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호 > 통일로 미래로
통일로 미래로 / 안종희 대구지역회의 여성위원장
2011년 현재 2만3000여 명의 북한이탈주민이 국내에 살고 있다. 또한 매월 약 300명 정도가 입국할 정도로 유입 인구의 증가 추세 또한 가파르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의 엄연한 일원이 된 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시선은 아직도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수도 적고 아직 차별이 남아 있는 지역에서는 기존 주민들과 북한이탈주민들이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해 인식 개선의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 안종희 대구지역회의 여성위원장도 바로 이 점에 무게를 두고 지원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대구 시민들과 북한이탈주민이 접촉할 기회를 늘려 서로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해온 것이다.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지속적 노력
안종희 여성위원장은 민주평통 장학재단과 맺은 인연이 계기가 되어 자문위원을 역임하는 등 10여 년째 민주평통과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런 안 위원장이 대구 지역 북한이탈주민의 정착과 지원 사업에 몸담은 것은 3년 전. 시작은 쉽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당시만 해도 그들은 이런 사업에 무관심하고 경계심도 많아 보였다”고 회상한다.
이런 보이지 않는 경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북한이탈주민들과 어우러지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 추진하기 시작했다.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을 위한 자선 장터(바자)를 열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 방안으로 행복 나눔 행사를 개최해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봉사와 나눔의 일환으로 자선 장터를 열어 그 수익금으로 12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었죠. 지금도 여성위원이 주축이 돼서 매월 북한이탈주민 학생을 지정해 정기적으로 학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선 장터를 통해 생활지원금이나 장학금 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거창해 보이지는 않아도 북한이탈주민들에게는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준다. 현재 대구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은 약 700여 명으로 추산되지만 이 중 취업, 대학 진학 등으로 대구를 떠나 생활하는 인원을 제외하면 실제 거주자는 약 500여 명 정도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경제활동이 가능한 성인들 중 약 50% 정도만 취업 중이고, 그나마도 절반은 아르바이트 형태로 수입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나머지 북한이탈주민은 고령이나 질병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스로도 하층민으로 자처하는 이들에게 기본 생활을 위한 이 같은 지원금이 크게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지원 자체보다 궁극적으로는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선 행사 당시만 잠깐 모여서 돈만 전달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지속적으로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인식 변화와 함께 능동적 참여 유도 필요
통일 관련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탈주민과 지역주민의 소통과 화합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살아온 배경 탓에 쉽게 섞이기 어려운 것이 이들의 관계다. 안 위원장도 비슷한 한계를 겪었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소통에 어려움이 많다는 겁니다. 관계 형성이 되어 있지 않으면 만남 자체를 거부하고, 만난다고 해도 직설적인 표현을 해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특히 북한이탈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어 이런 점 때문에 기존 지역주민들과 종종 언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인식 개선을 위한 수 년간의 노력에도 지역주민들의 변화는 더디기만하다. 가장 큰 문제는 무관심이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그들의 상황이 안타깝고 어려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1차원적인 관심까지만 있어요. 이들이 왜 올 수밖에 없었고 어떠한 어려움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일반인들 대상으로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인식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지역주민과 연계된 프로그램이나 봉사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또 궁극적으로 특정인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균등한 기회가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이른바 ‘생선을 주기보다는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생활 속의 복지다. 기본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지원들을 고민하자는 제안이다.
“북한이탈주민들 가운데 육아 때문에 취업을 하지 못하거나 건강상의 문제로 일을 못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각 업체에서 양육에 방해가 되지 않는 형태로 일자리를 제공해준다면 큰 호응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안 위원장은 “북한이탈주민의 정착 여부는 우리의 통일 능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시금석이라는 생각한다”며 “이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코리안드림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지원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