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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 커버스토리

커버스토리

2014 국제학술회의
한반도 평화통일, 어떻게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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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제학술회의 제1세션은 ‘1994년 제네바합의 이후 20년 교훈과 과제’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2014년 10월 10일과 11일 이틀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민주평통과 한국정치학회, 통일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한반도 평화통일, 어떻게 만들 것인가? : 제네바합의 이후 20년의 교훈과 과제’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학술행사에는 제네바합의의 주역이었던 갈루치 미 조지타운대학 교수를 비롯해 국내외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

미국과 북한은 1994년 10월 21일 제네바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룬다. 소위 ‘제네바합의’로 알려진 이 합의문은 1990년대 초반 이후 고조돼온 북한 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북미 간의 기본 합의문으로, 2002년 가을 북한의 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으로 양국이 합의의 붕괴를 선언할 때까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기본적이고 실질적인 틀이었다.

이상은 제네바합의에 대한 국가기록원의 설명이다. 제네바합의의 주요 내용은 북한이 핵을 동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완전 복귀하며, 대신 미국 측은 경수로형 원자로 2기를 건립해주는 동시에 연간 50만 톤의 중유를 지원하고, 정치·경제적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북미 간 ‘외교적 승리’로 여겨지던 이 합의문에 서명한 북한 측 수석대표는 강석주 외교부 제1부상이고, 미국 측 수석대표는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이었다.

그러나 2002년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을 시인하고 2003년 NPT에서 탈퇴하면서 제네바합의는 백지화됐다. 이후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에 이어 2009년 2차, 2013년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지난 3월 4차 핵실험을 예고했으나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다.

2014년 10월 10일과 11일 이틀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민주평통과 한국정치학회, 통일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한반도 평화통일, 어떻게 만들 것인가? : 제네바합의 이후 20년의 교훈과 과제’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학술행사에는 제네바합의의 주역이었던 갈루치 조지타운대 교수를 비롯해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한반도팀장을 지낸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2005년 6자회담 대표로 참가한 바 있는 윌리엄 토비 하버드대 벨퍼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토머스 크리스텐슨 프린스턴대 교수, 니클라스 스완스트롬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 연구실장 등이 참석했다. 또 양시유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자칭궈 베이징대 교수, 리난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교수 등 전 세계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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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영재 한국정치학회 회장

김영재 한국정치학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20년 동안 북한을 상대로 직접 정책 결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주요국의 학자, 기능주의적 접근의 한계를 넘어서서 제도주의에 입각해 남북관계를 이론화할 수 있는 세계적 학자, 북한을 상대로 다양한 관여정책의 적용을 연구하는 세계 각국의 학자 등 매우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들을 모셨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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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환영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국정 4대 기조에 포함시킨 최초의 대통령이다. 국가지도자와 함께 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통일대박의 미래는 한층 가까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1994년 제네바합의 이후 20년 교훈과 과제’라는 주제로 진행된 제1세션은 박진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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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갈루치 조지타운대 교수

갈루치 교수는 “이제 북한에 대해 희망을 갖는 것도, 중국을 통해 북한을 제재하는 방법도 합리적이거나 효과적이지 않다. 전략적 인내나 봉쇄도 북핵 위협을 없애거나 감축시키지 못한다”면서 “전제조건 없이 조용히 논의를 시작해 북한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협상 의제에 올리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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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제안하고 존 캐리 미 국무장관이 유엔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처럼 다양한 이슈에 북한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세 번째 발제자인 천영우 아산정책연구소 고문은 “전략적 인내는 한계에 왔다. 6자회담 5개국이 정치적 의지를 모아서 무력수단도 배제하지 않고 북한을 압박해서 비핵화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윤영관 서울대 교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서는 제재를 계속하면서 이 기회를 활용해 북한이 서구에 경제적으로 더 많이 의존하게 해서 궁극적으로 핵 포기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에 나선 임혁백 고려대 교수가 “북한 정권이 붕괴될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생각은 결과적으로 북한이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더 이상 관망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하자,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말하지만 워싱턴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인데 과연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노선이 바뀌겠느냐”고 반문했다.

