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5월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광복 70주년 주제어와 엠블럼 선포식이 열렸다.
광복 70년은 그대로 대한민국 발전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분단 극복 과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통한의 역사이기도 하다. 정부가 광복 70년 기념 행사를 축하와 함께 통일국가 염원까지 담아 준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호을 KBS 보도국 정치외교부 기자
다가오는 광복절은 어느 해보다 의미가 각별하다. 광복 70년, 사람으로 치면 불혹(不惑)과 지천명(知天命)을 지나 이순(耳順)마저 훌쩍 넘어선 세월이다. 옛말에는 고희(古稀)라고 해서 예로부터 드물다는 뜻을 갖고 있는데, 광복 70년은 그만큼 대한민국이 연륜이 쌓이고 원숙한 경지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특히 우리의 지난 70년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세계 8대 무역강국으로 우뚝 서며 민족의 저력을 전 세계에 과시한 여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광복 70년 잔치는 우리 스스로에게 베푸는 격려인 동시에 미완의 과제인 통일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다짐의 자리이기도 하다.
광복 7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꾸려진 것도 광복 70년을 더욱 뜻깊은 자리로 만들기 위해서다. 올해 1월 12일 ‘광복 7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규정’이 대통령령으로 제정됐다. 이를 근거로 3월 4일 광복 7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출범했다. 추진위는 광복 70년 기념사업을 선정하고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 광복 70년 사업의 전반적인 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총괄 기구다. 정부 측에선 국무총리가, 민간 측에선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은 민관 합동기구다.
추진위는 하위 3개 분과에 모두 70명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족긍지분과는 독립운동과 산업화, 대한민국을 빛낸 대표적 사건 등을 통해 우리 민족의 긍지를 고양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국운융성분과는 전 국민을 하나로 결집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사회 분위기를 고취하고, 미래희망분과는 젊은 세대와 함께 통일, 첨단기술, 교육, 한류 등 대한민국의 미래 좌표를 설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또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이인호 KBS 이사장, 이어령 전 이화여대 명예교수 등 우리 사회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원로 11명이 고문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범정부 차원에서 광복 70년 기념사업추진기획단이 20여 명 규모로 구성돼 추진위와 손발을 맞춰 업무 진행을 돕고 있다.
남북협력 기념사업 성사에 최선
추진위가 광복 70년 기념사업으로 준비하는 행사는 60여 개에 이른다. 광복 70주년인 만큼 우리의 역사의식과 민족정기를 드높이기 위한 사업이 규모 있게 추진된다. 6월에는 청소년 나라 사랑 탐방단이 중국 동북 3성의 독립운동 사적지를 탐방하는 행사를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의 역사의식과 나라 사랑 정신을 고취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청년 70명을 뽑아 독립운동 현장인 중국 충칭에서부터 상하이까지 1900여km를 횡단하는 한·중 청년 자전거 대장정도 마련된다. 국내에서는 8월에 대한민국 해양 영토 대장정이 펼쳐진다. 차세대 주역인 대학생들이 독도와 백령도 등 우리의 해양 영토를 탐방하고 영토주권의 중요성과 해양 강국이 되기 위한 도전의식을 함양코자 기획됐다,
곳곳에 흩어진 독립운동가 1400여 명의 생애와 활동, 독립운동 발자취를 정리한 독립운동가 인명사전 편찬 사업도 총 5개년 사업으로 계획돼 올해 첫 번째 작업이 시작된다. 중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도 새롭게 단장된 모습으로 찾아온다. 오랜 세월 제대로 관리가 안 돼 낡고 망가진 상하이와 충칭의 임시정부 청사가 수리와 보수 작업을 거쳐 상하이 청사는 오는 9월, 충칭 청사는 오는 11월 재개관할 예정이다.
독립 유공자의 위패를 별도로 모신 독립의 전당도 새로 들어선다. 현재 서울 서대문 역사공원 안에 설치된 독립관에 독립 유공자 위패 2835위가 모셔져 있지만 시설이 협소해 추가 봉안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독립 유공자 위패 2만 위를 오롯이 모실 수 있는 독립의 전당이 건립되는데, 올 11월쯤 첫 삽을 뜰 예정이다.
광복 70년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광복절 경축식이다. 먼저 8월 14일 전야제에선 광화문 일대 고층 빌딩을 캔버스로 삼은 미디어 아트가 펼쳐져 광화문을 화려한 빛의 물결로 수놓게 된다. 광복절 당일 본 행사인 중앙 경축식은 광복 70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시민들을 초청해 광복 70년을 맞은 우리나라의 국격을 대내외에 보여줄 계획이다.
