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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23 | 20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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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의 통일 준비

통일과 문화가 만났을 때
즐거움과 이해가 일어난다

2016년 10월 23일 안산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평화통일음악회에서 어린이 합창단이 통일 동요를 발표하고 있다.2016년 10월 23일 안산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평화통일음악회에서 어린이 합창단이 통일 동요를 발표하고 있다.

통일에 대한 공통의 기억, 긍정의 기억을 만들려면 공감각을 활용하라. 통일에 문화라는 외피를 입히는 것이다. 그래서 통일 관련 문화행사가 늘어나고 있다.


통일 관련 문화행사가 많아졌다. 통일을 노래하는 ‘통일음악회’를 비롯해 ‘통일 염원 대중음악 경연대회’, ‘통일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통일동요 노랫말 공모’, ‘생생토크 통일콘서트’, ‘평화통일음악회’, ‘통일미술대전’, ‘통일박람회’, ‘통일 공감 콘서트’, ‘통일걷기대회’, ‘통일연극제’ 등 통일을 타이틀로 해서 음악, 영화, 미술, 연극 등의 다양한 분야가 결합되고 있다.

이 정도 되면 가히 통일문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통일과 문화가 만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는 공통의 감성을 토대로 한다. 홀로 존재하는 문화는 없다. 통일 운동이 문화의 형태로 진행되는 가장 큰 이유도 공통의 감각 즉 ‘공감각(共感覺)’ 때문이다. 통일에 대한 공통의 기억, 긍정의 기억을 만들기 위해 ‘문화의 형식’을 빌리는 것이다. 함께 통일을 이야기하고, 함께 통일을 노래하면서 공통의 기억, 공통의 감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공통의 감각이 필요한 것은 통일 문제가 더 이상 교육이나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통일 문제에 대한 지식을 전수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감으로 하나되기 위해 통일과 세대를 이어주는 문화가 동원되는 것이다. 강의 중심의 통일교육은 남북한 문제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지만, 감성적 동원을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통일 문제를 생각하고, 통일에 대한 감성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함께할 수 있는 문화의 외피가 필요하다.

젊은이를 잡아라, 즐겁게

통일을 이야기하자고 하지만 사실 통일이 무엇이고,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사뭇 다르다. 통일의 주체가 돼야 할 남북한 주민이 통일에 대해 갖는 열망이나 관심, 시각도 이전과는 분명 달라졌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한 가운데, 통일을 역사적 소임으로 생각했던 세대의식은 많이 약해졌다. 통일과 민족을 연결하는 고리도 많이 느슨해졌다.

미래 통일을 주도할 청소년 세대의 시각은 분단세대, 전후세대와는 차이가 크다. 요즘 청소년은 남북한 문제보다는 글로벌한 이슈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통일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각이 매우 구체적이고 분명하다. 그런데 젊은 세대를 통일로 이끌어낼 논리적 자원은 부족하다. ‘민족적 사명’이라는 숙명론이나 당위론에 근거한 통일론으로는 청소년 세대의 관심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통일에 대한 새로운 가치 부여, 새로운 접근 방법, 새로운 해석이 뒷받침돼야 한다.

2016년 10월 21일 한강 세빛섬에서 열린 ‘2016 통일문화주간’ 개막식에서 통일과 문화에 대해 강연하는 ‘부활’의 김태원.2016년 10월 21일 한강 세빛섬에서 열린 ‘2016 통일문화주간’ 개막식에서 통일과 문화에 대해 강연하는 ‘부활’의 김태원.

문화는 통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통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전략과 접근에서 매우 유용한 수단이자 접근 방법이다. 함께 노래를 하기도 하고, 연극무대에서는 역할을 통해 전체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통일 노래를 하는 동안, 통일 노래를 알고 있는 동안은 운명공동체가 된다. 노래로 하나가 되는 것은 7080 콘서트나 가요무대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문화의 가장 큰 장점은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함께 노래하고, 함께 춤을 추고, 함께 무대에 오르면서 공동체임을 확인한다. 지역 통일 운동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많다.

