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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 > COVER STORY

COVER STORY / 제18대 대통령 취임

박근혜 대통령의‘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신뢰로 행복한 통일시대 열 것”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박근혜 대통령은 2월 25일 취임사를 통해 다시 한 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강조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가 처한 안보 상황이 너무도 엄중하지만 여기에만 머물 수는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 속에 담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진로를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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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개성공단 전경.

월 25일 치러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국내외의 안보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관심을 집중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현재의 한반도 안보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대응책을 제시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차질을 빚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추진할 대북·통일정책의 방향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새 질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절제된 표현 속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궁극적 목표, 절대적 전제조건, 북한 핵에 대한 인식, 북한 지도자에 대한 당부, 도전에 대한 결연한 의지와 대처 방법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첫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언했다. 경제 부흥, 국민행복, 문화 융성이라는 국정 운영의 키워드가 결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유리되어 있지 않음을 천명했다. 통일되지 않은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지 않는 상태로 맞는 통일로는 결코 행복한 한반도 시대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둘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절대적 전제조건은 튼튼한 국방태세 확립임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의 속에는 외부의 여하한 도발도 억제할 수 있는 안보적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신뢰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다는 기본인식이 내재해 있다.

셋째, 북한 핵을 절대 불용하겠다는 의지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북한 핵개발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북한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는 북한의 미래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북한 핵이 북한이 의도하는 대로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동시에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희망을 모아서 북한 지도부의 올바른 선택을 호소했다.

넷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큰 틀에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확인시켜주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안보 상황이 너무도 엄중하지만, 여기에만 머물 수 없다”라는 표현에서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기본 방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다섯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점진적 추진 방법을 제시했다. 한꺼번에 정치적 절충이나 대타협을 통해 신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키는 과정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것이다.

분단시대는 한반도의 불행이다. 분단시대에 사는 한반도 구성원들이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국민들은 분단 상태를 잊고 지금 누리는 경제적 풍요에 자족하며 행복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행복은 분단 현실을 잠시 망각한 가운데 느끼는 최면 상태의 행복일 뿐이다. 통일독일을 포함하여 분단의 고통을 겪지 않은 국가의 국민들이 바라보면 상대적으로 우리 모두는 불행한 정치구조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불행한 한반도 시대를 넘어 행복한 한반도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것은 통일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섬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의 긍정적 태도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

그렇다면 ‘행복한 한반도’를 실현해가는 데 필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신뢰는 혼자서, 일방이 만들 수 없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은 신뢰를 설명하는 데도 유용하다. 북한의 긍정적 태도가 필요하다. 유럽에서 군사적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던 근본적 배경은 다수의 국가들이 서로 간의 신뢰를 통해서 공동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협력적 신뢰’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북한은 그러한 태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남측이 신뢰 프로세스를 제안하는 상황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강행했다.

국민 대다수는 이러한 현실에서 신뢰 프로세스의 목적과 합리적 과정에 동의하면서도 단기적으로 내용과 작동 여건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확실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에 신뢰를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려면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처한 안보 상황이 너무도 엄중하지만 여기에만 머물 수는 없다”는 취임사 속에 그러한 고민이 묻어 있다.

역사적인 취임사의 큰 제목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현실에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가야 하는 역사적 당위와 실천의지가 결합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5년이 지난 2018년에 한반도 구성원들의 행복지수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2013년보다 높아지기를 대망해본다.


백승주 =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북한연구실 실장을 거쳐 책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한국의 안보와 국방>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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