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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 글로벌 평통

글로벌 평통 / 박선악 재일본 대한민국부인회 중앙본부 회장

박선악 재일본 대한민국부인회 중앙본부 회장
“재일동포 젊은 세대 정체성 교육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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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본 대한민국부인회는 10월 1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65주년 기념식과 모국 연수회를 열었다. 350명의 회원을 이끌고 한국에 온 박선악 회장은 조국통일과 재일동포의 지위 향상을 위해 ‘위대한 어머니와 현명한 아내의 힘’을 강조했다.

박선악 회장의 겨자색 재킷 왼쪽 가슴에는 재일본 대한민국부인회 배지가 달려 있다. 태극 문양 위에 살포시 앉은 무궁화꽃을 보는 순간 가슴이 아릿하다. 재일동포, 이들은 왜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일본 땅에서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우리는 귀화 안 해요. 이유요? 우리끼리 자문자답을 하죠. 이렇게까지 조국을 생각하며 사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박선악 회장은 3월 28일 제10대 재일한국부인회(이하 부인회) 중앙본부 회장으로 선출돼 3년 임기를 시작했다. 회장 취임 후 첫 한국 방문 때 어느 고위 공무원실로 인사를 갔다가 젊은 직원이 “민단(재일본 대한민국민단)이 뭐하는 곳이냐, 부인회도 처음 듣는다”고 하자 박 회장은 그 자리에서 결심했다. 부인회 65주년 행사를 반드시 서울에서 성대하게 치르겠다고. 그로부터 3개월 뒤인 10월 1일 박 회장은 일본 전역에서 350명의 회원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부인회 창립 65주년 기념식과 연례행사인 모국 연수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저는 일본 교토 시가현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인천 분이시고 제 남편의 본적은 충북 충주죠. 저는 한국이 식민지였던 시절에 태어나 우리말을 배울 기회가 없었어요. 2006년에서야 서울로 어학연수를 와서 처음 한국어를 배웠어요(그러나 박 회장과 한국어로 대화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우리는 늘 ‘조국은 대한민국, 고향은 일본’이라고 당당히 말하죠. 부인회 활동을 하는 이유도 재일동포의 권익과 지위 향상을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젊은 세대가 우리를 모른다고 하면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는 우리의 존재 자체가 아예 사라지겠구나 싶었어요.”

재일 대한민국부인회와 민주평통, 조국 위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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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0월 2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된 재일본 대한민국부인회 창립 65주년 행사 모습.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부인회 65주년 기념식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이 참석해 “재일동포 여러분께서 보여주신 헌신적인 애국심을 대한민국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부인회를 구심점으로 조총련과의 관계는 물론 민족의식이 약하고 자유분방한 젊은 세대를 포용하고 60만 재일동포 전체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더욱 힘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도 “재일동포 사회가 한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일본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온 데에는 민족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교육자로서 부인회 여러분들의 ‘여성 파워’가 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축사를 보냈다.

부인회는 1969년 6월 15일에 결성됐다. ‘위대한 어머니와 착한 아내가 되어, 재일 한국인 여성의 계몽과 문화 향상에 기여하고, 조국의 발전과 세계평화, 국제 친선에 기여한다’는 강령을 가슴에 새기고 그동안 지문 날인 반대 운동, 사할린 잔류 한국인 귀환 운동, 1990년대 말 한국의 외환위기 때 한 집에 한 통장 갖기 운동 등을 통해 조국을 지원해왔다. 최근에는 북송선을 탔다가 탈북해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을 돕는 일과 ‘헤이트 스피치’와 같은 일본 내 혐한(嫌韓) 활동을 저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 회장은 부인회와 민주평통의 향후 과제로 차세대 정체성 교육을 꼽았다.

“40~5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이라고 하면 공원, 아파트 출입도 금지당하고 은행 거래도 못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우리 세대는 그런 차별과 싸우며 한 걸음 한 걸음 여기까지 왔지요. 그런 경험이 없는 젊은 세대는 쉽게 일본에 동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이 부인회의 과제이자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어린 자녀가 딸린 젊은 엄마들에게 모임에 아이도 데리고 오라고 합니다.”

박 회장에게 민단과 부인회의 관계에 대해 묻자 “부부같이 서로 의지하고 돕는 사이”라면서 “그러나 민단이 부러워하는 부인회만의 강점이 있다. 바로 똘똘 뭉쳐 집회든 세미나든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단에서 주요 직책을 역임한 남편(고 권영윤 대오그룹 초대회장)의 권유로 1950년대부터 부인회 활동을 시작한 박 회장은, 세 아들과 세 딸 모두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온 가족이 민단과 부인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현재 대오산업 회장으로 재일동포 기업인들에게 대모 같은 존재이며, 16기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 750만 재외동포들을 대표해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국의 통일과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즐겁다”고 말하는 박선악 회장. 마지막으로 나이를 묻자 “당신이 몇 살로 보느냐가 바로 내 나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영원한 현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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