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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 특별대담

특별대담

바버라 코레미노스 미시간대 교수 vs 박찬봉 사무처장
“남북관계, 국제법의 틀에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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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버라 코레미노스 교수(왼쪽)와 대담하는 박찬봉 사무처장.

2014 민주평통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바버라 코레미노스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과 교수는 ‘제도주의 이론의 한반도 적용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박찬봉 사무처장은 코레미노스 교수와 대담을 나누면서 ‘남북관계의 제도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박찬봉 국제 협력에서 국제법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신 내용을 확장해 한반도 문제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남북관계는 국제정치학의 대상인 국제관계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양 체제 간 관계를 규제할 수 있는 상위의 권위체제가 없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는 국제관계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무정부 상태’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도’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코레미노스 협의의 차원에서 제도는 어떤 원칙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것은 해도 되고 어떤 것은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즉 제도는 일련의 행동을 패턴화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도의 정의에 패턴화가 반드시 들어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패턴화는 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되도록 만든 방편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도의 정의는 여러 요인들을 지배하거나 또는 지배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규칙의 집합체라고 하겠습니다.

박찬봉 제도주의 경제학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노스 더글러스 교수가 제도를 ‘게임의 법칙’이라고 정의 내렸죠. 이러한 정의를 정치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코레미노스 상호작용의 전략적 구조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을 ‘게임’이라고 할 때 유효한 정의이며, 남북관계를 국제 문제로 접근하는 것도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찬봉 북한의 제도 변화를 위해서는 ‘점진적 요법’과 ‘충격적 요법’이 있습니다.

코레미노스 충격적 요법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북한 문제에 국제법을 적용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반도 비핵화, 핵사찰 등의 이슈를 상호 간에 동일하게 적용해서 신뢰를 쌓아가도록 하는 겁니다.

박찬봉 북한이 제도적 변화를 거부할 경우 루마니아에서와 같은 체제 붕괴 상황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붕괴를 피하려면 북한의 충격적인 변화를 남과 북 그리고 국제사회가 함께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헬무트 콜 서독 총리는 점진적인 통일을 제시했지만, 독일 통일은 충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코레미노스 처장님께서 독일의 통일 방식이 충격적 요법에 의한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이는 한반도 통일의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예상하는 충격적 요법과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전자의 경우 국민들이 그 방향을 결정했기 때문에 상향식인 반면, 한국의 경우는 정부가 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하향식입니다. 제가 한반도 통일 모델로 제시한 의견에는 경제적 통합 부분이 들어 있는데요, 이는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경제 발전 상황에 노출되면 과거 동독 주민들이 그러했듯, 체제 변화에 대한 욕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박찬봉 학계에서는 충격적 개발 쪽을 선호합니다. 사회, 경제를 변혁해나가는 데 점진적 변화는 복잡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고 결과적으로 문제의 해결이 아닌 연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같은 국제기구들은 급진적 개발을 선호하고 이것을 ‘워싱턴 컨센서스’라고 하죠.

코레미노스 저는 북한의 현 체제가 한동안 유지될 것이고 변화가 있더라도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가치에 입각한 권력층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키프로스의 경우에서처럼 국가 간 통일 문제에서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찬봉 키프로스의 사례를 제도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코레미노스 1960년대 전후로 제정된 헌법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권력 분배에서 지나치게 엄격하고 제한적인 적용만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은 그리스계 키프로스인이 맡고, 부통령은 터키계가 맡되 거부권을 가져갔습니다. 결국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지지 않았습니다. 또 그리스와 터키가 통일을 방해하기도 했지요. 키프로스 사례를 통해 통일 협상에서 점진적인 방법과 급진적인 방법을 결정하는 데 영향력이 큰 제3자의 역할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급진적인 방법이 국제사회에 어떤 실마리를 제공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박찬봉 국제사회의 협력 분야에서는 점진적인 접근법이 선호되지만, 통일 문제로 갔을 때 예멘, 키프로스, 베트남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점진적인 접근법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통일 전 콜 서독 총리는 점진적인 방법을 제안했고 예산의 10%를 투자해 동독의 정치 및 경제 시스템을 개선해 서독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 지표도 만들어 일정 수준의 성과를 달성하면 다시 과거의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 없게 하는 제도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책은 동독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코레미노스 저는 국가 간 협력은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진행돼야 하며, 권한의 이양과 협력의 과정을 검증할 때 정확하고 명료한 방법으로 검증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제3자가 검증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반도 통일에서 권력 배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요원해 보이는데요, 이를 풀기 위해 일단 통일 논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제외할 것을 제안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충분히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박찬봉 양자 간 합의가 법제화되지 않는다면, 미국과 중국 같은 강력한 제3자의 참여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요. 북한을 국제법의 틀 속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문제는 북한이 그러한 규제 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북한의 제도에 문제가 있고, 따라서 북한의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남북 및 국제 협력이 제도화돼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의 통일 논의에서 제도의 중요성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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