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통일 문제의 ‘정치화’도 끝내버리자
남북관계를 강의하다가 가끔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북한은 독립된 나라인가요? 아니면 여전히 대한민국의 일부인가요?” 갖가지 답이 나오지만, 대다수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우리 입장에서 북한을 독립된 정부로 인정해야 하는지, 우리 영토를 점령한 불법집단으로 이해해야 하는지, 주저하는 게 보통이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론적인 관점에서 우리 사회는 북한이라는 존재를 세 가지 관점으로 이해하고 있다.
1991년의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이후 한국과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공존하는 두 개의 국가라는 측면이 불가피하게 인정되고 있다. 이 현상은 여타의 국제기구 가입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두 번째 관점은, 북한은 우리의 생명과 안보를 위협하는 불법 집단이라는 것이다. 우리 헌법 제3조는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고 돼 있으니, 북한은 불법으로 우리 영토를 점유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매우 현실적인 이해 방식이 있다. 북한을 정식 국가도 아닌, 그렇다고 우리 영토를 불법적으로 점유한 집단도 아닌 중간쯤으로 보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개성공단이 운영되었다. 그때 개성을 방문하는 우리 기업인들과 공무원들은 ‘출경(出境)’ 사무소를 거쳐야 했다.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니까 ‘출국’은 아니다. 그렇다고 호남이나 영남 지방을 방문하듯이 아무 절차 없이 그냥 드나들 수도 없으니 ‘출경’이라는 이름의 절차를 만들었다.
서론이 길었다. 북한 문제를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우리 중심의 평화롭고 행복한 통일 프로세스를 밟아나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균형감을 유지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우리는 북한 문제를 우리 국내정치의 연장선에 놓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국내정치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그렇다고 국내정치적 고려를 어떤 변수보다도 우선시해서는 안 된다.
국가 리더십의 혼란으로 국내정치 상황이 매우 시끄럽다. 지금까지 당연시해 온 음성적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널리 퍼지고 있다. 차제에 북한 문제를 국내정치적 관점으로 접근해오던 관행도 개선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북한 문제는 우리 내부 관점으로만 접근해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변수를 너무 강조해도 곤란하다.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들을 균형감 있게 살피면서 우리의 역량과 이니셔티브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문제를 과도하게 국내정치의 연장선에서 접근하는 관행을 확실히 개선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북한 문제와 통일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의욕이 앞서다 보면 국내정치적 관점을 우선시하는 유혹에서 걸려들 수 있다. 차제에 통일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참에 바른 길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미 노스웨스턴대 정치학박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이화여대 국제교류처장 역임. 현재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 통일부 · 외교부 ·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저서
<매력으로 엮는 동아시아>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