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호 > 통일포럼
통일포럼 / 2014 한·독 평화통일포럼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을 맞아 독일 통일과 동·서독 통합정책을 통해 한반도 통일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2014 한독 평화통일포럼’이 10월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에서는 ‘동·서독 통합정책에서 본 남북통일의 해법’이라는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벌어졌다.
독일연방의회 의사당에서 개최된 ‘한독 평화통일포럼’에는 한독 양국의 전문가 18명이 참석해 ‘동·서독 통합정책에서 본 남북통일의 해법’이라는 주제로 △서독 정부의 통일 기반 구축 정책과 시사점 △서독의 대(對)동독 인권정책과 한반도 통일에 주는 함의를 중심으로 열띤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이날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진행된 포럼은 현경대 수석부의장과 미하엘 가이어 전 주한 독일대사의 기조연설에 이어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독일 통일은 인권의 승리, 남북통일은 인권 통일’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 현 수석부의장은 북한 주민의 자유와 통일에 대한 의지와 열망이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자유와 풍요를 희망했던 동독 주민들의 열망이 독일 통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듯이 북한 주민들의 염원은 결정적 시기에 남북통일을 이루는 결정적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 수석부의장은 “25년 전 독일 통일의 힘 역시 인권이 바탕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감시와 억압에 신음하는 동독 주민들의 자유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서독 주민들의 인권 감시와 지원으로 뒷받침하지 않았다면 독일 통일의 역사가 쓰이지 않았거나 늦어졌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현 수석부의장은 “한국 국민들은 독일 통일에서 남북통일도 머지않았다는 희망의 근거를 찾고 있다”고 말하고 “1989년 동독에서 벌어진 도도한 물결이 북한 땅에 재현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인류의 양심을 거스르는 것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 수석부의장은 “자유를 찾아 남한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이 2만6000여 명이고 이들이 ‘먼저 온 통일’이다. 내일 당장 북한에 무슨 일이 벌어진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하고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사이 통일은 우리 앞에 놓이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 수석부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통일에 모든 국가와 세계가 나서달라고 호소하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한국 정부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시각과 접근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말하고, “독일 통일이 서독 정부와 서독 국민의 동독 주민에 대한 끊임없는 인권 감시와 지원의 결과라는 역사적 사실과 교훈을 한국 정부가 실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하엘 가이어 전 대사는 북한 핵문제의 진행 과정을 설명하고 “남북이 6자회담 재개 의지를 표명했고 중국도 이를 요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실제로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 것인지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6개국 당사자들이 이른 시일 내에 모여 대화에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현지 자문위원과 동포사회 지도자, 유학생, 독일 측 학계 및 정·관계 인사 등 총 2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룬 가운데 진행됐으며, 노르베르트 람머트 독일연방의회 의장과 하르트무트 코쉭 한독의원친선협회장이 나와 인사말을 했다.
이어 이번 행사를 주관한 최월아 민주평통 북유럽협의회장과 베른하르트 젤리거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대표의 개회 인사가 있은 다음, 김재신 주독일 대사와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축사가 이어졌다.
“독재는 언젠가는 무너진다”
람머트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통일에 규범화된 솔루션은 없으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문제가 속출할 것이기 때문에 오픈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일 통일의 완성 시기는 말하기 어려우며 사실상 끝내기도 어렵다”고 말하고 “독일의 변화는 유럽의 변화 안에서 상호 간의 영향으로 가능했다”며 국제 정세를 우호적으로 만드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람머트 의장은 “동독 사례에서 보듯이 독재는 언젠가는 무너진다는 점을 역사의 교훈으로 기억해야 한다”면서 말을 마쳤다.
코쉭 한독의원친선협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한국 사람들은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더딘 속도에 실망할 것이 아니라 북한 동포들의 상황에 관해 파악하고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정치, 사회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호흡이 짧고 확신이 없으면 통일과 같이 거대하고 경이로운 과제를 수행하기 어려운 만큼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고 통일을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을 주관한 최월아 북유럽협의회장은 “독일이 50년 만에 국민들의 의지로 평화통일을 이루었듯이 남북한도 통일 비전을 갖고 준비해간다면 반드시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포럼도 통일을 준비하는 여러 가지 활동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포럼의 개최 의미를 밝혔다.
이어 젤리거 한스자이델 대표는 “독일 통일이 한국인들에게 통일 과정의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확신을 가지고 통일로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는 것이 매우 의미 있다”고 말했다.
김재신 대사는 “준비된 통일은 축복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번 포럼과 같은 활동을 통해 독일의 경험과 지혜를 배울 수 있다면, 우리가 통일을 좀 더 잘 준비하여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축사를 통해 정부 정책은 통일된 미래를 고려해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책 방향으로 △통일시대를 대비해 현실적으로 통일을 준비할 것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접근하는 대북정책을 수립할 것 △통일을 위한 통합적인 정치 시스템을 마련할 것 등을 제시했다.