이 같은 광복 70년 행사의 총감독으로는 윤호진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이 선임됐다. 윤호진 원장은 뮤지컬 ‘명성황후’와 ‘영웅’ 등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감독으로,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과 2014년 소치올림픽 문화예술 공연의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윤 원장은 “광복 70년 행사를 미래를 위한 도전과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되도록 만들겠다”며 “특히 미래 세대의 주역인 젊은 층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 광복 7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광복 이후 대한민국 70년 역사를 조명하는 행사도 마련된다. 공영방송 KBS와 공동으로 우리나라 근현대 생활사의 변천 과정과 독립의 의미를 짚어보고 국가 발전상을 조명하는 각종 전시와 방송 프로그램이 8월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또 서울 홍릉의 옛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지에 대한민국 경제발전관을 설치해 경제 발전 70년의 역사를 정리하고 청소년 세대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국제 학술행사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오는 7월 세계한국학대회가 열려 한국어 교육과 인문사회, 정치경제 등 한국학 주요 분야에서 이룬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점검한다. 11월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단체 등을 초청해 세계평화회의를 개최한다. ‘한반도 통일시대 원년’을 주제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깊이 있는 통찰과 안목으로 통일국가의 미래를 조망해보고 평화선언도 이뤄질 예정이다.
추진위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남북협력 기념사업이다. 70년 전 감격 어린 광복의 순간을 함께 맞이했던 것처럼 남과 북이 하나가 돼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은 통일국가라는 민족의 과제를 완수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그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남북 축구 국가대표팀 간의 친선경기가 추진된다. 일제강점기 서울과 평양에서 열렸던 ‘경평축구’를 광복 70년을 맞아 재현하자는 것이다. 경평축구는 광복 이후 남북 분단으로 중단됐다가 1990년 10월 남북통일축구라는 이름으로 한 차례 열렸다. 남북 축구 경기는 지난해 말 통일부가 북측에 제의하고 대한축구협회가 실무 접촉을 취했지만 여전히 경색돼 있는 남북관계가 변수다. 우리 정부는 남북 태권도 시범 공연 행사와 남북 청소년 한반도 대장정도 함께 추진하고 있지만 북측은 여기에 화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통일시대를 대비한 인프라 구축도 추진된다.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의 남측 구간을 복원해 남북 철도를 연결하는 대역사의 첫발을 뗀다. 우선적으로 백마고지와 월정리를 잇는 8.5km 구간을 1단계로 복원하고, 남북 간의 합의가 필요한 월정리에서 군사분계선까지 2km 구간은 추후 남북관계를 보면서 추진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가 현재 경원선 복원에 대한 사전용역 조사를 진행 중이며, 사업 착수 시점은 오는 8월 이후로 전망되고 있다. 경원선 복원은 남북 간에 끊어진 길을 잇는다는 점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철도와 연결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대륙을 거쳐 유럽까지 도달하는 물류 혁신을 구축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추진위는 광복 70년의 주제어로 ‘위대한 여정, 새로운 도약’을 선정했다. 전쟁의 참화를 딛고 세계 7번째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가입을 눈앞에 둔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탕으로, 선진사회와 통일국가로 나아가자는 염원을 담은 것이다. 광복70년 기념사업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민족의 저력을 다시 하나로 모아내 한 단계 도약을 이뤄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해본다.
미니 인터뷰
송경원 광복 70년 기념사업추진기획단장
“국민 화합과 축제의 장 만들 것”
광복 70년 기념사업의 원활한 준비와 진행을 돕기 위해 국무조정실 산하에 기념사업추진기획단이 꾸려졌다. 송경원 추진기획단장은 광복 70년은 곧 대한민국 발전 70년의 역사라고 말한다. 광복은 됐지만 아무것도 없는 헐벗은 나라에서 올림픽과 월드컵을 주최하고 한류 문화를 수출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로 발돋움했다는 것이다.
송경원 단장은 “하지만 압축 성장 과정에서 비롯된 이념과 지역, 세대 간 갈등, 나아가 분단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단장은 광복 70년 기념사업 기획 단계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도 바로 이런 대목이라고 말했다. 추진위원회가 출범한 뒤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은 광복 70년의 과제로 ‘국민 통합’과 ‘분단 해소’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 때문에 위원회는 광복 70년 기념사업의 비전을 ‘완전한 광복, 하나 된 나라’로 설정하게 된 것이다.
송 단장은 오는 8월 15일 열릴 광복절 경축행사를 온 국민과 전 세계 동포들이 참여하는 국민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이룬 자랑스러운 성취를 통해 민족적 역량과 자부심을 고취하고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다양한 기념사업을 통해 구현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참여해 서로 소통하고 미래를 그려보는 다양한 사업들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송 단장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 도발 역시, 광복 70년의 빼놓을 수 없는 화두라고 꼽았다. 따라서 8·15 경축행사 등을 통해 독도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해양 영토 대장정 행사 등을 통해 독도에 대한 주권의식을 드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행사 외에도 방송사와 시민단체, 동호회 등이 기획하고 참여하는 민간 행사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