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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 북한 비대칭 전력의 실상과 대응 방안
북한이 지금까지 추출한 플루토늄 양으로 계산해보면 대체적으로 10개 정도의 핵무기를 제조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핵무기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북한의 핵 위협은 점점 더 현실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전면전보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한 대비에 더욱 치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북한과 휴전 상태로서 249.4km(155마일)의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하여 남북한 쌍방의 대규모 전력이 일촉즉발의 태세로 대치하고 있다. 북한은 약 100만의 군대를 유지하고 있고, 한국군은 60만 명 정도이다. 비록 한국군이 수적으로는 열세하지만, 무기와 장비의 질이 다소 높고, 주한미군의 전력과 증원 가능성이 추가돼 전체적인 전력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대부분 평가한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이 보유하지 못한 특별한 전력을 몇 가지 보유하고 있다. 이것을 일반적으로는 ‘비대칭 전력(Asymmetric Force)’이라고 하는데,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화생무기, 대규모 미사일 전력, 장사정포, 사이버 전력 등이 이에 해당한다. 거울에 비치는 것과 같이 모양이 같은 것은 대칭(對稱), 그렇지 않은 것은 비대칭(非對稱)이라고 하는 것처럼 비대칭 전력은 한국이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전력을 말한다. 그래서 ‘비대칭 위협(Asymmetric Threat)’이라고도 한다.
북한의 비대칭 위협 중에는 가장 심각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이다. 한국은 평화 애호국가로서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한반도를 불모지대(不毛地帶)로 만들 만큼 위력적인 무기이다. 화학무기와 세균무기를 일컫는 화생무기(化生武器)도 위협적이다.
이러한 북한의 비대칭 전력은 대량살상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라고 불릴 만큼 위력적이기 때문에 한국은 이에 대한 대응책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것을 없애기 위해서도 통일이 필요한데, 현재로는 통일 때까지 이들이 사용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무기 탑재용 미사일 개발에 집중
북한은 1970년대 중반 영변 지역에 독자적인 핵시설을 건설하면서 핵무기 개발을 시작해 6자회담을 비롯한 국제적인 제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1차, 2009년 5월 25일 2차, 그리고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3차 핵실험을 실시한 후 북한은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했다”고 발표함으로써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해 공격할 수 있음을 공개했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이를 공중에서 격추시킬 수 있는 무기체계를 구비하지 못한 한국으로서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현재 북한이 몇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북한이 지금까지 추출한 플루토늄 양으로 계산해보면 대체적으로 10개 정도의 핵무기를 제조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영변의 5MWe 원자로를 재가동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100MWth급(25~30MWe)의 경수로를 건설 중이며, 농축우라늄에 의한 핵무기 제작도 시도하고 있어서 핵무기 개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한은 핵무기를 탑재해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사거리 300km의 스커드-B, 500km의 스커드-C, 1300km의 노동미사일 등을 800여 기 배치하고 있고, 차량에 탑재된 사거리 3000~4000km의 무수단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거리 5000㎞ 이상으로 추정되는 차량 탑재 신형 미사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은 현재 대포동 2호 미사일을 개발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확보하려 하고 있고, 휴전선 근처에서 핵무기 발사 연습을 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2500~5000톤에 이르는 화학무기나 북한이 종균을 보유한 상태에서 유사시 무기급으로 금방 배양할 수 있는 세균무기 능력도 핵무기만큼이나 한국에는 위협적이다. 화학무기나 생물학무기는 국제사회에서 보유가 금지돼 있어 한국은 현재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하지 않고 있는데,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고민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어차피 국제적 비난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아예 생화학무기도 사용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북방을 방어하는 한국군 부대에 화학무기를 사용해 무력화한 후 신속하게 공격해서 서울을 점령할 가능성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밖에 장사정포나 재래식 미사일도 한국의 후방지역에 상당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북한의 사이버전 위협이 심각해질 것이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부터 사이버 전사를 양성함과 동시에 다수의 고성능 컴퓨터를 중국과 해외에서 대량으로 구입했고, 사이비전 수행을 위한 조직과 요원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고 한다. 북한은 컴퓨터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서 사이버전에 취약하지 않지만, 한국은 컴퓨터에 의존하는 정도가 너무나 커서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시행하면 상당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이 최우선
몇 가지 비대칭 위협 중에서도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6자회담과 같은 외교적 접근으로는 북한의 핵무기를 포기 또는 폐기시키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국군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책을 강구하는 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미국의 핵무기로 대규모 응징보복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나 핵우산(Nuclear Umbrella)도 최대한 활용해야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까지 대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해올 경우 북한 김정은의 관저 등을 포함한 북한의 심장부를 최우선적으로 파괴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고, 그에 필요한 계획과 준비를 갖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래도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임박했을 경우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으로 사전에 이를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그 실행력을 과시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어디에 보관하고 있고, 어디로 이동시키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실제 북한이 핵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했을 때 이를 공중에서 요격(Interception)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이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미국 미사일 방어체제의 일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공격 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방어조치이다. 북한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핵무기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고, 앞으로 핵무기의 수와 질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간다고 한다면 더욱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공격을 받아서 핵폭탄이 한국에서 터졌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검토해야 한다. 핵 폭발 시에 대비한 민방위훈련을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공공대피소를 구축하며, 다양한 빌딩 및 아파트의 지하공간을 유사시에 지하대피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완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비대칭 위협 발견하려는 노력도 필요
핵무기보다 더욱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은 화학 및 생물학무기이다. 이것은 그 사용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렵고, 사전에 찾아서 파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관심도 약하고, 공개적인 대비는 북한의 사용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북한이 화생무기로 공격할 경우 핵무기 공격과 같은 차원으로 대규모 응징보복을 가할 것임을 은연중에 천명할 필요가 있다. 화생무기 위협에 관한 북한의 동향을 평소부터 면밀하게 감시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선제타격도 불사한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특히 수도권 북방에서 북한이 화생무기를 사용할 경우를 대비한 우발계획(Contingency Plans)을 세워둬야 한다.
어느 정도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책도 지속적이면서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을 지속적으로 평가하면서 대비책을 강구하되, 우리 국민들의 자유로운 사이버 공간 활용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필요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우리를 공격하는 적의 사이버전 능력을 무력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사이버 공간 작전(Cyberspace Operations)을 실제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각군 또는 합동군 차원에서 필요한 실행부대를 창설하고, 그를 위한 전문부대 및 요원들을 조직, 충원, 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북한이 전쟁을 도발하고자 한다면 한국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도, 방법, 시간, 수단을 사용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북한의 비대칭 전력은 기습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재래식 전력에도 대비함과 동시에 이러한 비대칭 전력에는 더욱 집중적인 대비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지금까지 전면전 위주로 대비해오던 전략을 일부 전환해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한 대비에 더욱 치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최우선적인 관심과 자원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북한이 보유한 각종 무기들이 더 이상 기습적인 비대칭 위협이 되지 않고, 충분히 대비된 대칭 위협으로 격하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은 한국이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비대칭 전력을 개발하거나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북한의 동향을 더욱 세밀하게 관찰함으로써 새로운 비대칭 전력을 발견해내고, 이에 대한 대비책도 강구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