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15 한·미 평화통일포럼에서 박찬봉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5 한·미 평화통일포럼’이 5월 21일 미국 LA 라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됐다. ‘한반도 통일과 한·미관계-과제와 비전’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한·미 양국의 북한 전문가 10명이 패널로 참석해 ‘통일을 위한 한·미 공조 방안’과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미동맹의 역할과 통일의 편익’이란 주제로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으며, 200여 명의 재미 한인과 미국인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5월 21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포럼은 박찬봉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의 기조연설로 막을 올렸다. 박 처장은 기조연설에서 분단 이후 계속돼오던 남북한 체제 대결이 1990년대 초 남한이 정치·경제적으로 북한을 앞지르면서 사실상 남한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본격적으로 ‘통일’이란 과제가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 세계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되고 독일이 통일을 이루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남북한 통일의 전망도 한층 높아졌다고 통일 논의의 배경을 얘기했다.
박 처장은 이런 국내외적인 요인을 고려해볼 때 합리적 남북통일의 해법은 “북한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사회제도를 채택하는 것”이며 이러한 통일을 준비하는 첫 번째 단계는 “통일한국의 비전을 수립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통일한국의 비전은 남북한 국민의 행복한 삶을 증진하고 보장해야 하는 것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평화와 공동 번영의 증진을 통해 동북아 지역 사람들의 행복을 향상시키는 것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한의 참여와 함께 주변국의 참여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통일한국의 비전과 과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한·미 양국이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안들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며, 양국의 공조를 통해 한·미동맹은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미얀마 사례 참고해 북한 변화 이끌어야
기조연설에 이어 ‘통일을 위한 한·미 공조 방안’이란 주제로 열린 제1세션 토론은 패트릭 모건 캘리포니아 주립 어바인대학 정치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데이비드 강 남캘리포니아대학 국제관계학 교수, 김태현 중앙대학교 국가대전략연구소 소장, 앤드루 스코벨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발제와 토론에 참가했다.
첫 번째로 발제에 나선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의 제도적, 현실적 변화 수준은 1980년대 후반 중국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평가하며 “그러나 중국처럼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중국은 서방과 우호적 관계였고 권력도 분산되어 있었으며 수출 제조업을 선택한 데 반해, 북한은 핵 무력 확대 정책으로 대외 긴장이 높고 권력이 집중되어 있으며 경제 노선도 자원 수출형이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중국과 같은 성장은 아니라 해도 김정은 정권이 반관반민 기업에 대해 관용적 태도를 취하고 있고 그 규모가 커지고 있어 북한의 시장경제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이를 민생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고 주변국과의 긴장 완화를 통해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데이비드 강 교수는 “북한 경제는 비록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상업화와 자유시장경제로의 점진적 전환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그에 따라 북한 사회가 예전보다는 덜 폐쇄적이 되었고 동시에 관리들의 통제력도 약화되었다는 것. “그러나 이런 변화가 북한이 붕괴 일로에 있다거나 국가제도의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핵무기 보유와 미사일 실험 등에서 보듯 외교 및 국내 정책의 기본 틀은 변화시킬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런 북한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사회를 외부에 개방하고 경제·사회 개혁을 추진하며 점차적으로 인권을 존중하는 비핵화된 북한’이라는 목표에 의견을 함께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활용할 수 있는 정책 범위도 제한적이라고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했다.
세 번째 발제자인 김태현 소장은 경제제재는 모종의 행동을 하도록 ‘강제’하거나 하지 않도록 ‘억지’하는 전략적 수단과 부당한 행위에 대한 징벌적 수단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런 경제제재의 성공적 사례로 미얀마를 들었다.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는 초기에는 정책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성격이 아니라 과거 행위에 대한 징벌적 성격만 강조되어 집행되었으나, 20년의 상황 전개 끝에 전략적 성격을 활용한 결과 성공적 사례가 되었다”는 것.
