18계단이다. 아래 10단은 연화교, 위 8단은 칠보교이다. 이 다리를 통해 물을 건너고 구름 속을 지나야 부처님의 나라에 다다를 수 있음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청운교·백운교 계단을 올라서 자하문을 지나면 부처의 나라에 들어선다. 하지만 지금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 이 다리들로 출입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다리 양쪽에 길게 축조된 석단도 눈여겨볼 만하다. 자연 그대로의 돌과 사람 손으로 다듬은 인공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큰 지진에도 끄떡없을 만큼 공학적으로 완벽하고 미학적으로도 훌륭하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축성 기술인 ‘그렝이 공법’이 적용된 구조물이다.

다른 외형과 느낌을 지닌 석가탑과 다보탑(오른쪽).다른 외형과 느낌을 지닌 석가탑과 다보탑(오른쪽).

오늘날 불국사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재는 다보탑(국보 제20호)과 삼층석탑(석가탑, 국보 제21호)이다. 대웅보전 앞의 한 공간 내에 ‘단순과 복잡’, ‘절제와 화려’라는 대비된 느낌을 주는 두 석탑이 마주 보고 서 있다.

외형과 느낌이 전혀 다른데도 서로 밀치거나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우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조화돼 있다. 신라인들의 미감이 얼마나 탁월했는지를 짐작케 하는 석탑들이다.

동쪽의 다보탑은 목조 건축의 복잡한 구조를 단단한 화강석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석탑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석탑들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 10원짜리 동전에 새겨져 일상의 공간에서 늘 만나게 된다. 그 구조는 우리나라 어디서도 달리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불국사 삼층석탑은 흔히들 ‘석가탑’이라 불린다. 다보탑과는 상반된 느낌을 준다. 간결하고 깔끔해서 단순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더 넣거나 뺄 것이 없을 만큼 조형적으로도 완벽하다. 이후에 세워진 거의 모든 석탑들의 전범(典範)이 되었지만, 석가탑을 뛰어넘는 걸작은 여태껏 나오지 않았다. 이 탑에서는 목판인쇄 경전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제126호)이 발견되기도 했다.

통일신라의 3대 금동불상 중 하나로 꼽히는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통일신라의 3대 금동불상 중 하나로 꼽히는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

불국사에는 국보로 지정된 2구의 불상도 모셔져 있다. 비로전의 금동비로자나불좌상(국보 제26호), 극락전의 금동아미타여래좌상(국보 제27호)이 그것이다. 불국사 창건 당시에 조성된 불상들이다. 높이는 각각 1.77m, 1.66m로 비슷하고, 상체의 양감(量感)과 전체적인 신체 비례도 적당하다.

불국사에서 산길을 2.2km쯤 오르면 석굴암 주차장에 닿는다. 거기서 다시 600m를 더 걸어가야 석굴암이 있다. 토함산(745m)의 남동쪽산 중턱에 위치한 석굴암 앞에서는 창망한 동해가 또렷하게 보인다.

토함산에 올랐어라, 해를 향해 앉았어라~

아래쪽의 불국사와 마찬가지로, 석굴암도 경덕왕 10년에 김대성이 짓기 시작해 23년 만인 혜공왕 10년(774년)에 완공했다. 원래 이름은 석불사였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인공석굴 안에 본존불상이 놓여 있다.

그 주변의 둥그런 벽에는 보살상, 십나한상, 금강역사상, 팔부신중상, 사천왕상 등 총 40구의 불상이 조각됐지만, 지금은 38구만 남았다. 십일면관음보살상 앞에 있었던 대리석 사리탑도 일제강점기에 없어졌다고 한다.

석굴암의 구조는 크게 직사각형의 전실(前室)과 원형의 주실(主室)로 나뉜다. 두 공간은 ‘비도(扉道)’를 통해 연결돼 있다. 주실의 원형 천장은 360여 개의 넓적한 돌이 촘촘하게 맞춰진 구조인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건축구조라고 한다.

석굴암이 자리한 토함산에서 바라본 동해 해돋이.석굴암이 자리한 토함산에서 바라본 동해 해돋이.

둥그런 천장 아래 한복판의 연화대에 석가여래좌상이 단정하게 앉아 있다. 초승달 같은 눈썹 아래로 반쯤 감은 눈은 동해 바다를 응시하는 듯하다. 오른쪽 어깨에 걸쳐져 왼팔과 가슴을 덮은 법복은 매우 섬세하고도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고요하고 차분한 모습의 본존불은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신비감과 한없는 자비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동아시아 불교미술의 최고 걸작’이라는 찬사가 하나도 틀리지 않음을 누구나 실감하게 마련이다.

여행 정보


관람 안내
불국사(054 - 746 - 9913)의 입장 시작 시간은 3~10월에 07 : 00, 11~2월에 07 : 30이다. 입장 마감 시간은 11~1월 17 : 00, 2 · 10월 17 : 30, 3~9월 18 : 00이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500원, 어린이 2500원이며, 주차료는 당일 1000원(소형)이다.
석굴암(054 - 746 - 9933)의 입장 시간은 3월 중순~9월 06 : 30~18 : 00, 2~3월 중순· 10월 07 : 00~17 : 30, 11~1월 07 : 00~17 : 00이다. 입장료는 불국사와 같다.

숙식
불국사 근처에 경주코오롱호텔(054 - 746 - 9001), 불국사관광호텔(054 - 746 - 1911), 신라유스호스텔(054 - 748 - 7333), 설레임스토리펜션(***) 등의 숙박업소가 많다. 석굴암에서 멀지 않은 곳에 경주시에서 운영하는 토함산자연휴양림(054 - 772 - 1254)도 있다. 경주의 소문난 맛집은 시내와 보문관광단지에 많다. 요석궁(한정식, 054 - 772 - 1254), 이조한정식(054 - 775 - 3260), 도솔마을(가정식백반, 054 - 748 - 9232), 이풍녀구로쌈밥(054 - 749 - 0060), 영양숯불갈비(한우구이, 054 - 771 - 2627), 숙영식당(보리밥정식, 054 - 772 - 3369) 등이 경주를 대표하는 맛집 중 하나이다.

찾아가기
경주역과 경주시외(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10 · 11번 일반버스, 101 · 102번 좌석버스가 불국사행이다. 불국사 아래의 대형주차장에서는 매시 40분에 석굴암 가는 셔틀버스(12번 버스)가 출발한다. 소요시간 20분, 요금은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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