2014년 민주평통 김천시협의회가 진행한 ‘행복한 통일연극제’에서는 예술공동체 삼산이수가 중심이 된 연극 ‘남남북녀-선녀와 나무꾼’이 무대에 올랐다. 북한이탈주민이 참여한 이 연극은 북한이탈주민들이 대한민국 정착 과정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연극의 주인공은 따로 없었다.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 식으로 연극에 필요한 역할만 있었다. 동등한 위치에서 각자에게 맡겨진 역할을 하면서 하나의 연극을 완성한 것이다. 연극을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풀어내고, 연극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남과 북이 따로 없다, 모두가 참여자

연극만이 아니다. 음악이나 미술, 말하기 같은 예술은 적극적인 동참 활동을 통해 치유의 효과와 통합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공통의 일을 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공통의 경험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성별이나 연령, 직업 등에 상관없이 국민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통일지향적 가치관과 생활태도를 견지함으로써 통일문화가 정착된다고 한다면, 통일과 문화가 결합한 통일문화는 통일 공감대 확산의 중요하고도 유용한 방식으로 활용될 것이다.

통일교육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가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통일 문제에 대해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통합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완화해 통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중요한 것은 ‘강제나 보상에 의한 참여를 지양하고,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통일에 동참하도록 하는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의 잠재된 역량과 관심을 그들의 미래 문제이기도 한 통일 문제로 이끌어낼 수 있는 소프트파워가 필요하다.

세빛섬에서는 기리카띠(‘그렇겠지’의 평안도 사투리)를 주제로 한 통일웹툰 전시회도 열렸다.세빛섬에서는 기리카띠(‘그렇겠지’의 평안도 사투리)를 주제로 한 통일웹툰 전시회도 열렸다.

소프트파워는 외적인 동기부여로는 해결할 수 없다.
통일 문제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내적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비주얼 자료를 활용해야 한다.

강의식 교육보다는 현장 체험이나 과제 해결형 교육을 선호하는 새로운 세대에게 비주얼한 접근은 통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고, 통일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실효적 접근법이다.

문화예술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어주는 힘이 있다.
통일과 문화가 결합된 통일문화는 통일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통일 문제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를 넓혀주기 때문이다. 통일문화는 지식이 아닌 감성으로서 통일 문제를 사유하게 만든다. 공감할 수 있도록 마음을 움직인다.

통일문화는 미래 갈등 해소하는 투자다

통일과 문화의 만남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통일과 문화가 만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울림, 즉 감동이 있어야 한다. 문화적 이벤트로는 잠시의 흥미를 끌 수는 있어도 결코 지속적인 공감대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문화의 본질적 속성인 창의성, 다양성, 성찰, 포용력이 통일 문제와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나가야 한다.

통일과 문화의 만남이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통일의 의미를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인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문화와 통일 문제가 성공적으로 결합한 예로 2005년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남북한 화합을 도모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할 목적으로 제작한 통일음반 ‘사랑-통일 염원 프로젝트’ 앨범 제작이 있다.

‘사랑-통일 염원 프로젝트’ 앨범은 전문기획자의 기획 속에 조수미와 어린이 합창단을 비롯해 이효리, 김건모, 이승철, 세븐, 김범수, 태진아 등 톱가수 40여 팀이 참여해 대중문화 차원의 범국민 캠페인으로 진행했다.

전문가의 기획과 당대 최고 가수들의 참여로 사회적인 파장도 매우 컸다. 문화예술인들이 통일 문제를 수용하고 예술적으로 확산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2016년 10월 22일 파주 도라산역에서 열린 최병관 작가의 ‘DMZ 사진 전시회’ 개막식. 이제는 소프트파워로 통일 에너지를 일으켜야 한다.2016년 10월 22일 파주 도라산역에서 열린 최병관 작가의 ‘DMZ 사진 전시회’ 개막식. 이제는 소프트파워로 통일 에너지를 일으켜야 한다.

문화를 통한 접근은 문화의 가치와 속성에 주목하면서, 일반 시민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통일에 대한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인식을 갖도록 만든다. 이런 점에서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참여자의 능동성을 높일 수 있도록 문화와 통일 문제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통일에 대한 긍정적 인식 형성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 문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은 새로운 세대의 눈높이와 감성에 맞는 통일교육으로서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통일과 문화가 결합하는 통일문화는 가장 현실적으로 통일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이며, 통일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공적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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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한양대 문학박사. 현재 북한학회 부회장, 북한연구학회 사회문화분과위원장, 민주평통 상임위원, 통일준비위원회 사회문화분과 전문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위원회 이사, 민화협 정책위원, 민족화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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