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98호 > 특집

특집 /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담긴 통일 의지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담긴 통일 의지
북핵과 인권 문제 직접 거론, 국제사회에 지지와 협력 호소
photo
<사진>박근혜 대통령은 9월 24일 유엔총회에서 취임 후 첫 기조연설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9월 24일 제69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특히 북한 핵과 인권 문제 등 껄끄럽고 복잡한 이슈를 직접 거론하고 비판함으로써 해결 의지의 진정성과 실천 가능성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부각시켰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3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분주한 것 같다. 그중에서 핵심은 경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취임 첫 공개연설에서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여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자”고 역설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주요 국가들을 방문하거나 다자간 국제회의에 참석해 우리의 대북정책 및 통일 문제와 관련해 핵심 구상들을 발표하고 관심 사항들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이번 유엔총회에서와 같이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는 자리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통일에 관해 비전과 실천 과제들을 제시하기는 처음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 인권 문제 등 껄끄럽고 복잡한 이슈에 대해서 그 핵심 쟁점이나 문제점들을 우회하지 않고 직접 거론하고 비판함으로써, 당사자로서 해결 의지의 진정성과 실천 가능성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부각시켰다.

박 대통령은 1948년 대한민국이 유엔의 축복 속에 수립되었음을 자랑스럽게 강조하면서 가난과 전쟁의 참화를 딛고 부강한 선진 민주국가로 발전한 경험과 혜택을 그렇지 못한 국가들과 함께 공유하고픈 열망을 역설하면서 우리의 문제, 한반도의 현실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협조와 동참을 촉구했다.

유엔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지속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중에서도 핵 문제의 평화적 관리와 비핵화 노력은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그동안 유엔이 기울여온 성공적인 임무가운데 하나였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를 정면으로 도전하며 핵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현실은 국제사회의 중견 국가로서는 물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수용 북한 외무상을 비롯한 유엔 주재 북한대사 등 북한 외교의 핵심 관계자들이 박 대통령이 연설하는 연단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어, 사실상 간접 정상회담이라고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하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정책인 핵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는 입장을 재천명한 것은 지도자로서 매우 용기 있고 전략적인 접근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비핵화 실천하면 북한 경제개발 지원”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6자회담에서의 합의사항마저 무시한 채 3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하고 장거리 미사일 등 운반수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에도 불구하고 영변과 기타 비밀 장소에 설치한 각종 핵개발 시설을 가동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을 계속 추출하는 행위야말로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는 용납할 수 없는 도발 행위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이 같은 북한의 핵개발에 따른 한반도 안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평화와 안정을 이루기 위해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호소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용인하거나 방치하면서 신뢰와 대화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되, 다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이를 실천하는 단계에 진입할 경우, 우리와 국제사회는 적극적으로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하고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이름으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현 정부 대북정책의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강조했다. 동북아 및 유라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에너지와 교통 및 물류 분야의 광범위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이 같은 평화협력의 틀 속에서 북핵 문제의 해법을 제시한 것은 향후 이 지역 국가 간 정치적 신뢰를 강화하는 다자간 안보체제로의 발전도 기약할 수 있기에, 단순히 북핵 문제의 해법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반 구축 차원에서도 설득력 있는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지난 10여 년간 국제사회, 특히 유엔 인권이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고, 북한 당국에 대해 분명한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해왔다. 그럼에도 북한에서는 당국 차원에서 광범위한 인권 유린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고, 급기야 유엔은 북한인권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독립적이고 심층적인 조사 활동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되고 유엔 안보리를 통해 유엔의 공식문서화됨으로써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한 강제적 조치를 강구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박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유엔의 북한인권사무소의 한국 내 설치를 확약한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조치이자 우리의 북한 인권 정책에서도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북한이탈주민과 이산가족들의 인권도 언급

photo
<사진>박근혜 대통령이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대화를 하고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의 핵심 분야인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해서도 북한을 자발적으로 탈출한 난민으로 인정하고 보호해줄 것을 국제사회와 해당 국가들에게 호소했다. 북한의 압제를 피해 탈출한 난민들이 그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남한을 포함하여 스스로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엔을 비롯한 각국의 협조를 촉구한 것은 매우 적절한 지적이었다.

