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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호 > 지상중계

지상중계 / 보스턴 한반도 평화통일포럼

한미, 긍정적 미래 비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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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1일,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 힐레스 도서관에서는 한반도의 미래와 평화통일에 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었다. 민주평통이 주최한 ‘보스턴 한반도 평화통일포럼’은 국내외 정치·경제계 및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이 대거 패널로 참석해 한미양국의 입장과 북핵문제 등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에 관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북한 문제의 장기적인 해결책은 워싱턴이나 베이징이 아니라 서울에서 나와야 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4월 11일 미국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 힐레스 도서관에서 주최한 한미 한반도 평화통일포럼에서 기조 발제를 한 스티븐 보즈워스 전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현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학장)는 비핵화 등 이른바 북한 문제 해결에 한국의 역할이 중요함을 힘주어 강조했다.

포럼이 열리기 전날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과 관련한 남북대화 제의를 한 직후여서 보즈워스 학장의 발언은 더욱 의미가 있었다. 그의 제안은 현상에 대한 비관적인 진단에서 나왔다.
그는 “북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매우 제한돼 있다”며 “북한 정권 교체(레짐 체인지)가 남은 논의의 주제가 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실패하고 있고 북한 자체의 개혁은 난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중국 역할론’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계속된 한반도 긴장 상황에 대해 “북한이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몇 주 동안 긴장이 높아져서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날 위험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로버트 킹 미국 대북인권특사는 “미래의 북한을 다뤄나갈 열쇠는 인권 문제에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대화도, 경제 제재도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를 지렛대 삼아 북한을 압박하고 바람직한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킹 특사는 “최근 몇 년 동안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유엔 인권이사회가 최근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설립을 결의한 것은 변화하는 국제사회의 태도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주민의 외부 정보 접근이 전보다 쉬워졌다”며 “북한은 변하지 않는 장소가 아니라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장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전에 배포한 발표문에 없던 대북 인도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이 통일되면 북한 주민의 건강이 중요한 문제”라며 “국제사회는 핵 문제와 별개로 북한 취약계층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인 유진벨의 의약품 공급 사업을 예로 들면서 “이 같은 지원은 핵 개발에 이용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은 유호열 고려대 교수(제1세션 :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와 이성윤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제2세션 : 한미동맹 강화-연속성과 변화)의 사회로 한미 양국의 저명한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고 이에 대해 청중의 질의와 답변이 이뤄지는 토크쇼 방식으로 진행됐다. 청중석은 하버드대 학생들을 비롯해 교민과 일반 미국인 등 200여 명이 채워 최근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발표와 토론은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이하는 킹 특사를 제외하고 발표 순서대로 패널들의 주요 발언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패널들은 사전에 발표문을 제출했지만 현장 발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주장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필자가 임의로 정리했다.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 최근의 북한은 과거와 다르다. 몇 주 동안이나 긴장을 계속 증대시키는 것은 과거 할아버지와 아버지 시절의 패턴과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은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면서도 대화의 길은 열려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박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리뷰하고 현명한 부분을 조합한 ‘신뢰 프로세스’를 강조하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핵 개발과 경제 회복을 양대 국가목표로 천명했다. 우리는 통일을 이루려 하고 있다. 통일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북한 정권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평화로운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핵 보유국가 북한과 통일을 이야기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빠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전적으로 달라진 상황에 대해 프레임워크를 다시 짜는 논의를 해야 한다.

정상화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북한 체제는 세 가지 이유로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첫째, 국가경제, 궁정경제, 시장경제로 3중 분절된 북한 경제는 효율적이지 않다. 둘째, 유사종교적인 북한 정치 시스템하에서 김정은의 무용수 출신 어머니는 정당성이 없다. 김경희가 죽으면 장성택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셋째, 군부와 대량살상무기에 의존한 체제 생존 전략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

마커스 놀랜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 보즈워스 학장은 한국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이 아니라 북한이 변해야 한다. 문제는 북한 지도부가 경제적, 정치적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을 포용해야 할지 모르지만 어떤 관여(Engagement) 정책도 북한 체제의 변형(Transformation)을 촉진해야 하고 (대북 지원의 모니터링 등) 시스템의 투명성을 증진해야 한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 대사 4년 전 (대사로서) 한국에 갔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유비무환’이라는 글자를 봤다. 준비돼 있으면 걱정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한미동맹은 여러 방면에서 긴밀하게 협력해서 군사적으로 대비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하게 실행해야 한다. 다른 하나의 표현은 ‘하면 된다’라는 것이다. 양국은 북한이 더욱 책임 있는 결정을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정훈 연세대 교수 북한의 궁극적인 목적 가운데 하나는 평화협정을 맺어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이다. 한미동맹은 새로운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 제도적인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 연장을 검토해야 한다. 미국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정에서 한국이 수년 동안 비확산에 충실해온 노력을 인정해야 한다.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 한미 양국 정부는 북한 정권의 가장 큰 두 가지 체제적인 약점을 겨냥해야 한다. 하나는 불법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둘째는 극도의 억압과 정보 봉쇄를 통한 수용소 국가라는 사실이다. 금융 제재와 국제적인 인권 문제 제기를 통해 굳이 북한 체제 전환은 아니더라도 김정은 정권 내부에 심리적인 두려움을 심어야 한다.

니콜러스 에버스타트 미국 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미국과 동맹국들은 ‘필승 이론’이 필요하다. 지역 안보와 번영이 승리하는, 한민족의 미래를 위한 긍정적인 비전이 그것이다. 모든 것이 북한의 붕괴와 일치해야 한다. 한국 국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북한 붕괴 후 한미동맹을 유지하기 위한 이유와 진실 되고 깊이 있는 전략적 한일 화해가 필요하다. 중국이 이 계획에 참여하도록 설득하고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이해시켜야 한다.

유현석 경희대 교수 5월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근혜정부의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미국의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다.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재균형 정책에 따른 한국의 역할과 한국의 새로운 대북·대중정책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양국 간에 긴밀한 대화가 필요하다. 한미동맹은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반테러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등에서 동맹의 범위와 성격을 확대해야 한다.

이날 개회식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를 고민하는 하버드대 학생 대표가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유진벨재단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의약품을 지원하는 동영상이 1세션과 2세션 사이에 시연됐다. 홍진섭 민주평통 보스턴협의회장은 환영사에서 “한미 평화통일포럼 행사를 계기로 보스턴협의회는 차세대 통일교육에 더욱 앞장서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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