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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23 | 20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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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RCEP, 지는 TPP

메가 FTA의 경쟁 시대,
우리는 무엇을 잡을 것인가

2016년 9월 8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마친 뒤 RCEP에 참여한 12개국 정상은 따로 정상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2016년 9월 8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마친 뒤 RCEP에 참여한 12개국 정상은 따로 정상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인 트럼프가 TPP 참여 거부를 선언했다. 자유무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역국가이기에 FTA에 들어가야 산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국가로 미국과 중국이 꼽힌다.
언론은 이 두 나라를 ‘세계 2대 강국(G2)’이라 부르며 최강자로 대우한다. 그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스스로에게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기에 바쁘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표되는 자유무역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2016년 6월 말 현재 전 세계에서 424개의 FTA가 발효 중인데, 상당 부분이 미국과 중국이 주인공이다. 앞으로 전개될 다자간 FTA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주인공이 되는 현상은 예외가 아닐 것이다.

FTA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모든 나라는 ‘관세선(線)’이라는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있다. 이 선을 넘어오는 외국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 또한 특별한 규격이나 인증을 받게 하는 장벽도 설치해놓고 있다.

FTA는 외국 제품이 쉽게 내수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만든 갖가지 장벽을, 이 협정을 체결한 국가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 나라의 제품은 자국 제품처럼 내수시장에 쉽게 들어오도록 혜택을 주는 조치다.

한중 FTA가 2015년 12월 20일부터 발효됐다. 이 때문에 중국은 한국 제품에 대해 관세를 인하하거나 없애고, 서비스와 투자 부문도 한국에는 폭을 확대했다.
최근에 중국에서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식품, 화장품, 의약품, 의료기구 등을 수출하려면 인증이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한국과 중국은 이 장벽을 FTA에서 다룰 것이니, 한국은 중국 진출이 유리해진다. 한국 중소기업은 수출을 확대할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FTA 주도국으로 떠오른 대한민국

기업만 좋은 것은 아니다. FTA는 물가 안정을 통한 소비자의 복지를 증대하는 것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한다. 왜냐하면 수입품에 붙는 관세가 없어져 제품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포도주에서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포도주는 소득이 높은 사람만 접할 수 있는 상품이었지만, 2004년 한국과 칠레 간 FTA가 발효되면서 15%에 달하던 수입관세가 없어져 포도주 가격이 내려가 서민들도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매년 7월 수입차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고급차 브랜드가 많기로 소문난 유럽연합(EU)과 맺은 FTA가 발효돼 수입차에 대한 관세가 단계적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2004년만 해도 FTA 후진국이었다. 당시에는 몽골과 한국만이 FTA가 1건도 없는 나라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FTA를 주도하는 나라다. 2015년 한국은 캐나다와의 FTA를 시작으로 중국, 뉴질랜드, 베트남과 맺은 FTA를 발효시켜 52개국(15건)과 FTA를 발효시킨 나라가 되었다.

2015년 10월 5일 미국 애틀란타에서 미국 등 12개국 대표가 환태평양경제공동체(TPP) 협정을 타결한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이 협정 탈퇴를 선언했다.2015년 10월 5일 미국 애틀란타에서 미국 등 12개국 대표가 환태평양경제공동체(TPP) 협정을 타결한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이 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거대시장인 미국과 EU는 물론이고 중국 및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FTA를 맺은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2016년에는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FTA 파트너를 찾기 위한 노력을 전개했다.

FTA 발효로 한국 제품이 관세 혜택을 받으면서 진입할 수 있게 된 해외시장을 우리는 ‘경제영토’라고 칭하는데 그 면적이 전 세계 육지의 70%를 넘어섰다. FTA에서 가장 후진적이었던 대한민국이 10여 년 만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FTA 바람이 전 세계로 번지면서 최근 새로운 현상이 출현했다. 기존에는 마음에 맞는 국가와 1 : 1로 하는 FTA가 추진됐지만 지금은 동시에 많은 나라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경되고 있다. 1개 FTA에 10여 개 국가가 발을 들여놓는 것이 흔해진 것이다. 이를 ‘메가(Mega) FTA’라고 하는데, 그동안 미국이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이 대표적이다.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국가 간에 진행 중인 다자간 FTA를 말한다. 2005년 6월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이 시작해, 2013년 4월 미국, 캐나다, 멕시코, 호주, 베트남, 말레이시아, 페루 등 7개국이 추가되고, 나중에 일본이 합류해 12개국이 참가국이 되었다.