그에 비해 천안함 격침 사건 이후 취해진 5·24 조치의 경우 두 가지 성격을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장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이 발생함으로써 억지책이 되지 못했다. 또한 징벌적 성격이 지나치게 강조돼 추가 제재 가능성을 가진 협상력도 살리지 못했다는 것. 김 소장은 “미얀마의 상황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한국과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의 대북정책 목표가 북한 정권의 붕괴가 아니라 그 정권의 정책 변경에 있다면 미얀마의 사례를 참고해 경제제재와 그 해제가 가진 협상력을 계산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협상력을 활용하기 위한 상시적 소통 채널을 개설해야 하며 협상 쌍방의 정치적 상황을 긴밀하게 관찰하면서 해제를 토론할 최적의 시점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한·미 평화통일포럼 1세션 토론 모습. 왼쪽부터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데이비드 강 남캘리포니아대학국제관계학 교수, 패트릭 모건 캘리포니아 주립 어바인대학 정치학과 교수, 김태현 중앙대학교 국가대전략연구소소장, 앤드루 스코벨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1세션 마지막 토론자인 앤드루 스코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나치 독일이나 스탈린 체제하의 소련과 유사한 일종의 변형된 전체주의 체제이며 역대 전체주의 정권이 그랬듯이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정권이 당장에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현재 붕괴되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고 또한 내일이라도 당장 붕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통일에 대한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김정은 정권이 붕괴한 뒤에도 군사정권이나 중국이 조종하는 괴뢰정권 등 또 다른 체제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붕괴와 김정은 정권 붕괴는 동일어가 아니며, 따라서 미국과 한국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코벨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은 전략적, 정치적, 외교적으로 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도 같은 입장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다만 중국이 한국의 통일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식으로든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핵무장 해제와 확인은 한·미동맹의 최대 과제
제2세션은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미동맹의 역할과 통일의 편익’이란 주제로 이정훈 대한민국 인권대사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패트릭 크로닌 미 신안보센터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선임국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김중호 한국수출입은행 북한개발연구센터 연구위원이 발제와 토론에 참가했다.
첫 번째 발제자인 패트릭 크로닌 국장은 통일 후 한·미동맹은 분단을 어떻게 종식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통일에 이르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폭력사태의 수준과 이에 대한 한·미동맹의 대처 방법에 따라 이후 한·미관계는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 이와 함께 중국이 한반도 통일 과정에 얼마나 개입하는가도 한·미동맹의 변수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통일 이후 한·미동맹은 ‘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라는 공통된 가치에 기반을 둔 포괄적인 동맹’으로서 국제사회에서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관계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관점으로 볼 때 안정화, 개발과 국가 건설, 군부대의 소집 해제, 무장 해제 및 재통합 등에 따른 긴 과정에서 한·미동맹이 함께 대처해나갈 것이며 특히 핵 무장 해제 및 확인은 한·미동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 발제자인 최강 부원장은 통일한국에 대해 “자유,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와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고 이런 가치 구현을 통해 국가 이익을 추구할 것이며,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또 남북통일이 이뤄지면 동북아 지역은 통일 이전에 비해 전쟁 위험이 사라지고 군사적 긴장이 감소되어 평화와 안정 기반이 강화되고 협력의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주변국과의 전략대화를 강화해 이러한 안보 편익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그들 국가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고 동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루스 베넷 연구원은 “한반도가 분단된 순간부터 남북한이 통일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지금껏 통일이 되지 않은 이유는 북한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으로 보았다. 통일은 행사나 사건이 아니라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며, 그렇기 때문에 한·미동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 한·미 평화통일포럼 2세션 패널들. 왼쪽부터 패트릭 크로닌 미 신안보센터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선임국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 이정훈 대한민국 인권대사,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김중호 한국수출입은행 북한개발연구센터 연구위원.
또한 그는 한반도 통일이 평화통일 또는 북한 정권의 붕괴를 통한 통일 중 한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질 것인데 어느 경우든 북한 사회 지도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이들이 통일을 지지할 수 있도록 통일 이후 안정된 삶을 보장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노력이 성공을 거둔다면 통일은 진정 ‘대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김중호 연구위원은 한반도 통일 경제는 동아시아 경제협력의 시너지를 증폭하고 이익 공유를 증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므로 주변국들의 견제를 받을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한국은 선진 민주국가로의 도약, 경제 선진국으로의 도약, 평화 창출 국가로의 도약 등 세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국민 역시 분단 해소로 얻게 될 삶의 안정성과 통일에 따른 경제 활동 확대를 통해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 질서 재구축 과정에서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결과로서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미국이 동북아 질서 재구축을 주도하고자 한다면 한반도 통일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미관계는 ‘가치동맹’이며 공유하는 가치들이 명확하기 때문에 군사동맹이 유지될 수 있다며 핵심 가치들이 유지된다면 한·미관계는 통일 이후에도 여전히 중요한 동맹 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포럼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반도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