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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북한 3차 핵실험,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지난 2월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예상한 일이었지만 우리 국민들을 크게 놀라게 한 것이 사실이다. 혹시나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 핵실험, 그들의 위험한 도발을 입체적으로 진단해본다.
3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전, 북한 당국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핵실험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쏟아내오다 갑자기 핵실험을 부인하는 듯한 논조로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1월 24일에는 북한의 국가 최고기관인 국방위원회가 “장거리 로켓과 높은 수준의 핵실험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틀 후 김정은이 국가 안전 및 대외 부문 일꾼 협의회를 개최해 ‘국가적 중대조치’ 결심을 발표함으로써 북한의 핵실험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 와중에도 북한 주간지 통일신보는 2월 8일 ‘국가적 중대조치’ 발언과 관련해서 “미국과 적대 세력은 공화국(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한다고 지레 짐작하면서(…) 입방아를 찧고 있다”는 논평을 발표해 3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진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12일 핵실험이 실시됨으로써 이것이 결국 북한의 사전 기만전술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차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은 모두가 10kt 미만의 범위 안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여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내려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핵탄은 그 위력이 10kt은 넘어야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정부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파 규모 분석에 기초하여 3차 핵실험의 위력이 TNT 폭약 6000~7000t(6~7kt)인 것으로 추정했다. 위력이 10kt 미만인 이번 3차 핵실험은 완전한 성공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정부 산하 연방지질자원연구소(BER)는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이 TNT 폭약 4만t(40kt)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핵위협 이니셔티브(NTI)’는 3차 핵실험의 폭발 강도가 5~15kt 사이인 것으로 보이며, 12.5kt 안팎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결국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실패라고 속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떻든 3차에 걸친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 무장력이 높아져가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무엇보다 1, 2차 핵실험이 플루토늄을 이용한 것이었다면 3차는 우라늄탄 실험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우려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분명한 증거는 잡히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사를 통해 3차 핵실험 사실을 공개하면서 “다종화된 핵 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됐다”고 한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번 핵실험이 우라늄탄 실험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량이 제한적이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우라늄탄 개발로 옮겨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분석도 우라늄탄 실험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우라늄탄 핵실험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핵무장 능력은 그야말로 새 지평을 열게 되는 셈이다. 우라늄탄은 소형화, 경량화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북한이 이번 핵실험 사실을 발표하면서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이란 표현을 쓴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 핵의 위력, 성공·실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북한이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HEU) 개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2002년 10월 부시 미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켈리 차관보가 같은 달 16일 “북한이 HEU를 이용한 비밀 핵무기 개발계획을 시인했으며, 이는 북미 간 제네바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발표하면서부터 북한의 HEU 문제가 부각되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북한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는 물론 그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되어 있다”고만 말했다고 주장함으로써 핵무기용 HEU 개발 사실을 부정했다. 그러나 군사를 우선하는 북한의 선군정치 통치 행태로 보아 핵무기용 고농축(90%대) 우라늄을 개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우라늄탄 사용과 소형화·경량화 성공 등에 대한 구체적 판단은 아직까지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의 국정원 측에서도 북한의 핵실험 결과 발표에 대해서 과장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폭탄 개발은 조만간 소형화, 경량화에 성큼 다가서게 될 것이라는 강한 우려는 상존한다. 미국의 민간 핵 연구기관인 국제과학안보연구소(ISIS)는 북한이 사거리 1300km인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핵무기를 소형화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했다는 것은 핵무기의 단·중·장거리 미사일 탑재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한반도 전역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노출될 위험에 직면하게 되어 우리 안보에도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반도에 드리워진 ‘제한전쟁’의 위험성
실제로 북한은 핵무장의 최종 단계인 운반수단 확보에도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설사 핵탄두가 조잡하다고 해도 북한의 핵 위협을 과소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는 북한의 스커드, 노동 등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이동식 발사대는 총 100여 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격미사일(ABM)망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핵미사일 공격 능력은 폭격기에 의한 원폭의 공중 투하를 훨씬 능가하는 위협이 될 것이다. 북한의 10~20kt급 핵미사일이 실전 배치되어 남한을 공격하게 되면 발사 3~5분 만에 서울 상공에 도달해 폭발할 수 있다. 단 1기만으로도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100만 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해 서울이 완전히 초토화될 수 있을 정도이니 몇 기를 동시에 투하할 경우 그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차례에 걸친 핵실험 감행으로 북한의 대남 핵위협은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시에 북한이 핵무기로 남한을 직접 공격해 대량 살상을 꾀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북한이 직접 핵공격을 가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핵우산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공격이 예상될 경우 미국의 대북한 핵공격도 뒤따를 가능성이 커서 북한이 섣불리 핵공격 결정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호 확증파괴, 즉 MAD(Mutural Assured Destruction)의 위험성 때문에 핵무기 사용은 그만큼 어렵게 된다는 논리다. 한반도에 ‘공포의 균형’이 자리 잡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북한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에 있다. 북한 체제의 돌출성은 익히 알려진 바다. 핵개발 과정이 그렇고, 연평도 군사도발 또한 북한의 ‘비이성적’인 측면을 반영한다. 핵 위협을 지렛대로 통상병기에 의한 더욱 과감한 대남 군사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예측도 가능한 상황이다.