경제력의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측면에서 TPP 참여국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해, 잘 사는 나라들의 집합체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들이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에 달해 ‘국제무역에 대한 새로운 룰도 만들 수 있는 지배력을 확보할 것이다’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나라들만 멤버로 골랐다’는 소리도 들었다.

전 세계 FTA 발효 현황*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화권 국가가 주축인 RCEP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적극적인 행보에 힘입어 TPP는 빠른 속도로 추진됐으나, 트럼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고 대외 개방이 미국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논리가 확산되면서 TPP가 표류에 들어간 것이다.

주도 국가인 미국이 빠지면서 일본이 그 자리를 메우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인지라 당분간 FTA 협상 성공 스토리에서 TPP가 회자되기는 힘든 국면이다.
반면 중국을 포함해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이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6개국 정상들은 2012년 11월 20일에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공동선언문을 통해 RCEP 협상을 2015년까지 타결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일정이 지연되면서 타결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이 협정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아세안 10개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총 16개국이다.
중화권 나라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중국이 주도권을 발휘하는 양상이다. 그동안은 TPP보다 느슨한 형태로 무역 자유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TPP의 급속한 진전에 위기감을 느껴온 중국이 세력을 결집하며 기관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TPP와 RCEP의 기본 요소 비교*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 나라가 동시에 참가하는 FTA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은 1 : 1 협상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했음에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들고, 협정 내용도 복잡해져 기업들이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 이를 ‘스파게티 볼(스파게티 접시)’ 효과라고 한다.

개별 국가별로 FTA 규정이 다르면 기업들이 준비해야 하는 내용과 서류가 복잡해져 FTA 활용을 주저하게 된다. 스파게티를 먹을 때 국수 가닥이 얽혀 있으면 먹기 힘든 것과 같은 맥락이다.

TTP와 RCEP는 다수의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는 공통점 외에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통상 대결구도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TPP가 현재의 경제 강국 결합체라면, RCEP는 미래에 세계경제를 선도할 나라들의 집합체라로 볼 수 있다. RCEP가 체결되면 역내 인구가 34억 명에 달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게 된다.

이제 전 세계는 FTA로 경쟁하는 시대에 진입했다.
FTA가 체결된 국가 간에 무역이 진행되는 비율이 50% 전후임을 감안할 때 FTA 활용은 모든 국가들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제가 되고 있다. 기업들이 좀 더 편하게 해외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고, 비즈니스 환경이 좋아야만 외국 기업이 국내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세계 총 수출 대비 주요국(73개국)의 FTA 수출 비중 추이*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설명을 하면 기업만 좋은 일이라고 속단할 수 있다. 또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나 농민은 계속 손해 볼 구조라고 불평한다. 그러나 FTA의 근본 취지는 일자리 창출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기업의 수출 증대는 곧바로 일자리 증대로 연결되고, 수입품이 좀 더 저렴하게 수입된다면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농업 등 취약 분야에는 정부 지원금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새로운 디딤돌을 제공해주는 것도 FTA가 가져온 혜택이다. 기업들은 FTA 전문가를 육성해 세금 부담을 줄이면서 해외에서 빠르게 통관할 수 있는 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FTA는 그 혜택이 크지만, 기업이 활용하지 않으면 ‘그림의 떡’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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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
광운대 경영학 박사.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장과 비서실장 등 역임. 중앙대 · 부산대 · 중국 칭화대 등에서 무역실무, 삼성물산 · 삼성전자 · 상공회의소 등에서 국제통상 강의. 저서 <중국은 지금>, <중국시장 체크포인트>, <용의 경제에 올라타라>, <천의 얼굴 중국시장 체크포인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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