이로써 남한에 정착한 2만6000여 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등 그들을 따뜻이 보살피는 정책 기조를 제3국에도 적용해 21세기 인권 문명국가로서의 책무를 수행할 것을 재삼 촉구함으로써 북한이탈주민들 자신의 인권 보장은 물론 북한 체제의 변화와 북한 주민들의 대남한 인식 제고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북한이탈주민 문제 해결 이외에도 수많은 이산가족들의 염원, 더구나 대다수 고령의 이산가족들의 한 맺힌 사연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함으로써 조속한 시일 내에 북한의 호응이 있기를 촉구한 것도 의미가 있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 평화 정착을 통해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남북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조도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필요하다. 내년이면 분단 70년이 되는 시점에 통일은 우리의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국가적, 민족적 과제이다. 분단과 전쟁을 겪으면서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한 것이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분단 극복과 통일국가 수립을 외면한 채 단절된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고 비정상적인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우리들 스스로의 문제 해결 의지와 노력에 더하여 유엔과 같은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통해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고 동·서독이 통일됐듯이 우리도 그 같은 대장정에 나설 충분한 이유와 가치가 있음을 강조하고 호소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할 수 있는 국가로 인정받은 아주 예외적인 국가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물론 절대 빈곤을 타파하는 데 개도국과 선진국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은 단순히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북한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배려와 약속인 셈이다.

이미 드레스덴 구상과 8·15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대한 복합적인 지원과 협력을 제안했듯이 생태 환경과 농촌 개발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추진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북한이 우리의 제안에 대해 흡수통일을 기도한다고 반발하는 상황에서 유엔이라는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제안이 단순한 흡수통일 차원이 아니라 인류 발전을 위한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임을 증명하고 설득하고자 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배려와 약속

photo
<사진>이수용 북한 외무상은 북한 대표단과 함께 단상으로부터 5m가량 떨어진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지켜봤다.

박 대통령은 연설의 마지막 부분을 한반도 분단 해소와 통일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는 데 할애했다. 분단과 갈등의 상징인 비무장지대를 세계생태평화공원으로 조성함으로써 6·25전쟁의 참상을 씻고 새로운 평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유엔의 주도적 참여와 협력을 요청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제안이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야말로 민족 분단의 상처이자 동시에 새로운 생태계 보존의 보고임을 인식하고 이를 화합과 통일의 전초기지로 적극 활용할 것을 적극 제기했다. 비무장지대에 환경과 민생과 문화를 함께 아우르는 복합 생태공원을 조성함으로써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통일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는 역발상은 실질적인 남북한의 소통 통로로서 매우 의미 있는 구상이다.

유엔총회 연설에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으로 제시된 한반도 평화 구상, 작은 통일의 실천 방안은 유엔 구성원들의 호응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미 국내외 각 연구단체에서 다양한 실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특히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에서는 금년도 역점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본격적인 실천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은 유엔의 축복 속에 독립국가로 거듭났음을 선포했고 유엔군의 도움으로 공산군의 침략 도발을 격퇴하고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와 부강한 선진 국가를 건설했다. 박 대통령의 9월 24일 유엔총회 연설은 이러한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국가 건설의 경험과 자부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 북한 핵문제 해법에서도 북핵 불용의 원칙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북핵 폐기 시 국제사회와 더불어 본격적인 경제 지원에 나설 것을 약속하는 대화와 압박, 제재와 협력의 전략적 배합을 강조했다.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하고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천명하여 인권 국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 인권 개선을 통해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문명국가, 분단국가의 지도자로서의 용기를 극명하게 과시했다.

북핵 문제와 인권 문제 개선을 촉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혜택과 편익을 진실 되게 전달함으로써 북한 당국의 긍정적 반응을 기대하면서 한반도에서 분단이라는 비정상을 극복하고 새로운 평화통일을 이룩하려는 구상은 유엔의 창설 목표에 부합하며,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의 건설적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국제사회의 유력한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에서의 연설은 국내에서의 남남갈등을 거국적이고 초당적으로 극복하고 창조적인 통일 준비 과업에 함께 동참해나가자는 비전 제시였으니, 향후 이에 따른 후속조치와 실천계획의 적극적 추진을 기대해마지 않는다.

 

photo 유호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민주평통 정치안보국제분과위원장, 통일준비위원회 정치법제도 분야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00-856) 서울특별시 중구 장충단로 84 /
Tel. ***
Copyright(c)2013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