통일정책, 기능주의의 한계 벗어나야

이번 국제학술회의에서는 이틀간 총 8개의 세션이 진행됐다. ‘대북정책의 새로운 이론 모색-기능주의를 넘어서’를 주제로 열린 제2세션에서는 기능주의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들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먼저 ‘대북정책 20년과 이론적 배경-기능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발표한 우승지 경희대 교수는 “우리의 대북정책은 정권 교체에 따른 지속성 부족과 조급성 때문에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일관된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버라 코레미노스 미시건대 교수는 남북관계에 국제적 합의를 적용하는 ‘제도주의 이론의 한반도 적용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고,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관계와 신뢰 구축 이론’을 제안했다.

제3세션에서는 ‘해외 통일 사례 연구’로 고상두 연세대 교수가 독일 통일 사례를, 영국의 토머스 케인 헐대학 교수가 중국 사례를 발표했다. 고상두 교수는 “통일을 위한 대북정책은 북한의 자유화와 민주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추진해야 한다”면서 “독일 통일의 기폭제가 동독의 내부적 변화였던 것처럼 한반도 통일은 북한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제4세션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으로 윌리엄 토비 전 미국 핵안보국 부국장이 미국 핵 정책의 역사와 현황을 설명하고, 폴 커 미의회조사국 내 비확산 전문가가 북한과 이란 핵 문제를 비교한 뒤 마지막으로 구본학 한림대학원대 교수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의 새로운 사고와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제5세션은 ‘북한 변화를 위한 새로운 관여 전략’이라는 주제로 북미권에서 북한 문제 전문가로 손꼽히는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미국기업연구원 이코노미스트가 ‘북미관계와 미국의 대북한 관여정책’에 대해 발표하면서 “북한의 경우 외국의 경제원조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은 아주 나쁜 사례”라고 지적했다.

‘남북관계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제6세션에선 이번 국제학술회의를 관통하는 주제가 기능주의를 넘어서서 제도주의에 입각한 남북관계에 있는 만큼 청중의 관심도 뜨거웠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 이효원 서울대 교수,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각각 경제, 법, 정치 영역을 중심으로 남북관계의 제도화에 대해 발표했는데, 결론에서 김근식 교수는 역대 정권들의 남북관계를 비교한 뒤 “이제 너무 좋아하지도, 너무 미워하지도 않는 냉정한 실리 추구의 남북관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제7세션에서는 ‘한반도 통일을 위한 동북아 외교안보 환경’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김태현 중앙대 교수가 ‘북한 문제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체제’에 대해 발표한 뒤 토머스 크리스텐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가 미국의 역할에 대해, 자칭궈 베이징대 교수가 중국의 역할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삶의 질 증진시키는 작은 통일부터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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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제학술회의 제8세션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새로운 접근과 전략’을 총정리하는 자리였다.

마지막 종합토론은‘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새로운 접근과 전략’을 총정리하는 자리였다. 먼저 전재성 서울대 교수가 이틀간 7개의 세션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했다.

“한반도 평화통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모색하는 자리에서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북한이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체제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보고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의 효과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제재와 유인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결합할 것인가의 문제와 인권과 북핵 문제를 연계하느냐 마느냐도 앞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것 같다. 또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며 통일된 한반도와 중국은 훨씬 다이내믹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쪽 참가자들은 대북정책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북핵 문제는 일단 ‘동결’에 초점을 맞춰 북한이 동결을 선언하면 6자회담을 소집하고, 핵 사찰을 한 뒤 2005년 공동성명에 명기된 피스포럼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박찬봉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저도 베이징 6자회담에 참여했는데 당시 북한 단장이었던 김계관이 이런 말을 했다. ‘남한의 압박정책이 우리를 부수어 먹으려는 것이라면, 햇볕정책은 녹여 먹으려는 것이다. 방법만 다를 뿐 우리를 먹으려는 것은 같다.’ 이 말은 북한의 속내를 보여준다”면서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방법으로 북한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목표에 합의할 수 있다면 남과 북은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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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진욱 통일연구원장

최진욱 통일연구원장은 “지난 20년 동안 남북 교류협력을 증진시키면 통일로 연결되리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이제 개개인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현실적이고 작은 통일부터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를 마무리하는 만찬에서 기조연설을 한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여정’이라고 표현하면서 통일준비위원회가 ‘스마트 내비게이션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면서 “분단 70주년인 2015년이 통일 한반도를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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