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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호 > 현장을 뛰는 사람들

현장을 뛰는 사람들 / ‘완벽한 남자’ 박성명 부산 금정구협의회장

북한이탈주민들의 고충,
꼼꼼히 찾아 해결해드립니다
완벽주의자의 삶은 피곤하다. 할 일 많은 세상에 그럭저럭 넘어가면 좋으련만, 일일이 신경을 쓰니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박성명 부산 금정구협의회 회장이 바로 스스로를 가만두지 않는 완벽주의자의 전형이다. 부드러운 인상과는 달리 매사에 꼼꼼하고 엄격하게 자기 자신을 체크하는 성격 덕분에 일의 성과도 두드러진다.
그래서 그가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개설한 고충상담소는 운영의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박 회장이 개설한 고충상담소는 간판만 내건 명목상의 기관이 아니었다.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금정구 유관기관과 취업, 의료, 법률 분야에 걸쳐 협약을 맺고 필요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조치를 해두고 외부기관의 전문 상담원과 상담 자격이 있는 자문위원을 전문 상담요원으로 위촉한 전문적인 상담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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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북한이탈주민을 위해 김치를 담그고 있는 박성명 회장(오른쪽)

북한이탈주민의 고충 처리 전담반 ‘고충상담소’
지난해 2월 개설 이후 이곳에서 이루어진 상담만 약 40여 건. 그중에는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비참한 생활고를 겪는 이들의 하소연도 있었다. 출산이 임박했는데 병원비가 없는 임신부와 집이 없어 졸지에 노숙자로 전락한 사람, 검사비용이 없어 병원도 못 가는 이탈주민까지 말 못하는 사정을 털어놓는 이들의 사연이 상담소를 통해 접수되었다. 한번은 자궁적출 수술을 받았지만 입원비가 없어 계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여성의 사연이 접수되었다. 안타깝게도 박 회장이 금정구청 주민생활지원과에 요청해 지원한 긴급의료비로는 입원비를 충당할 수 없는 상태였고, 다시 2차 수술에 따른 추가 병원비가 시급했다. 이에 2차 긴급의료비를 요청한 후 이곳저곳에 사정을 이야기하며 도움의 손길을 찾은 덕분에 환자가 입원한 부산대학병원에서 치료비를 감면해주는 등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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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북한이탈주민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통일희망봉사단'을 결성했다.

청소년 통일일꾼 키운다
박 회장이 낯선 땅에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뛰어야겠다고 결단한 시기는 재작년, 1박2일로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떠난 분단현장 탐방 때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솔직히 말해 조금 어색했습니다. 그분들도 우리를 은근히 경계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1박2일 동안 함께 지내다 보니 알게 모르게 정이 쌓였습니다. 이제는 길거리에서 만나도 서로 알아보고 인사를 나눌 정도의 사이가 되었죠. 당시 ‘이번 여행이 남한에서의 첫 여행’이라는 말씀을 들었는데 이분들의 각박한 사정에 가슴이 찡해지면서 앞으로 더욱 열심히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지요.”

그때부터 박 회장은 때마다 쌀과 김치를 나누며 물질적인 후원은 물론, 북한이탈주민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통일희망봉사단’을 결성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북한이탈주민들로 구성된 봉사단은 어버이날이 되면 북한이탈주민 중 남한 사회에서 처음으로 칠순을 맞은 어르신들을 초청해 칠순 잔치를 열어드린다. 한껏 차린 남북한 음식을 대접하며 판소리와 가야금 등 다양한 공연으로 건강을 축원하면서 이곳 생활에서의 어려움을 위로하는 것이다. 나눔의 손길은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질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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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북한이탈주민들에게 쌀을 전달하는 박성명 회장.

현재 박 회장은 북한이탈주민의 일자리 창출 과 직업교육을 위해 부산 동부고용노동지청과 금정구 중소기업발전협의회, 의료 지원을 위해 관내 종합병원인 세웅병원, 법률 상담 및 법률 지원을 위해 관내의 이대성 변호사와 협약을 맺는 등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그의 손길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이들이 또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미래인 청소년들이다. 민주평통 특화사업 중 하나인 ‘청소년 통일안보 강연회’는 관내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열리는 ‘찾아가는 청소년 통일안보 강연회’다. 강연회의 하이라이트인 ‘땡큐 코리아’ 공연은 교육과학부와 국방부가 선정한 우수 교육공연 1위에 뽑히기도 했다.

박 회장은 특별히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마다 사명감이 앞선다고 한다. 1남 2녀를 둔 부모로서 자식처럼 여겨지는 아이들의 그릇된 사고와 무지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 강의를 시작하며 설문지를 받았는데 ‘통일이 안 됐으면 좋겠다’, ‘6·25는 북침이다’는 의견까지 나와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꾸준히 강의를 진행하면서 현재까지 총 3740명의 학생이 참여했고 다시 시행한 설문 쪽지에는 ‘눈물이 날 정도로 한국에 태어난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많은 학교에서 이런 강연회를 하셨으면 좋겠다’ 등 완연히 긍정적으로 바뀐 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통일 사업을 시작한 이래 박 회장이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박 회장은 주말이면 등산을 다니며 체력을 단련하는 등 자기관리에도 투철한 ‘완벽한 남자’다. 그의 완벽주의가 거름이 되어 성장한 민주평통 부산 금정구협의회의 꾸준한 통일역량 강화 활동을 앞으로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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