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호 > 먼저 온 통일
먼저 온 통일 / 김병철 민주평화통일지원재단 부이사장
올해 초 설립된 민주평화통일지원재단이 북한이탈 청소년들의 교육과 취업 문제의 해결사로 나섰다. 41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김병철 재단 부이사장은 “장학사업은 바로 ‘통일한국의 핵심 리더’를 길러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을 떠나 이 땅에 정착한 이들을 지칭하는 말로 귀순자, 탈북민, 새터민 등이 있다. 최근에는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지만, 민주평통이 이들을 ‘먼저 온 통일’이라 불렀을 때의 의미는 각별하다. 북한이탈주민을 일방적인 지원과 배려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통일을 준비해가는 소중한 ‘통일의 자산’으로 생각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북한이탈주민의 정착과 발전을 더욱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민주평화통일지원재단(이하 평통재단)이 설립됐다. 평통재단은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이사장으로 1월 8일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3월 4일 통일부 산하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되자마자 거침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재단 살림을 맡고 있는 김병철(74) 부이사장은 “아직까지 재단의 존재를 아는 분이 많지 않지만 지난 7개월 동안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일을 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이 2만6000여 명 가까이 됩니다. 이 가운데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이 2000여 명, 대학생이 1500여 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성적 부진과 생활고로 도중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졸업을 했다 해도 취업을 하지 못해 방황한다는 것입니다.”
평통재단은 제일 먼저 장학 지원 사업에 나서 대학생 대상의 ‘제1회 민주평화통일 장학생 선발’과 중·고교생을 위한 ‘드림(Dream) 진로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탈북 대학생들은 5년간 등록금이 면제되지만 5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이 거의 없어요. 적응을 하지 못해 이 학교 저 학교 옮겨 다니고 경제적 어려움과 기초실력 부족 등으로 휴학을 거듭하다 중도에 탈락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죠. 이들이 끝까지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좀 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평통재단은 지난 7월 ‘민주평화통일 장학생’ 50명을 선발해 300만 원씩의 장학금(총 1억 5000만 원)을 지급했다. 이 장학 제도의 특징은 4년제 대학뿐만 아니라 2년제 대학과 사이버대학, 대학원까지 대상 범위를 넓히고 기존 정부 및 민간 장학금 수혜자라 할지라도 2회까지는 중복해서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등록금 면제만으론 대학 생활을 하기가 어렵죠. 지방 학생은 하숙비도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 배우려면 돈이 필요해요. 장학금 중복 수혜를 허용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또 장학금을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학생 50명을 6조로 나누어 6명의 지도교수(강요찬 목원대 부총장, 이하규 가톨릭대 부총장, 오세인 원광대 교수, 김창남 경희대 교수, 한석훈 성균관대 교수, 조기정 수원대 교수)를 배정했다. 8월 30~31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통일공감마당’에는 6명의 지도교수가 모두 참석했고, 특히 CJ그룹 인사팀과 한국마사회에서 취업 설명회를 열어 참가 학생들이 귀를 쫑긋 세우기도 했다.
김병철 부이사장은 “이미 학생자치회가 조직돼 회장, 부회장을 뽑고 겨울방학을 이용해 제2회 통일공감마당을 열 준비를 하는 등 학생들의 진지한 학습 열기와 취업 의지에 놀랐다”면서 “내년에는 장학금 수혜자를 7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생에겐 장학금, 중·고생에게는 취업 교육
취업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인 대학생들에 비해 중·고등학생들은 좀 더 체계적으로 진로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평통재단은 7월 29일 북한이탈 청소년들이 다니는 한겨레중·고등학교, 여명학교, 국제두리하나학교 3곳과 ‘탈북 청소년 드림 진로 지원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드림 진로 지원 사업’이란 학교별로 5000만 원씩 지원해 전문대학 및 직업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게 각종 자격증을 따는 데 도움이 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수업료(학원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는 외부 및 내부 강사가 제과제빵, 바리스타, 지게차, 메이크업, 헤어디자인 등 실질적인 취업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고 용접, 자동차 정비, 간호조무사 교육을 추가할 예정이다. 여명학교에서는 매주 2회씩 총 100시간에 걸쳐 요리, 미용, 중장비, 네일아트 등 각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진로 교육을 진행하며, 두리하나국제학교는 중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어를 잘 모르는 북한이탈 청소년들을 위한 한글교실을 마련했다.
“북한이탈 청소년들은 남북통일 이후 북한 재건과 남북 동질성 회복에 앞장설 핵심 인재라고 하신 현경대 이사장님의 말씀에 십분 공감합니다. 그러려면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학비와 생활비 걱정 없이 학업에 정진하고, 일자리를 갖고,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평통재단이 하는 일이 바로 ‘통일한국의 핵심 리더’를 키우는 것입니다.”
41년의 교직 생활을 마친 뒤 2011년 15기 상임위원으로 민주평통 활동을 시작한 김병철 부이사장은 평통재단을 통해 북한이탈 청소년, 대학생들과 만나면서 다시 교직으로 돌아간 듯 즐겁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