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호 > 특별인터뷰
특별인터뷰 / 현경대 수석 부의장
먼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간단하게 취임 소감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민주평통의 그동안의 활동을 어떻게 보셨는지, 앞으로 민주평통이 나아가야 할 길, 방향에 대한 구상을 듣고 싶습니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한 시기에 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통일자문회의는 조국의 민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정책 수립과 추진에 관해 대통령께 자문, 건의하는 유일한 헌법기관입니다. 통일은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이자 우리에게 부여된 역사적 소명이기도 합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통일의지를 다지고 힘을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 통일자문회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통일자문회의가 의장이신 대통령의 통일철학과 정부의 통일정책을 국민들께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통일을 향한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가감 없이 대통령께 전해드림으로써 통일 문제에 관해 대통령께서 국민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오는 7월 1일부터 제16기 통일자문회의가 출범하게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과 새 정부의 출범으로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출범하는 제16기 통일자문회의의 출범 의미가 무엇일까요? 또 제16기 통일자문회의의 통일활동의 목표가 무엇이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취임사에서 “한민족 모두가 더욱 풍요롭고 자유롭게 생활하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셨습니다.
제16기 통일자문회의는 이러한 대통령의 통일비전을 실천할 수 있게 구성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박근혜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참신한 인재를 발굴해 국민적 신뢰와 공감대를 확산시켜야 합니다. 또한 이념과 정파, 세대와 지역, 계층을 초월하여 말 그대로 우리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분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국민 대통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통일자문회의에는 전 세계 114개국, 42개 협의회에 3000명 이상의 명망 있는 재외동포들이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분들을 중심으로 재외동포들은 물론 거주국 정부와 국민,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통일과 대북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얻기 위한 통일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김정은 체제 초기에 우리는 북한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남북관계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현재의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수석부의장님의 생각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정일 사망 이후 서방 유학 경험이 있는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지도자의 지위를 승계하면서 김정일 시대와는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질적인 문제인 경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심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는 개혁개방의 체제로 뜯어고쳐야 하지만, 김정은은 오히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낭비하고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한 극단적인 위협 언사를 통해 주민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잘못된 선택을 했습니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으로 지금 남북관계는 매우 경색되어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럴 때일수록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조금 긴 호흡으로 보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 간 화해 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에 대해 북한은 일방적으로 사업을 중단시켰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개성공단 사업은 저렴하고 우수한 북한의 노동력을 이용해 북한의 경제발전을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어처구니없게도 북한은 우리 기업의 출경을 제한하고 북한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습니다. 북한의 이런 부당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일희일비하지 않으면서 차분하고 지혜롭게 잘 대응해왔습니다. 개성공단의 중단은 북한에게 많은 경제적 손실을 줄 것이며, 우리 민족의 장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북한은 더 이상 자신들을 옥죄는 부당한 조치를 철회하고 하루빨리 개성공단을 정상화해야 합니다.”
북한은 2012년 4월에 개정한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했으며, 최근에는 핵군축 회담 이외에 어떤 회담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번 밝혔습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북핵 문제는 동북아시아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위협입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듯이 북한의 핵 위협은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통일을 점점 어렵게 할 뿐인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로 용인할 수 없으며, 북한의 핵 포기가 북한과의 대화의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하는 것만이 북한이 살 길이며, 주민들을 굶주림에서 해방시키고 낙후된 북한 경제를 회생시키는 길입니다.”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의 근간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면서 남북관계를 정상화시켜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대화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함으로써 신뢰를 쌓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해 인권과 자유, 풍요로운 삶이 영위되는 ‘행복한 통일’을 준비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한 약속을 뒤집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개성공단 문제만 놓고 봐도 북쪽은 우리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우리의 대화 제의에도 응하지 않았으며 전혀 상관도 없는 이야기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무조건 강경한 대북정책을 펼쳐서도 안 됩니다. 북한의 장단에 휘둘려서는 더더욱 안 되며 조급해해서도 안 됩니다. 또한 이번처럼 북한이 먼저 약속을 깨는 경우 우리는 일관된 원칙에 입각해 냉정하고도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이제 변화해야 합니다. 북한이 변화의 길을 선택한다면 우리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가동해서 남과 북이 함께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협력할 것입니다.”
“북한은 이제 변화해야 합니다. 북한이 변화의 길을 선택한다면 우리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가동해서 남과 북이 함께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협력할 것입니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추동력을 갖고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대북정책 추진과 관련하여 통일자문회의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 어떤 좋은 대북정책도 국민들의 지지와 이해를 받지 못하면 제대로 추진할 수 없습니다. 국민들께서 공감하고 지지할 때 비로소 정부는 자신감을 갖고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대북·통일정책을 국민들께 소상하게 알리고 이해시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 통일자문회의가 하는 통일운동의 주체는 국민의 대표성을 지닌 국내외의 약 2만 명의 자문위원입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위촉된 자문위원들이 먼저 대통령의 통일철학과 비전,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정책의 내용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자문위원들의 정책 이해와 역량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문위원 한 분 한 분이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통일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통일 역량을 결집해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문위원 스스로가 먼저 통일은 반드시 해야 하고 할 수 있다는 신념과 열정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으로선 언제, 어떤 형태의 통일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남북 간의 합의에 의해서만 통일이 이뤄지는 것도 아닙니다. 독일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변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동의와 협력을 얻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반도의 통일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미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되었습니다. 통일에 대한 주변국 나아가 국제사회의 이해와 협력 없이 통일을 이룰 수 없습니다. 3000명 이상의 재외동포 자문위원들의 헌신적인 활동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통일정책과 통일문제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데 크게 기여해왔으며, 앞으로도 더 큰 역할을 해주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속에서 오래 살아온 남과 북이 제도적인 차이를 넘어 우리 머릿속의 장벽, 의식 속의 장벽을 허물고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준비하고 성취하는 통일 대장정에서 자문위원 여러분들께서 저와 함께 선봉이 되어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