1세션 : 서독 정부의 통일 구축 정책과 시사점
포럼은 두 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서독 정부의 통일 기반 구축 정책과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제1세션에서는 울리히 블룸 할레-비텐베르크대 교수와 양창석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감사가 발표에 나섰고, 에두아르트 린트너 전 독일연방 내무차관과 정중재 충북대 교수가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블룸 교수는 “통일을 준비하고 가능하게 하는 현명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필요로 한다”면서 “북한의 미래에 대한 합의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이웃 국가에 지역의 안정화 비전을 제시하는 현명한 정책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의 안정화는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김정은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북한 체제에 적합한 김씨 왕족 출신의 적합한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 군부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룸 교수는 “북한의 경제가 붕괴돼 통일되는 것과 통일을 유발하는 개혁으로 통일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면서 “통일정책을 세우기 위한 통일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군부 독재의 과도기와 접근 단계를 통한 통일”이라고 진단했다.
양창석 감사는 독일이 평화적으로 통일할 수 있었던 요인은 △동독 독재정권의 붕괴 △냉전 해체라는 국제적 환경 △서독 정부의 경제·외교적 역량이라고 분석했으며, 서독 정부의 통일 기반 구축 정책의 핵심은 △서독 정부의 서구 중시 정책과 미국의 강력한 지지 △원칙에 바탕을 둔 효과적인 교류협력 정책 추진 △동독과의 지속적인 대화 채널 유지 △민족자결권 원칙의 고수 등이라고 설명했다. 양 감사는 독일 통일이 한반도 평화통일에 주는 시사점으로 △민족자결권 원칙의 명문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정책의 추진 △남북 간 대화 채널 유지 △국제적 친분과 신뢰 구축을 위한 통일외교의 전개 △한반도의 ‘유일대표권’ 유지 등을 들었다.
토론자로 나선 린트너 전 차관은 독일 통일 이후 25년간의 주요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고 “동독의 각 마을과 도시의 인프라는 1989년과 비교하기가 불가능할 만큼 좋아졌으며, 서독의 체감 생활수준이 낮아지지도 않았고, 현재 역대 최고의 세수와 수출 기록 행진을 하고 있는 바와 같이 독일 통일은 성공 스토리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동·서독의 거주와 이전의 자유를 설명하면서 “통일을 원하는지 원치 않는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정치 지도부가 아니라 결국 시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정중재 충북대 교수는 독일이 평화적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요인으로 평화통일에 대한 서독 국민의 확고한 의지와 체제 변화에 대한 동독 시민들의 내부적 욕구, 독일 통일을 둘러싼 외부 환경의 성숙 등을 들고 한반도에서는 이러한 통일 여건이 부분적으로는 충족되고 있으나 아직 성숙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즉 한국 국민들의 통일공감대 형성 정도는 북한 내부의 평화통일을 이루려는 세력을 규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으며, 중국 등 주변국이 통일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나 더욱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2세션 : 서독의 대동독 인권정책과 한반도 통일에 대한 함의
제2세션은 ‘서독의 대(對)동독 인권정책과 한반도 통일에 대한 함의’라는 주제하에 박성조 베를린자유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서병철 전 통일연구원장과 안나 카민스키 독일연방 구 동독사회주의통일당 독재청산재단 사무총장이 발제에 나섰고, 최보선 새누리당 외교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과 칼 브렌케 독일경제연구소 연구원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서병철 전 원장은 서독의 대동독 인권정책을 상세히 분석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지적은 북한의 완강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능숙한 전략과 이론적 근거, 과감한 추진력이 필요하다”면서 “서독과 같이 인권에 대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관심 표명과 더불어 생활 향상을 위한 세심한 전략 수립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산가족 상봉 등을 통한 북한 주민의 남한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조, 인권 개선 조치에 상응하는 과감한 반대급부 제공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카민스키 사무총장은 “서독 언론은 동독의 인권 억압과 박해에 대해 보도하고 언론인과 동독 시민운동가 간 접촉을 통해 보호 기능을 수행했으며, 동독 주민은 라디오 등을 통해 서구 언론을 접하고 그들이 잊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용기를 얻었다”며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최보선 수석전문위원은 “서독의 대동독 인권정책은 인권정책의 효용성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면서, 동·서독 관계 변화에 관계없이 동독의 인권 상황에 대한 규범적, 원칙적 비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등 인권의 보편성을 끊임없이 강조해왔으며, 정권의 좌우를 불문하고 대동독 정책의 기조를 일관되게 견지해왔다”고 설명하고, 이러한 정책이 시사하는 바를 되새겨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브렌케 독일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인권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영향력 행사를 위한 수단이 필요하며, 그 수단으로서 ‘교류를 통한 상호작용’을 제시했다.
즉, 동·서독 간에는 분단 상황에서도 물품을 비롯한 여론, 정치적 견해, 문화, 자금 등의 유·무형의 교류를 지속하여 긴장을 완화하고 동독의 인권이 악화되는 것을 견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포럼은 독일의 통일을 위한 정책적 노력과 더불어, 인권정책 등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항에서 우리의 통일 준비에 많은 정책적 지혜를 발견하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있었다. <정리 해외지역과 정남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