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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호 > COVER STORY

COVER STORY / 남북관계 전문가 대토론회

제1세션 - 북핵문제와 국제사회의 대응

"중국의 태도변화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 교정 위한 외교적 압박"

‘북핵 문제와 국제사회의 대응’을 주제로 열린 제1세션의 첫 번째 발제자인 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시진핑 시대 중국의 대외정책과 북중관계’를 중심으로 시진핑 시대 중국의 대외전략, 시진핑의 대(對)한반도 정책, 향후 한중관계와 대북한 정책 고려사항 등에 대한 견해를 발표했고, 이어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우승지 경희대 교수는 ‘오바마 2기 미국의 대외정책과 북미관계’에 대해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동북아 전략,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시각과 입장, 북한의 최근 동향과 미국의 대응 등의 세부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발제 이후에는 참석자들의 질의와 발제자들의 답변 시간이 이어졌다.

한석희 교수는 “시진핑의 외교적 목표는 안정과 지속성이며 대외관계 핵심 전략은 신형 대국관계로 볼 수 있다”고 전제하고 “신형 대국관계의 주요 내용은 크게 ‘중국의 핵심 이익 보호’와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중국은 미국과 동등한 관계를 요구하기 위해 오바마가 주장하던 G2 개념을 거부하고 C2(협력, 공동체), 즉 앞으로의 세계 질서는 미국과 중국이 함께 만들어 나가자, 이런 뜻을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가 근본적인 대북정책 변화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중국의 태도 변화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외교적 압박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한중관계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중국인들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으며, 우리나라 국민들도 시진핑 주석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 전략적으로도 한국과 중국의 협력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승지 교수는 “오바마 2기의 동북아 전략은 1기와 대동소이하다”고 평가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입장 차가 굉장히 커서 대화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러나 지난 4년간 북미 대화가 없었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정책이 비효과적이었다는 조야의 평가가 있었던 만큼 새로운 정책을 추구해볼 여지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는 남북대화와 북미 간 대화의 병진전략과 미국, 중국, 한국의 삼각협력 구조 창출을 주장하면서도 정부 차원에서의 삼자대화가 어려울 것이므로 세 쌍의 2자회동을 제안했다.

이날 우 교수의 발표 내용 중 토론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대목은 북한의 파키스탄화로, 그는 “파키스탄이 인도의 앞선 군사력과 경제력에 대항하기 위해 100기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한반도와 비슷하다”고 평가하고 “북한의 개방화 시계가 핵무장 시계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가서 핵무장이 필요 없는 체제 변화로 유도하는 것이 북한의 핵문제 등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발제가 끝나고, 미국 측 관계자가 지난해 4월과 10월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며 북미 양자회담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김병로 서울대 교수의 질문에 대해 우승지 교수는 양자의 입장 차가 커서 양자회담이 열리기 어렵고 열려도 쉽게 협상에 이르지는 못하겠지만 북미관계에서 지난 오바마 1기 행정부의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양자회담 없이 또 4년을 보낸다면 그 역시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북미 양자회담의 가능성
중국 땅에서 벌어지는 북한의 해킹 활동에 대해 중국 측이 제재를 가하거나 해킹 활동 방지를 요청할 수는 없는지에 대한 김영수 서강대 교수의 질문에 한석희 교수는 “중국이 제재를 하겠지만 중국은 항상 북한의 반발을 상당히 민감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 또한 한 교수는 “북한의 강한 도발이 미국과 남한을 향한 메시지기도 하지만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서운함 때문인 것도 같다”는 조윤영 중앙대 교수의 의견에 대해 동의를 표했다. 한 교수는 그 예로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합류한 데 북한이 크게 반발한 점을 꼽으며 북중관계가 앞으로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정남 고려대 교수는 “한중미, 한미중과의 전략 대화에 중국이 최근 우호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북한을 둘러싸고 협의가 가능하다는 분위기인가,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질문을 던졌고, 강태호 한겨레신문 기자는 “케리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공동행동이란 부분을 명백히 했다. 북미 간 대화가 없었다고 하지만 그 이후 북미 접촉이 3차례에 걸쳐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승지 교수는 “북한의 입장은 핵보유국으로서 인정받는 것이지만 결국 핵 포기를 위한 6자회담에 나올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북한의 도발 의도를 ‘관심 끌기’로 분석했다. 이에 대한 미국의 향후 대응 방식에 대해 우 교수는 경제 제재의 목줄을 놓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도 적극적이고 대담하게 시도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중국이 북한보다 한국 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려면 북한이 한국과 동아시아 평화 안정의 파괴자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혼자의 힘만으로는 북한을 유지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방형남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중국 국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반핵, 반전 시위가 있었고 중국 집권층에서도 그런 논의가 나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진단하면서 오바마 1기의 아프간, 이라크전 철수와 시리아 문제 개입 불가 방침 등을 예를 들며 미국의 북한 문제 개입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이호령 박사 역시 “북한이 핵국가임을 헌법에 명시했고, 경제 능력과 핵무장 병진 능력을 선언하는 등 앞으로도 핵 능력을 증진할 것임을 시사했는데 중국과 미국이 그것을 인내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중호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가 에너지를 비롯한 여러 가지 경제 이익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한석희 교수는 “과거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도 중국이 북한을 원조했던 만큼 지금 북한을 원조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다만 중국 입장에서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청사진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그것이 없는 듯하다”고 답변했고, 우승지 교수는 “미국의 북핵 문제 해결 의지는 강하지만 묘수가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핵무장을 하겠다고 하는 나라를 비핵화하는 것은 선례도 없고 상당히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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