·25전쟁 이후 한반도에는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이 있었음에도 전면전과 같은 대규모 전쟁만은 억제되어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주한미군의 억지력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장으로 주한미군의 억지력이 예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북한이 심대한 대남 군사적 공격을 벌인 후에 한반도 핵전쟁을 운운하며 협상을 제기해온다면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반도의 핵전쟁을 우려한 미국이 우리의 대북 군사적 보복을 자제토록 할 가능성도 크다. 우리 또한 핵 확전의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핵우산 아래서도 싸우는 일종의 ‘제한전쟁’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3차에 걸친 핵실험으로 북한이 한미연합군과의 군사적 균형을 이루었다고 보고 재래식 대남 군사도발을 감행하여 그들의 정치·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해에서 보인 북한의 대남 공격을 통해서도 이러한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서해 해상경계선인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단순 부정에서 출발해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해상 충돌을 자행했다. 핵실험 이후에는 대한민국 영토인 연평도를 포격하는 과감성을 보였다.
향후 북한 당국은 김정은 체제 공고화를 위해 대외적으로 인위적인 긴장 조성으로 사회적 결속과 권력층의 응집력 강화를 도모하고자 할 것이다. 국제적 제재 국면 속에서도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 좋은 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광명성 3호’ 위성을 지구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했지만, 지난 12월에는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핵실험 역시 중국을 비롯한 국제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감행되었다. 이 때문에 좀 더 중대한 국제적 제재조치에 직면하게 되었지만,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 이후 국제적 제재 위험성을 운운하며 평양시를 비롯한 각지에서 ‘제재 규탄 군중대회’ 개최 등을 통한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지속적으로 장거리 미사일과 핵개발을 위해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되풀이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제는 공격적 방어태세로 맞서야
일정 기간 동안 남북 간 긴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남 군사도발을 더욱 빈번하게 감행할 위험성도 커졌다.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은 포공격이나 대남 기습침투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대한민국으로서는 무엇보다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전력을 개발하고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북한은 이미 휴전선에 배치한 수백 문의 장사정포만으로 충분히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핵보다 먼저 우려되는 것이 장사정포다”(서울신문, 2013년 2월 16일)라고 한 제프리 D 고든 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의 언급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한국군도 공격적 방어(Offensive Defense) 태세로 맞서나가야 한다. 우리 군의 무기를 북한의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에 맞서도록 배치하고 무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북한은 스스로 장기전으로 싸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기에 ‘치고 빠지는’ 식의 재래식 군사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PAC-3, SM-3 미사일의 시급한 배치도 요구된다.
효율적인 탐지능력 강화도 필수적이다. 현재 탐지와 식별은 미국의 정보자산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이를 개선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무엇보다 우리 군도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우리 군이 언급한 ‘선제타격’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월 12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핵무기는 절대무기이고 핵무기 투발 시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사전에 파괴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밝혀 선제타격의 필요성을 정당화했다. 물론 이러한 선제타격은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한 미사일 발사 징후 포착이 어렵다는 점에서 효용성이 제한적이기는 하다. 선제타격은 탐지→식별→결심→타격 순서로 진행되는 이른바 ‘킬 체인(Kill Chain)’을 일컫는다.
현재 우리 군은 사거리 180~300km의 탄도미사일만을 보유하고 있어 북한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군 당국이 북한의 후방기지 공격이 가능한 사거리 800km 탄도미사일을 2015년까지 조기 전력화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의 핵우산이 ‘선언적 수단’으로 전락하는 상황에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 요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반도 전술핵 배치는 미국의 핵우산 적용 의지를 북한에 한층 각인시켜 북한의 핵위협 억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영태 = 통일 연구원 선임연구원이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서울시 남북협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