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호 > 글로벌 평통
글로벌 평통
최재현 LA협의회 회장은 “낯선 이국땅에서도 조국을 잊지 않고 애써온 통일 주역들의 수고를 기리는 동시에 한반도의 통일의지를 미국 사회와 우리 국민들에게 알리고 차세대 후손들의 통일의지를 일깨우기 위해 역사서를 편찬했다”며 발간 취지를 밝혔다. 최 회장은 이어 “단순히 자료를 엮어 만든 자료집이 아니라 전문가와 자문위원들의 감수를 거쳐 만든 역사서”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역사서에는 1981년 창설 때부터 2013년 4월까지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평화통일을 위해 애쓴 민주평통 LA협의회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30년 동안 이어진 통일 릴레이
책을 한 장씩 차근차근 넘겨보면 먼저 각계 인사들이 보낸 축사에 이어 그동안의 주요 행사가 담긴 다채로운 화보가 펼쳐진다. LA협의회의 지난 활동사항은 120쪽에 걸쳐 쓰인 ‘서술로 쓴 30년사’에서 살펴볼 수 있다. 민주평통의 이름으로 네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하고 독도 세미나, 이산가족 찾기, 통일 세미나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한 성취의 발자취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통일기금 모금에 큰 성과를 거두어 한인사회의 대표적인 대회가 된 ‘민주평통 수석부의장배 쟁탈 골프대회’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대로 민주평통 해외 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다. 한미 양국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우정의 종 타종식’은 미국 독립기념일, 광복절, 12월 31일 등 1년에 세 차례 열리는 행사로 전 세계 민주평통 협의회 행사 중 LA협의회만의 고유 사업으로 꼽힌다. 이렇듯 한 권의 책만 펼치면 한인사회를 넘어 미국 사회에 영향력을 펼치는 LA협의회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민주평통의 주역이자 꽃이라 불리는 자문위원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30년간 LA협의회는 제1기부터 15기에 이르는 동안 각 기수의 회장과 자문위원, 실무진들이 평화통일을 위해 봉사해왔다. 이색적인 사례도 있었다. 어머니와 아들이, 형제가 함께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며 나라를 위해 애쓴 사례는 통일운동의 모범 선례로 남아 있다. 제6기와 7기의 이청광 회장은 열네 번 자문위원으로 위촉되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온 지역인만큼 로스앤젤레스는 민주평통 의장인 대통령이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방문할 때마다 수행 역할을 담당한 이들도 민주평통 회장단이었다. 공항 영접을 비롯해 환영 행사와 환송 행사를 담당하며 그 역량을 인정받은 회장단의 모습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하루 12시간씩 자료 수집해 9개월간 만든 480쪽
480쪽에 이르는 역사서를 발간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고 수고한 이도 많았다. 무엇보다 최재현 LA협의회 회장의 리더십이 위기 때마다 빛을 발했다. 취임 전부터 역사서에 큰 관심을 둔 최 회장은 취임 직후 곧장 편찬 작업에 들어갔지만 필자를 구하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현재 LA협의회 고문이자 전 한국일보 미주본사 편집국장과 한국일보 서울본사 통일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을 역임한 민병용 고문에게 집필을 요청했으나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는 불가능하다며 거절당할 정도였다. 결국 최 회장의 꾸준한 설득으로 집필을 맡게 된 민 고문은 모든 사적인 활동을 중단한 채 하루 12시간씩 3000여 장의 주요 기록을 읽어나가며 자료 수집과 선정에 열을 올렸다. 다른 이들의 적극적인 수고도 잇따랐다.
발간 작업의 실무를 담당한 민 고문은 한국을 방문해 민주평통 본국 사무처에서 제1기부터 15기까지의 LA협의회 자문위원 명단과 본부에서 발간한 30년사를 직접 받아왔다. 한 원로 자문위원은 30년 전의 기록을 보관하고 있다며 2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와 자료를 전해주기도 했다. 동시에 지난해 9월부터 민주평통 사무실에 분류돼 보관돼 있는 각 기별 자료와 기록을 검토한 후 지난 3월 자문위원들이 모여 1차 자료 열람을 시작했다. 편집 및 디자인 작업을 거쳐 4월 10일 인쇄에 들어갔고 4월 25일에 드디어 남캘리포니아에 있는 한인 인쇄소에서 480쪽 컬러로 된 <민주평통 LA 30년사>가 발간된 것이다.
숨 가쁘게 달려온 덕에 목표한 날짜에 완성된 2500권의 역사서는 미국 및 한국의 지역협의회와 한인회, 주요 공공기관, 한국의 민주평통 사무처와 국회, 외교부, 대학 도서관 등에 배부될 예정이다. 최 회장은 “9개월이라는 짧은 일정으로 30년 역사서를 펴낸다는 일은 불가능해 보였다”며 “도깨비같이 일한다는 농담까지 들었지만 북한의 변화와 관계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통일의 선구자들의 기록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에 추진하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편찬된 역사서는 앞으로 차세대 통일을 위한 교육용 책자와 새로 위촉되는 자문위원들의 오리엔테이션을 위한 통일 교재로도 쓰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